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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ul 30. 2023

올여름 첫 알탕과 수다

서울 우면산+관악산 미니종주

수도산 일본 중앙알프스 해외원정팀(8월 중)이 훈련을 위해서 우면산+관악산 미니종주를 한단다. 나는 중앙알프스 팀은 아니지만 비교적 가까운 곳이라 참여하기로 한다. 사당 집결이고, 모두 11명 참석(여산우님 9명, 남산우님 3명)에 이커 대장님 리딩이시다. 여산우님들이 많이 참석한 걸 보니 아무래도 이커 대장님이 인기가 많으신 것 같다


우면산은 서울둘레길 코스로 한 번 여름에 타보았고, 겨울에 한 번 타보았다. 한여름 폭염에 두 구간 17km를 타느라고 무지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산행 다시 시작한 초창기이고 코스가 너무 길었다. 겨울산행은 눈이 와서 상고대가 아주 멋스러웠다.


관악산은 총 6번 정도 탔다. 결혼 초에 울 남편 대학동창들과 부부 동반에 아이들까지 다 데리고 오른 적이 있고 산행 다시 시작해서 한 5번 정도 올랐다.(내가 이렇게 산행 횟수를 헤아리고 있으면 산행 고수님들은 웃을지도 모르겠다. ㅎㅎ.)


오늘도 한여름 폭염산행이지만 조금 약식으로 탈 거라서 우면산만 오르고 관악산은 안 오를 수도 있단다.

"그럼 좋지 뭐."

초록숲길로 살방살방 걷고 계곡이 있으면 발도 담그고 맛난 것도 먹고 오면 좋겠다.


오전 10시 사당역 3번 출구 밖에서 만나 한참 땀을 흘리며 우면산을 오른다. 정자쉼터가 나오니 그 아래에서 서로 인사하고 여산우님이 싸 오신 찰옥수수에 소금환도 두 알씩 분배받아먹고 잠시 쉬어간다.


우면산 길은 걷기가 좋다. 완전 그늘길이라 온도는 높아도 걸을 만하다. 한참  오르니 공사 중인 곳이 많다. 돌이 굴러내려올 만한 곳에는 철조망을 얽어서 둥글게 치고, 산사태가 날 만한 곳은 포클레인까지 동원해서 돌을 심어서 벽을 만들고 있다.


덕분에 우면산 정상 가는 길이 막혀서 그냥 내려가기로 한다. 남태령 방향으로 간다. 내리막길이라 걷기가 좋다. 그리 덥지도 않다.


우면산에서 내려와 도로 옆길을 걸어 지하보도 건너 관문사거리에서 관악산 쪽으로 간다. 여기는 아스팔트 도로길이라 열기가 확확 올라와서 꽤나 덥다.


무궁화, 황화 코스모스, 나리꽃, 능소화 등 꽃들이 예쁘게 피어서 담으면서 간다.


관악산 용비골 계곡에서 점심을 먹고 물놀이를 하기로 한다. 우면산 만도 거의 8km 정도를 걸었기에 관악산을 안 걸어도 좋겠단다. 다수의 의견에 따라  산행은 그만하고 편히 쉬었다 가기로 한다. 그야말로 미니 종주이다.


계곡물의 수온이 딱 알맞다. 춥지도 덥지도 않다. 첨벙첨벙 계곡물속에 몸을 담근다. 올여름 첫 알탕이다. 물론 옷 입고 하는 입수이다.


오늘 온 여산우님 중에는 내가 100명산 용화산+오봉산 1일2산 찍을 때 함께 했던 산우님들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친근하다. 재미나게 물놀이를 한다.


"햐! 정말 시원하다."

"사는 거 별 거 있나? 이런 게 바로 사는 재미지."

하하 호호 깔깔대며 논다.


물놀이도 연출이 필요하다. 발 만도 찍어보고 물장구도 치고 첨벙거리면서도 담아본다.


여우랑님이 이커 대장님에게 찬조하셨다는 얼려온 산삼 막걸리가 완전 별미이다. 나는 술을 안 먹기에 아주 조금  맛만 봤는데 아주 찐한 산삼향에 커피맛이 난다. 이런 귀한 것을 보내주신 여우랑님에게 감사하다.


바위 위에 예쁜 낙엽이 있어서 주워서 가지고 논다. 집에 가져가서 말려서 책갈피로 쓸 예정이다.


나는 오늘 사다. 사진 찍는 이들이 없어서이다. 오로지 산행을 즐기기만 하는 분들이다.


나는 사진 찍는 거 좋아해서 개인사진도 남긴다. 모자도 선글도 다 벗어버리고 유년의 어린아이로 돌아가 논다.


울 고향에도  마을을 감싸고도는 강이 있어서 하굣길에 늘 놀다 오곤 했다. 고무신을 공  삼아 모래사장에서 맨발로 발야구도 했다. 그러다 물속에 풍덩 들어가 몸을 씻는다.


갯벌에서 구멍에 손을 넣어 참게도 잡는다. 까만 고무신에 진흙을 넣고 그 속에 잡은 게를 찔러 넣는다. 또 강물 속에 들어가 몸을 씻고 집으로 돌아온다. 석양의 해는 바알갛게 우리들 뒷모습을 비춘다. 그리운 추억이다.


관악산 용비골 계곡 물놀이를 하며 우리들의 발이 호강을 한다. 무더위에 산행하느라 애썼다고 실컷 물속에 담가 둔다. 우리들의 발을 모두 맞대고 단체시진도 찍어준다.


얼마나 무아지경으로 놀았는지 시계를 보니 오후 3시가 다 되어간다. 계곡에 도착한 지가 낮 12시 조금 넘었는데 물놀이를 3시간이나 한 것이다.


수도산님들 계곡에 앉아서 수다가 끊이지를 않는다. 버그네님 가져오신 작은 스피커에서는 연신 감미로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선곡 DJ 님이 신청곡에 따라 음악을 틀어준다. 좋아하는 노래에서 시작하여 가수 이야기, 춤 이야기까지 몇 고개를 넘어간다.


한여름 폭염에 이런 별천지가 따로 없는데, 누군가 이제 그만 하산하자고 한다.

'선녀들은 옷을 가져간 나무꾼이 올 때까지 물밖으로 못 나가는 거 아닌가?'

가만히 혼잣말을 해본다.

저 아래 여산우님들 노는 탕은 선녀탕, 저 위에 남산우님들과 여산우님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며 노는 탕은 속세탕, 감히 이렇게 이름을 지어 불러가며 놀고 있는데 말이다.


나는 동작이 빨라 얼른 준비하고 먼저 계곡 밖으로 나간다. 소나무와 배롱나무를 배경으로 서본다. 진분홍 배롱나무가 활짝 핀 모습이 예쁘다.


하산하면서 관악산 등산로 안내판을 찍어둔다. 다음에 다시 와야겠다.


선두 리딩해주시고 부라보콘 쏘신 이커 대장님, 후미 맡아주시고 선곡해서 음악 틀어주신 버그네님, 이야기꽃을 피워주신 봄가을님, 하이디님, 나두야님, 럭키님, 서초동야산님, 연지님, 세이블님, 먼저 가신 그레이스님, 모두모두 감사하다.

관악산 용비골 물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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