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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Mar 15. 2024

내가 살아온 집, 더 나아가 하늘로 가는 개선문

서도호, <집속의 집>을 보고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집을 옮겨 다니며 살고 있을까? 태어난 집, 유년 시절보낸 집, 이사해서 살아간 집, 결혼해서 살던 집, 지금 살고 있는 집 등 아마도 최소 몇 번은 이사를 하면서  살고 있을 것이다.


설치 미술가 서도호 작가는 천으로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해서 집을 만든다. 조금 빳빳한 천에 자신이 살았던 집들을 재현해 낸다. 평소에는 작품을 접어 두었다가 전시를 할 때는 다림질을 해서 설치한다고 한다.


1층과 2층이 있고 그 사이에 집 하나는 위로 세워져 있고, 집 하나는 아래로 매달린 듯한 <속의 집> 시리즈 중 하나의 작품은 공중에 붕 떠 있는 듯하다. 이 집은 우리가 잠시 잠깐 이 땅에서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은유 같다.


서도호 작가의 <집> 시리즈를 보고 있노라니 내가 살았던 집들이 떠오른다.


내가 태어난 집, 유년 시절, 마당과 뒤뜰이 있는 집, 이사한 후 사춘기를 앓던 도시의 낯선 골목과 작은 방, 새 집을 사서 처음으로  내 방을 가졌던 집, 결혼 후 작은 아파트를 분양해서 신혼살림을 차렸던 집, 그리고 여러 번 이사를 했다. 높은 언덕을 라 가야 했던 쌍문동의 집, 작지만 마당이 있고 화단이 있던 집, 온갖 꽃들이 심겨 있고, 파라솔이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그곳에 앉아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었다. 몇 년 전에는 귀촌을 해볼까 하여 지리산 지역에 일터를 얻어 솟을대문이 있는 한옥에 잠시 산 적이 있다. 비록 집안 식구들이 모두 시골 생활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다시 올라왔지만 말이다.


서도호의 집은 꼭 한옥의 솟을대문 같다. 을대문 하나는 땅에 견고하게 서 있다. 솟을대문 다른 하나는 위로 열린 창문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꼭 하늘에 뿌리를 박고 서 있는 것 같다.


어찌 보면 개선문 같기도 하다. 독일의 개선문처럼 어느 장군이 승전고를 리고 저 개선문으로 들어서지 않을까? 험한 인생 다 지난 후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잘 살아왔노라' 회고하며 저 자연스러운 개선문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어쩌면 저 개선문은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문이 아닐까?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집에 대한 기억과 이 땅의 삶을 다한 후 평화와 안식이 있는 하늘나라로 들어가고 싶은 소망을 담는다. 서도호 작가처럼 나도 상상 속에서 가녀린 천에 바느질로 그동안 내가 살았던 집들과 앞으로 살아 집을 만들어본다.

2017 베니스비엔날레, 서도호 <집 속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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