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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Feb 19. 2024

느티나무 선비의 고장 괴산 산막이옛길

괴산 여행(1)

원 산행짝꿍 달리아님과 괴산여행을 간다. 올만에 만나서 무지 반울 것 같다.


날씨는 포근해서 옷을 가볍게 입었는데, 산이나 폭포에서는 살짝 추울 수도 있겠다. 속에는 아직 내복을 입었고, 얇은 실크 블라우스에 누비로 된 바바리를 겉에 입었다. 그렇지만 최고온도가 영상 10도를 넘어가니 걷다 보면 더울 수도 있긴 하다.


괴산 여행은 예전에 울 여고 친구들이 산막이옛길을 걸은 적이 있는데, 그때 나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함께 하지 못했다. 남겨두면 꼭 가볼 기회가 생긴다고 하는데, 이름만 들었던 산막이옛길을 드디어 걸어볼 수 있게 되었다.


느티나무가 많고 병풍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선비의 고장이 괴산이다. 괴산이란 이름은 '느티나무 괴' 자를 써서 지었단다. 과거급제 길이 있는 문경과도 가까운 괴산은 굽이굽이 아홉 구비 계곡이 많은데, 선유구곡, 화양구곡 등이 유명하단다.


화양구곡 자리에 연하엽구름다리를 만든 지는 7-8년 되었고, '안개 연, 노을 하' 자를 써서 이름을 지었단다. 괴산 호수 뿌연 안갯속에서 바라보는 새벽 여명이나 안개가 걷히면서 빠알갛게 떠오르는 해돋이, 석양의 노을도 아름답지 않을까 싶다. 새벽 미명이나 저녁 어스름에도 산막이옛길을 걸어보면 전혀 다른 느낌이 날 것 같다.


산막이옛길은 2011년에 사오람마을 군수가 자신이 어렸을 때 다녔던 길 7km 정도를 옛길로 조성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산막이옛길 괴산호를 보면서 걷는 숲길이 고즈넉하다. 물빛이 청옥빛인데, 하늘과 어우러진 호수빛이 참 맑고 투명하다.


그런데 이 괴산호는 괴산댐이 건설되면서 그 밑에 있던 마을들이 모두 물에 잠겼다고 한다. 어쩌면 슬픔을 간직한 호수요, 길인 지도 모르겠다.


혼자 오신 어떤 남자 한 분이 자기 사진은 안 찍으면서 다른 사람 사진은 꼼꼼하게 찍어주신다. 내 사진도 이리 서 봐라 저리 서 봐라 예쁘게 찍어 주셔서 감사하다.


달리아님은 저만치 앞서간다. 아침을 안 먹고 와서 배가 고파서 자꾸만 걸음이 빨라진단다. 나는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서 아직 배는 안 고픈데 말이다. 그렇지만 나도 걸음을 재촉해서 걷는다. 늦은 우체통과 고풍스러운 수월정도 빨리 둘러본다. 누구랑 함께 오면 보폭을 맞추는 건 당연하다.


산막이옛길은 포토존이 여러 군데 있고 이름 있는 바위들도 많다. 전망대, 다래숲동굴, 삼신바위, 거북바위, 오두막, 흔들 그네, 매바위, 앉은뱅이 약수 등 재미난 것들도 많다. 걷는 동안 심심할 틈이 없다. 금방금방 지나간다.


아침에는 괴산호가 제법 얼어 있었는데 조금씩 녹고 있어서 호수 물빛이 더욱 신비롭다. 꾀꼬리전망대에서 양쪽 괴산호를 바라보며 잠시 쉬어간다.


산막이옛길은 괴산호를 한 바퀴 둥글게 빙 돌 수 있게 되어 있다. 우리는 연하엽구름다리에서 사오람마을까지 약 4km를 1시간 30분으로 반 정도만 지만, 호수 전체 7km를 다 돌아도 2시간 30분 정도면 걸을 수 있단다. 꽃 피는 계절에 괴산호를 한 바퀴 다 돌아도 참 좋겠다.


산막이옛길을 걷다 보니 덥다. 겉옷을 벗어서 들고 걷는다. 하긴 영상 10도가 넘어가고 우리는 걷고 있어서다. 완연한 봄날씨다. 옷을 가볍게 입고 나오길 잘했다.


앉은뱅이 약수가 있어서 물을 한 바가지 떠서 마신다. 앉은뱅이가 이 앞을 지나가다가 물을 마시고 효험을 보아서 붙은 이름이란다. 사철  내내 마르지 않는 약수란다.

"이 물을 마시는 모든 이들의 질병은 나을지어다."

기도를 드려본다.


아름다운 미녀참나무는 그 자태가 날씬하고 위로 뻗은 곡선이 아름다워 붙은 이름 같다.


망세루라는 전망대는 남매바위 위에 세워졌는데, 주변 봉우리들과 괴산호를 양쪽에서 볼 수 있는 곳으로 마음에 평안을 누 수 있는 곳이란다.


산막이옛길에는 노루들이 와서 물을 먹고 가는 노루샘, 출렁출렁 조심조심 걸어가는 출렁다리, 키 큰 늘씬한 소나무가 하늘을 향해 기개 있게 서 있는 소나무동산, 고인돌 위에 작은 돌을 쌓아 놓은 고인돌쉼터 등 볼거리가 많다.


오늘 괴산호 유람선은 운행을 안 한다. 아마도 호수 물이 얼어서 유람선이 다니기 어려워서인 듯하다. 날이 풀려 호수 물이 녹으면 곧 운행을 하지 않을까 싶다.


사오람마을에 도착하니 길가 상에서 버섯, 고춧가루 등 특산품 팔고 있다. 상점 주인이 직접 만들었다는 고춧가루 두 봉지를 산다. 이곳 충청도는 찰옥수수, 절임배추, 청결고추가 유명하다고 하니 값도 싸게 잘 산 것 같다. 리 집은 겉절이  김치를 주로 해 먹어서 고춧가루가 많이 필요하다.


이제 점심을 먹으러 <산막이세자매> 식당으로 들어간다. 가이드님은 다른 식당을 추천했지만 우리는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안에 사람 많은 식당을 찾아본다. 나는 다슬기해장국, 달리아님은 메밀막국수를 먹자고 의논하면서 <산막이세자매> 식당 앞에 서 있다.


어떤 남자분이 들어가면서 '이 집이 맛있는 집'이란다.

"그렇군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이 무지 많다.

"역시나 맛있는 집은 사람이 많아."

겨울에는 메밀막국수를 하지 않는 대서 다슬기해장국과 메밀 전, 공깃밥 1개를 추가해서 주문한다.

"와우! 반찬이 하나하나 모두 맛있다."

배가 고픈 만큼 아주 맛있게 먹는다. 대만족이다.

산막이옛길 연하엽구름다리
얼음이 얼었다 녹고 있는 괴산호
수월정
산막이옛길 포토존
괴산호 유람선 타는 곳
아름다운 미녀참나무
꾀꼬리전망대와 망세루에서
산막이옛길 출렁다리와 괴산호
사오람마을 맛집 <산막이세자매>
다슬기해장국과 메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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