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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Feb 28. 2024

더 많이 사랑한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잃는다

 영화 <우묵배미의 사랑>

나는 가끔 여자와 남자는 참 다르다는 걸 느낀다. 사랑에서도 그렇다. 여자는 남자 하나만 보고 모든 걸 다 걸고 사랑하지만, 남자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부분적으로 사랑한다. 영화 <우묵배미의 사랑>을 보고 다시 한번 그것을 확인한다.


우묵배미의 로맨스는 둘 다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는 남자 배일도와 여자 민봉례가 만나면서 시작된다. 어찌 그리 둘 다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인지, 일도는 몸 파는 여자와 관계를 한 후 아이를 낳자 함께 동거를 하고, 봉례는 무지막지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와 산다.


둘은 미싱사로 공장에서 만나는데, 바로 옆자리에서 일하면서 관심을 갖는다. 서로 가정이 있는 걸 알지만 야간 기차를 타고 멀리멀리 가서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밤에 몰래 우묵배미의 비닐하우스에서도 자주 만나 뜨겁게 사랑한다.


두 사람의 달콤한 사랑은 급기야 둘 다 집을 나와 따로 살림을 차리는 데까지 이른다. 여자 봉례는 아이도 남편도 버리고 사랑에 목숨을 걸고 일도를 따라온다. 그런데 남자 일도는 아내가 찾아와 일도의 부모 집으로 데리고 가면서 주춤한다. 일도의 아내는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남편 일도에게 창피를 준다. 그렇게 봉례와 일도의 사랑은 끝이 다.


시간이 얼마간 흐른 후 봉례는 일도에게 전화를 하고 마지막으로 비닐하우스에서 만난다. 봉례는 비날하우스에 여러 번 왔었다고, 자신은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일도만을 사랑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도는 봉례가 자신 마음을 빼앗은 단 하나의 사랑이라고 느끼면서도 가정을 지킨다. 물론 드센 아내의 질투와 방해로 인해 그렇게 된 것이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면 봉례를 붙잡았을지도 모른다. 봉례는 울면서 떠난다. 그렇게 <우묵배미의 사랑>은 슬픈 사랑이다.


소설 속에서도 사랑 때문에 여자가 완전히 망가진 경우 많이 나온다. 안나 나도, 채털리 부인도, <주홍글씨>의 헤스터도 그렇다.


물론 남자가 사랑 때문에 망가진 경우도 나오기는 한다. 위대한 개츠비와 젊은 베르테르처럼 사랑에 전 생애와 목숨을 건 남자도 있긴 하다.


남자든 여자든 더 많이 사랑한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잃는다. 잃는 것이 없다면 그건 진실한 사랑이 아닐런 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조금 야한 장면이 나오는 애로영화를 보면서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망가진 봉례의 사랑이 가슴 아프다. 그러나 봉례는 사랑했기에 행복했을 것이다.


유치환 시인의 <행복>이라는 시 한  떠오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영화 <우묵배미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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