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집을 옮겨 다니며 살고 있을까? 태어난 집, 유년 시절을 보낸 집, 이사해서 살아간 집, 결혼해서 살던 집, 지금 살고 있는 집 등 아마도 최소 몇 번은 이사를 하면서 살고 있을 것이다.
설치 미술가 서도호 작가는 천으로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해서 집을 만든다. 조금 빳빳한 천에 자신이 살았던 집들을 재현해 낸다. 평소에는 작품을 접어 두었다가 전시를 할 때는 다림질을 해서 설치한다고 한다.
1층과 2층이 있고 그 사이에 집 하나는 위로 세워져 있고, 집 하나는 아래로 매달린 듯한 <집속의 집> 시리즈 중 하나의 작품은 공중에 붕 떠 있는 듯하다. 이 집은 우리가 잠시 잠깐 이 땅에서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은유 같다.
서도호 작가의 <집> 시리즈를 보고 있노라니 내가 살았던 집들이 떠오른다.
내가 태어난 집, 유년 시절, 마당과 뒤뜰이 있는 집, 이사한 후 사춘기를 앓던 도시의 낯선 골목과 작은 방, 새 집을 사서 처음으로 내 방을 가졌던 집, 결혼 후 작은 아파트를 분양해서 신혼살림을 차렸던 집, 그리고 여러 번 이사를 했다. 높은 언덕을 올라 가야 했던 쌍문동의 집, 작지만 마당이 있고 화단이 있던 집, 온갖 꽃들이 심겨 있고, 파라솔이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그곳에 앉아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었다. 몇 년 전에는 귀촌을 해볼까 하여 지리산 지역에 일터를 얻어 솟을대문이 있는 한옥에 잠시 산 적이 있다. 비록 집안 식구들이 모두 시골 생활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다시 올라왔지만 말이다.
서도호의 집은 꼭 한옥의 솟을대문 같다. 솟을대문하나는 땅에 견고하게 서 있다. 솟을대문 다른 하나는 위로 열린 창문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꼭 하늘에 뿌리를 박고 서 있는 것 같다.
또 어찌 보면 개선문 같기도 하다. 독일의 개선문처럼 어느 장군이 승전고를 울리고 저 개선문으로 들어서지 않을까? 험한 인생 다 지난 후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잘 살아왔노라' 회고하며 저 자연스러운 개선문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어쩌면 저 개선문은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문이 아닐까?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집에 대한 기억과 이 땅의 삶을 다한 후 평화와 안식이 있는 하늘나라로 들어가고 싶은 소망을 담는다. 서도호 작가처럼 나도 상상 속에서 가녀린 천에 바느질로 그동안 내가 살았던 집들과 앞으로 살아갈 집을 만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