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순오 Dec 03. 2023

 일인식탁 솔밭샤브 & 신부공원

1호선 타고 일일여행 : 천안여행(3)

천안 종합터미널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는다. 신세계 백화점 안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밖에서 조금 걷다가 보니까 <일인식탁 솔밭샤브>가 있다. 이 많아 대기를 해서 일인 식탁에 앉는다. 내 앞 대기자인 젊은이는 내 옆자리에 앉았는데 벌써 음식이 나와서 맛있게 먹고 있다. 거의 다 먹어갈 무렵 '내 꺼는 왜 안 나오냐?'라고 물어보니 주문을 해야 나온단다. 소스병이 놓여있는 위 선반에 작은 태블릿이 있다. 거기서 주문하니 금방 나온다. 뭘 알아야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시대이다.


쇠고기 샤브와 야채, 죽까지 시켰더니 양이 너무 많다. 점심시간을 살짝 넘겨서 배 고팠기에 아주 맛있게 먹는다. 실은 음식 맛이 좋아서 사람이 많은 것이다. 샤브와 야채, 칼국수까지 다 먹고, 죽은 포장 해달라니까 안 된단다. 그래서 가져간 컵에 담아 온다. 이거 너무 알뜰한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버리는 거 보단 낫다.


점심 먹고 밖으로 나와서 아라리오 미술관 가는 길을 물어보니까 신세계 지나서 쭉 가란다. 갈색 건물이 보이면 그게 아라리오 미술관이란다. 신세계 앞에도 조형물이 멋진 게 많다. 커다란 빨간 가방, 움직이는 사람을 표현한 듯한 하얀 조형물, 철 재질 그대로 만든 둥근 조형물, 높이 솟은 기둥 같은 조형물이 특이하면서도 예술적이다.


아라리오 미술관 눈팅 하고 지나서 신부공원으로 간다. "영광의 기록 만이 역사는 아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임종국 동상, 평화의 소녀상, "대한민국 주인은 국민이다"라는 '6월 민주항쟁 30주년 기념비'가 있다.


도로변에 아주 작은 공원인데, 조형물들이 있어서 보기가 좋다.  걸어가는 곳곳이 다 미술관 같다. 거리와 공원에 조각품이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이 참 좋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 신부공원에 빨간 열매가 꽃처럼 익은 게 눈에 확 띈다. 남천나무이다. 수원 서호공원에서 팔색길로 접어드는 초입에도 이 나무가 많은데, 그곳을 걸을 때 이름을 알아두어서 그런지 아주 반갑다. 이름을 불러주면 꽃이나 열매들도 더 좋아할 것 같다.  김춘수의 시나 어린 왕자의 장미꽃처럼 말이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너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추수, <꽃>에서-


이름을 불러주면 꽃이 되고 의미가 된다. 이름을 불러주면 친구가 되고, 계속해서 시간을 들이고 눈여겨 마음에 깊이 담아주면 아주 소중한 존재가 된다.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

다른 사람에게는 결코 열어주지 않는 문을

당신에게만 열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당신의 진정한 친구이다.

-생떽쥐베리, <어린왕자>에서-

<일인식탁 솔밭샤브>에서 점심식사
천안 신세계 앞 멋진 조형물
임종국 동상
평화의 소녀상과 6월 민주항쟁 30주년 기념비
신부공원 조형물
신부공원 남천나무 빨간 열매


매거진의 이전글 천호지 마른 꽃들의 향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