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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ul 01. 2023

우리가 바로 신선, 선녀구나!

과천 청계산 신선계곡+선녀폭포

청계산은 여러 번 다녀온 산이다. 지난 6월 8일에 나 홀로 매바위봉, 매봉 찍고, 신선계곡 조금 걷고 선녀폭포까지 찾아보다가 온 적이 있다.


수도산에서 가면 인테리어 대장님이 서울 근교산 전문이라서 구석구석을 잘 아신다. 청계산의 속살을 알고 싶어서 다.


남자 4명, 여자 4명, 모두 8명 참석이다. 인테리어 대장님, 발자취 대장님, 고대길님, 말뫼님, 초롱이님, 세브란스님, 묵향님, 그리고 나이다. 그동안 함산 했던 분들도 몇 명 있고, 처음 보는 이들도 있는데, 반가울 것 같다.


날씨가 더워 산행은 조금 하고 물놀이를 많이 한단다. 올여름 최초의 알탕이 되지 않을까 싶여벌옷 준비하고 간다.


오전 11시 30분 옛골 정류장 편의점 앞에서 만나 산행 시작한다. 초반에는 조금 습하고 더워서 얼굴과 몸에 땀범벅이다.


그래도 밤새 내린 비로 인해 빗방울을 머금고 있는 꽃들과 나무 숲 초록이들이 반겨주어 싱그러운 산행을 한다. 옛골 지나면서는 카페 앞에 예쁜 꽃들, 산길에서는 청초한 개망초꽃, 수국 보는 맛으로 산행이 그저 즐겁기만 하다.


6월, 7월은 수국의 계절이다. 산에 보랏빛 수국이 피어 꽃길을 이루고 있다. 군데군데 길을 걷다 말고 수국을 담는다.  함산 한 산우님은 수국을 찍어 누군가에게 보내주기도 한다.


쫄쫄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보니 수북이 쌓인 돌 쪽에서 낙숫물처럼 물이 떨어지고 있다. 그릇으로 받쳐놓기도 했다. 약수 같다. 그런데 먹을 수 있는 건지 표시가 없다.


곳곳에 나무의자 쉼터가 있다. 쉬어가기 참 좋은 산이다.


지난번에 홀로 청계산에 왔다가 선녀폭포를 찾다가 못 찾고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내가 바로 여기 선녀폭포까지 다가 내려온 것이다. 그런데 다른 곳 신선대나 마당바위 등은 안내판이 붙어있는데 선녀폭포에는 이정표에 표시된 것 외에는 따로 안내판이 없다.


그때 사진 찍어놓은 걸 보니 가물어서 폭포 줄기가 영 시원찮다.

"에게? 저게 폭포야? 못 알아봤잖아."

그래서 내가 헷갈린 것이다. 찾긴 잘 찾은 것이다. 내가 누구냐? 공간지능이 높아서 웬만하면 길은 제법 잘 찾는다. 후훗!


암튼 던 길 바로 위로 올랐다가 선녀폭포, 혈읍재, 군부대 갈림길에서 꾸로 선녀폭포와 마당바위 지나서 점심을 먹는다.


마당바위 나무 평상이 수도산님들 8명이 점심 기가 딱 좋은데 남녀 커플 한 쌍이 식사를 하고 있다. 할 수 없이 더 내려가서 자리를 찾아보는데 조금 비좁다. 그래도 폭포 옆에 돗자리를 펴고 가림막도 치고 모기향도 피운다.


각자 싸 온 점심을 펼쳐 놓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부침개, 빵, 김밥, 조각 케이크, 라면, 어묵국, 어묵볶음, 삶은 계란, 사과. 바나나, 배추김치, 갓김치 등 아주 푸짐하다. 고대길님 표 열나짬뽕과 발자취님 표 어묵라면은 특별식이다. 약 1시간 정도 점심 식사를 한다. 커피까지 타서 마시니 우리가 바로 신선, 선녀구나 싶다.


점심을 먹고 신선계곡 물놀이를 한다. 알탕을 하기에는 너무 춥다. 발만 벗고 왔다 갔다 하면서 논다. 바위가 미끄럽지 않아 맨발로 계곡 물속 바위 위를 걸어 다닌다. 정말 시원해서 기분이 최고다!


인테리어 대장님은 벙첨벙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신다. 산행을 즐겨해서 젊은이 못지않은 젊은 피의 소유자시다.


한여름 더위 중에도 시원한 계곡에 발만 담그고 있으면 온몸이 시원해지는 건 모든 혈이 발바닥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계곡 찬물에서 놀고 있노라면 발마사지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 바위를 꾹꾹 눌러보며 떨어지는 물을 맞으 저절로 마사지가 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린아이처럼 놀기 바쁘다. 노는 건 어른이나 아이나 똑같다. 이렇게 기분 좋게 놀다 보면 또 젊어지는 것이다. 엔도르핀 팡팡! 에너지 만땅 충전! 역시 계곡이 최고다!


마당 바위 아래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지난번 내가 내려온 길로 그대로 내려온다. 3주 전인 데도 그때와는 다르게 초록이 더욱 짙어졌다.


"하산하기에 시간이 너무 이른데 이수봉을 갈까요?"

인테리어 대장님이 농담 삼아 물어보기에 물론 나는 Okay다.

"아, 그럼 이수봉 팀과 옛골 팀으로 나누어지죠."

다들 날이 더우니까 산을 더 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쉬엄쉬엄 내려온다. 오늘 산행은 약 5km, 4시간 소요되었다. 물론 점심과 물놀이 시간 포함해서다.


나는 청계산입구역에서 환승해서 그냥 집으로 오고, 다른 이들은 뒤풀이하러 양재역으로 간다. 나는 배가 너무 부르기에 또 무언가를 먹는 게 부담이 되어서다.


암튼 여름 산행은 정상을 찍는 것보다도 물놀이가 최고이다!

선녀폭포
선녀폭포에서
3주 전에 왔을 때 선녀폭포다. 세상에나! 저게 폭포야? 그래서 못 알아본 거다.
신선, 선녀들의 점심 만찬
숨은 계곡 신선계곡
인테리어 대장님
신선계곡 물놀이
수국
하늘말나리
봉숭아, 분꽃
개망초꽃, 루드베키아. 큰까치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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