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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Sep 14. 2023

존경이 존경을 낳는다

 영화 《휴고》

화계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는 처음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말하면 "뭐야? 영화맨 맞아?" 그럴 수도 있겠다.


하긴 내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안 것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자 시상식장에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마틴 스콜세지를 손꼽았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를 볼 때 감독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을 안 쓰는 편이다. 영화의 수혜를 누리는 사람으로서 조금 무심하 싶을 정도이다.


문학작품이나 미술, 음악에 대해서는 누가 썼는지 그렸는지, 누 작곡하고 노래를 불렀는지 연주했는지, 내게는 중요해서 지대한 관심을 는데 말이다. 앞으로는 영화에 대해서도 좀 더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겠다.


영화 《휴고》는 봉준호 감독이 알아봐 주고 존경하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 작품이다. 또한 영화 사랑과 영화 역사, 최초의 영화 《기차의 도착》을 만든 조르주 멜리어스에 대 마틴 스콜세지의  존경을 담은 영화이기도 하다.


1931년 프랑스 파리, 몽파르네스 기차역

커다란 시계탑 속에는 열두 살 소년 ‘휴고’가 살고 있다. 소년은 뿌옇게 올라오는 열차의 증기 사이로 미로 같은 길을 따라다니며 시계의 태엽을 감아 시계가 멈추지 않게 한다.


아버지는 화재 사고로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휴고에게 고장 난 로봇 인형을 남겼다. 휴고는 로봇 인형 속에 아버지의 메시지가 숨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장난감 수리점 조르즈 할아버지의 가게에서 부속품을 훔쳐서 로봇인형을 고치려고 애를 쓴다.


그러다 잡혀서 로봇인형의 설계도가 담긴 공책을 빼앗기고 만다. 그것을 찾으러 가면서 조르즈 할아버지의 손녀딸 이자벨을 만나는데 뜻밖에도 그 소녀목걸이가 바로 로봇인형의 열쇠이다. 열쇠를 넣어 돌리자 로봇인형은 글씨를 쓰기 시작한다. 아니다. 그림을 그린다. 영화의 역사에 대한 그림이다. 그리고 그 그림들은 활동사진으로 살아난다.


화려한 미국의 뒷면에 가려져 있는 어두운 사회상을 탁월한 연출력으로 담아냈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휴고서는 전혀 다른 가족애와 인생의 밝고 긍정적인 면을 그렸다. 더군다나 《휴고》를 통해 생애 최초로 3D 영화를 선보였다. 1950년대에 청소년이었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다이얼 M을 돌려라를 본 후 3D 기법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 후 휴고를 3D로  것이다.


휴고》는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등 총 11개 부문에최다 수상의 영예를 거머쥐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연출력, 베스트셀러 원작의 미난 이야기, 입체적인 3D 영상, 유명 배우들의 연기까지 더해 덕분이다.


휴고는 브라이언 셀즈닉의 그림책 <위고 카브레>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2007년 출판된 <위고 카브레> 2008년 칼데콧상, 2007년 뉴욕 타임스 베스트 일러스트상, 2007년 뉴욕 타임즈 아동 도서 부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그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명작이다.


브라이언 셀즈닉은 그림책 <위고 카브레>를 쓰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언젠가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의 달나라 여행이란 작품을 보게 되었다. 기회가 면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을 만 한 소년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개비 우드의 <에디슨스 이브>라는 자동인형의 역사를 담은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챕터가 모두 조르주 멜리에스에 관한 내용이었다. 조르주 멜리에스가 만든 자동인형이 사후에 한 박물관에 기증되었지만 창고에 보관되다가 결국 폐기가 되었다는 다. 그 책을 읽으면서 한 소년이 쓰레기 더미를 뒤지다가 그 망가진 기계를 찾는 상상을 했다. 그것이 바로 <위고 카브레>다”


그 뒤로 브라이언 셀즈닉은 조르주 멜리에스의 삶과 1930년대 시대상을 조사했고, 파리의 기차역 안에서 살아가는 모험심 강한 소년 ‘휴고’의 이야기 가미해 그림책 <위고 카브레>탄생시켰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 역시 딸과 함께 원작 그림책을 읽으며 연출을 결심했다고 한다. 영화의 제작자 그레이엄 킹으로부터 그림책 <위고 카브레>전달받아서 단숨에 책을 다 읽어 내려갔을 만큼 주인공 ‘휴고’에게 빠져들었다. 아버지와의 추억을 안고 살아가는 소년 ‘휴고’와 아버지와 함께 극장에서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워 온 마틴 스콜세지 감독 자신의 모습이 동일시되면서 깊은 공감을 했던 것이다.


브라이언 셀즈닉은 조르즈 멜리어스를, 마틴 스콜세지는 브라이언 셀즈닉, 알프도 히치콕, 조르즈 멜리어스를, 봉준호 감독은 마틴 스콜세지를 존경한 셈이다. 


존경이 존경을 낳는다. 존경하는 사람이 있어야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사람이 누군가를 존경하면 자연스레 그를 닮아가게 되어 있다. 존경하는 사람만큼 자랄 수 있는 것이다. 론 그 이상도 될 수 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 그 분야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찾아내는 일, 그것이 바로 나를 존경받는 인물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영화 《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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