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사랑의 공동체, 가족

영화 《비밀의 언덕》

by 서순오

가족이란 무엇일까? 생각만 해도 좋은 가족, 아니면 생각하기도 싫은 지긋지긋한 가족, 가족이라는 이름에는 많은 우여곡절과 사연들이 있을 것이다.


영화 <비밀의 언덕>을 보고 있노라니 가족이기에 있는 그대로를 다 보아주며 살아가지만 용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가족의 구성원이지만 서로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인공 5학년 명은은 시장에서 젓갈 장사를 하는 엄마와 그 옆에서 낮잠이나 자면서 빈둥거리며 노는 아버지, 6학년 오빠가 있다. 할아버지와 막노동을 하는 삼촌은 따로 살고 있다.


한 번도 반장을 해본 적이 없는 명은은 비밀 우체통을 만들어 반 아이들의 고민을 해소시켜 주겠다는 공약 하나로 덜컥 반장이 된다. 장사하느라 바쁜 엄마는 반장 부모로서 학교 일을 도우러 갈 시간이 없다. 반 아이들에게 햄버거 같은 것을 한 턱 쏠 수도 없다. 겨우 바나나를 두 개씩 돌려보지만 아이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여기저기 버려지기도 한다.


거기다가 설상가상으로 환경보전 글짓기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명은은 가족과 함께 고깃집에서 밥을 먹다가 엄마가 젓갈 장사를 하는 걸 회장 엄마에게 들킨다. 회장이 알게 되자 창피해서 아니라고 우긴다.


명은은 가족이 마음에 안 든다. 급기야 가짜 가족을 만들어 사진을 찍고 앨범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자랑을 한다.


두 여자 아이가 전학을 온다. 이란성쌍둥이라고 하는데, 명은이 반에 한 명, 옆반에 한 명 배정이 된다. 그런데 이 아이들 중 한 명은 아가씨들 거리의 사장이 엄마이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실은 쌍둥이가 아니다. 다른 아이도 아가씨 중 한 명이 낳아서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다. 교장 선생님이 이란성쌍둥이라고 하라니까 그렇게 말한 것이다.


이 아이들은 글짓기를 아주 잘한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서 최우수상을 탄다.


"글 잘 쓰는 비결이 뭐야?"

"솔직하게 쓰면 선생님들이 감동을 받아서 상을 줘."

명은은 이 아이들에게서 힌트를 얻는다.


가정의 달 성원시 글짓기 대회에서 명은도 솔직하게 자기 가족 이야기를 써서 입선과 대상을 동시에 받게 된다. 그런데 대상을 탈 작품이 문제이다.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쓴 <손녀로부터 온 편지>라는 글은 자기 가족의 치부를 다 드러낸 글이다. 가족이 싫고 창피한 것을 있는 그대로 다 쓴 것이다.


이 상은 시대항이라 신문에도 나고 글도 전면이 신문에 실리고 책자도 만들어진다.


그래서 명은은 아쉽지만 대상을 포기하기로 한다. 가족이 상처받을까 봐 겁이 나서다. 시 담당자는 대상이라서 안 된다고 하지만, 담임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대상은 안 받고 입선만 상을 받는다. 이란성쌍둥이(?) 자매가 우수상을 받았기에 그 작품을 시상식장에서 낭독한다.


초등학교에서 논술과 글짓기를 가르칠 때 글 잘 쓰는 첫 번째 조건으로 '솔직하게'를 말했다. 비록 조금 어눌해도 솔직하면 감동을 준다.


그런데 감동을 주면 다일까? 그 글로 인해 그 속에 나오는 사람이 상처를 받는 데도 말이다. 특히나 가족이나 친구나 애인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소중한 사람에게는 지켜주어야 할 비밀이 있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허물이 있기 마련이다. 허물은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다. 부끄러운 비밀은 나만 알거나 아주 친한 둘만, 가족만 알고 싶을 수도 있다.


언제나 함께 하기에 가족은 소중하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살기에 좋은 점도 나쁜 점도 다 드러난다. 그러나 그래서 더욱 가족이라는 끈끈함과 결속력을 지닐 수 있다. 내 것을 네 것으로, 네 것을 내 것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유일한 공동체가 가족이다. 가족의 장점은 바로 나의 장점이고, 가족의 단점 역시 바로 나의 단점이다. 나의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존재, 그것이 바로 가족이다.


그래서 명은의 선택은 백 번 옳다. 그러면 이란성쌍둥이(?)의 선택은 어떠한가? 자신들은 상을 받고도 손가락질을 받고 왕따를 당한다. 또 낳아준 엄마들 입장은 어떠할 것인가? 생계를 꾸리느라, 먹고 사느라, 애들이 학교를 가든 안 가든, 상을 받든 안 받든, 아예 관심이 없을 수도 있지만, 5학년쯤 되었으면 엄마들의 입장도 헤아릴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가족이라면 부끄러운 허물은 덮어주고 좋은 점은 자랑스럽게 칭찬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위로와 사랑의 공동체가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영화 《비밀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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