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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Sep 17. 2023

나의 정원에 꽃을 피우는 일

영화 《작은 정원》

큐멘터리 영화 《작은 정원》은 평균 75세 할머니들의 이야기이다. 강릉시 중심부 명주동 할머니 8명이 <작은 정원> 동아리를 만들어 텃밭 가꾸고 골목 청소 하고 핸드폰 사용법을 배운다.


그런데 어느 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다가 더 나아가서 영화를 찍기 시작한다. 《우리 동네 우체부》라는 단편영화는 노인대회에서 상을 받는다. 이어서 다큐멘터리를 찍어보기로 한다. 이것이 바로 영화 《작은 정원》이다.


영화 초반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뒷모습이 하나씩 지나가고 봉봉방앗간과 할머니들이 사는 집들이 지나간다. 드디어 할머니들의 모임장소가 보이고 수다가 시작된다.

"늙어서 이런 거 찍기 싫다."

그러나 8명의 할머니들은 쑥스러운 듯하지만 모두가 아주 자연스럽게 카메라 앞에 선다.


많은 인생의 질곡 겪으며 할머니들의 삶도 다양하다. 성품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살아왔다. 남편을 만나 아들, 딸 낳고 살다가 먼저 남편을 보낸 이들도 있고 몸이 아픈 이들도 있다.


"너에게 엄마란 어떤 존재야?"

자식들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대뜸 서운했던 것부터 말하는 딸, 늘 엄마를 생각하면 행복하다는 아들, '왜 뜬금없이 그런 걸 묻느냐?'라고 되묻는 자녀들, '그냥 궁금해서'라고 답을 하지만, 실은 영화를 찍기 위한 미션이다.


그리고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때, 먼저 간 남편에게 이야기를 하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영화를 보는 우리들 눈가도 촉촉해진다. 부부란 그런 존재다. 함께 있을 땐 잘 몰라도 누구라도 먼저 가 보면 안다. 이 세상 수많은 사람 중에 너와 내가 부부가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만나 가족을 이루고 알콩달콩 살다가 때로는 애증하며 깊은 정이 든다. 그러다  하나씩 둘씩 모두가 다 내 곁을 떠나고, 어느 날 문득 혼자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수명이 점점 길어져서 노령인구가 늘어나는 시대, 앞로 우리는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돈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무엇을 하고 살지가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작은 정원》은 하나의 팁을 주는 영화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진정으로 해보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 여긴다. 그것이 바로 나의 작은 정원에 예쁜 꽃을 피우는 일이다.

영화 《작은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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