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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Mar 15. 2024

인터넷 공간과 글쓰기

싸이월드에 이어 다음블로그가 사라지고, 이번에는 카카오스토리가 잠시 먹통이 되었다가 다시 열렸다. 인터넷 공간에 열심히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고 하는 행위가 언젠가는 다 없어질 수 있으리라는 걸 알고는 있다. 그러면서도 날마다 기록하는 습관 때문에 그저 기록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부지런히 기록한 그 많은 자료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AI가 자료수집으로 사용하는 것일까? 내가 쓴 자료들이 어느 한순간에 사라질 때는 무언가를 잔뜩 도둑맞은 사람처럼 그저 황당할 뿐이다.


물론 기록하는 사람이 죽는다면 모든 기록은 필요 없는 자료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군가가 그 자료들을 사용한다면 필요한 것이지만 말이다.


지적 재산권이라는 게 있는데, 그렇다면 책으로 낸 것들은 안전할까? 도서관에 보관이 되고 도서관은 관리가 되니까. 그러나 당사자가 죽고 많은 세월이 흐른다면 남아 있을까? 유명한 문학상을 받거나 인기 있는 작가들의 경우라도 말이다.


요즘처럼 누구나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시대에 쏟아지는 그 많은 자료들을 보관할 공간은 있을까?


예전에 어느 분이 책을 쓰는 일은 여러 가지로 낭비라는 말을 한 기억이 있다. 별 일도 아닌 글을 써서 시간 낭비요, 책을 내야 해서 나무를 베어야 하니 낭비요, 또 책이 버려지니 환경오염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책 쓰는 일을 보류했다. 굳이 내려면 낼 수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도서관을 좋아해서 그곳에서 빌려다가 많은 책들을 읽어보지만 내 마음에 쏙 드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이름 있는 상을 받은 작품들도 만족감보다는 실망감이 크다. 노벨문학상 수상작들도 안 읽으니만 못한 게 많았다. 특히 최근에 수상한 작품들은 더 그랬다. 책을 읽은 시간이 아깝고, 서관에 없는 책은 구입해서  읽고 돈이 아깝다는 생각까지 했다. 내놓고 불륜에 미성년자 출산에 아주 가관이다. "이런 쓰레기 같은 책에 상을 주다니!"


어린이 문학상 받은 작품들도 대체로 그렇다. 귀신 이야기에 되바라진 어린이에 이혼 가정, 결핍 가족, 부모에게 버려지는 어린이, 불륜에 살인에 자살 이야기가 많다. 지나친 폭력에다 종교적으로 비이상적인 것들도 많다. 세상이 자꾸만 험악해져서 그러는 것이리라.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무엇을 배울까?


에세이는 또 어떤가? 시시콜콜한 이야기, 우울증에다 이혼에다 여행이나 산행이야기, 사이버세계, 휴머노이드 얘기,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책들이 많다. 또 자기계발서나 작법서라는 이름으로 가르치려는 책은 또 얼마나 쏟아져 나오는가?


시는 현학적이고 난해하고 너무 가볍거나 시류에 편승한 것들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인터넷공간 글쓰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나도 매일 쓰고 있기에 다른 사람에게 무어라 말할 입장은 아니다.


그래서 내가 열심히 기록한 것들이 하루아침에 먹통이 되면서 사라져도 그다지 놀라지 않는다. 내가 정리하지 못하는 것들을 한방에 정리해 준 느낌이랄까?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아주 깊은 시골이나 산골로 들어가 인터넷 없이 살아보고 싶다. 배움도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서 초등학교 정도 나오거나 그냥 집에서 한글과 숫자를 깨우치는 정도로 하고, 전화나 텔레비전 없이 살아도 좋겠다. 나 먹을 것 농사지어서 먹고 산나물 열매 따서 먹고 자연과 벗 삼아 살아보고 싶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은 있었으면 좋겠다. 둘이서 알콩달콩 자연인으로 흙과 함께 살다가 흙에 묻히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인으로는 다시 태어날 일이 없기에 그저 한 번 꿈꿔보는 것이다.


그러나 꿈일 뿐 나는 너무 많이 배웠고, 너무 많은 것을 할 줄 다. 인터넷 공간과도 거의 밀착되어 살아간다. 글도  매일 쓴다. 사진도 그림도 자주 찍고 그린다. 이 많은 기록들을 다 어디에 둘까? 그래서 하나하나 정리해 볼 생각이다. 종이를 쓰지 않으면서도 내가 살아온 흔적은 남겨보는 일, 그것은 다분히 자기만족이다. 내가 떠난 뒤 우리 후손들이 나의 기록을 거두어 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일단 적되 나 혼자 두고 보기에도 아까운 것들만 추려서 전자책 정도로 내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내가 인터넷 공간에 부지런히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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