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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un 20. 2024

내게 하듯이 똑같이 다른 사람과도?

영화 <그녀(Her)>

알파산 자작님과 둘이서 수원시미디어센터 영화 <그녀>를 보러간다. 수원화성 분위기에 맞게 지난해에 새로 지은 고풍스러운 수원미디어센터는 어느 시중영화관 못지않은 상영관을 자랑한다. 매주 수, 금에 정기상영을 해주는데 예약하면 무료관람이 가능하다. 영화는 개봉작은 아니고, 2~3년 지난 것들이고 때로는 아주 오래된 것도 있다. 그렇지만, 잘 선별해서 매달 특색 있게 구성해서 보여준다. 나는 자주 애용하는 편이다.


맨 뒷자리 좌석번호를 받아 상영관으로 들어간다. 4명 예약했는데, 2명만 볼 거라서 2명은 취소를 했다.


영화는 4시에 상영이다. 시간이 10여 분 남아 있어서 수원미디어센터 홍보 영상이 한참 지나간다. 드디어 영화 <그녀> 상영이 시작된다. 나는 영화를 볼 때 감독도 배우도 안 보고 줄거리 중심으로 보는 편이라 이번에도 그렇게 본다.


손 편지 대행을 하는 <손편지닷컴>에서 대필작가로 일하는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는 아내 캐서린과 이혼소송 중이고 별거상태이다. 그렇지만 몇 달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감성적인 그는 그 누구의 편지를 대행하든 상대방이 감동을 받도록 편지를 써준다.


테오도르는 OS 운영체제인 AI 사만다와 매일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서 점점 가까워진다. 테오도르가 자신의 속내를 거의 다 털어놓으면서 사만다도  그에게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다 하게 된다. 사만다는 매일 모닝 인사를 하고 이메일을 확인해 주고 신문을 읽어주고 노래도 들려주고 취침인사도 하는 개인비서역할을 톡톡히 한다. 결국 테오도르는 캐서린과 이혼을 하고 사만다에게 점점 깊이 빠져들어간다. '사랑'이라는 이름이 가능하다면 둘은 사랑에 빠진다. 깊은 관계도 가진다.


그러나 위기가 찾아온다. 사만다는 새로운 OS 운영체제로 바뀐다. 동시에 여러 사람과 관계한다. 테오도르는 수천 명의 사람과 동시에 이야기를 나누고, 수백 명을 동시에 사랑한다는 사만다의 말에 상처를 입는다.

"내게 하듯이 똑같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과도 사랑을 한다?"

사랑은 하나이기에 용납할 수가 없다.

 

테오도르는 헤어진 아내 캐서린에게 손 편지를 쓴다. 자기 방식대로 짜 맞추려고 해서 힘들었겠다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사람이 사람인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할 수 있는 존재여서가 아닐까?그것도 오직 한 사람과만 깊은 관계를 맺수 있어서 사람이 아닐까? 다른 동들은 사랑의 개념이 없다. 그저 본능대로 아무하고나 관계하고 새끼를 낳는다. 사람은 그러하지 않기에 오직 하나의 사랑이 영원한 예술 작품의 소재와 주제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도르가 A I 사만다에게 상처를 받는 건 당연하다. 무엇이나 다 해줄 수 있을 것 같지만, AI는 그저 AI일 뿐이다. 나는 조금 부족하고 서툴더라도, 모든 것을 다 얘기할 수 없다 하더라도, 유한한 존재로 잠시 이 땅에서  사랑할 수 있는 존재이더라도, 사랑의 대상으로는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자연이 책이 예술이 기술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나와 비슷한 사람만 같겠는가? 그리고 오직 한 사람에게만 나의 온전한 사랑을 바칠 것이다. 그러하기에 사랑에는 늘 그리움이 따라오는 것이 아닐까? 테오도르가 이혼한 아내 캐서린을 그리워하듯이 말이다.

영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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