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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un 25. 2024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

산행을 다시 시작하고 한 5~6년 열심히 산에 다니다가 요즘은 산행 강도를 조금씩 낮추고 있다. 총 10km 이쪽저쪽으로 걷되 육산 중심으로 산을 타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 건강은 내가 알아서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이다. 건강을 위해서 시작한 산행이 도리어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내가 산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대체로 거의 질주하는 유형이 많았고, 암릉도 평지를 걷듯이 릿지가 잘되는 신발 하나만 믿고 거침없이 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도전정은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그들 중에는 무릎약을 먹고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도 그 습관을 고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또 위험한 암릉을 타다가 다쳐서 수술을 하고 아예 산을 못 타기도 하고, 유명을 달리한 사람도 있다.


그렇지나는 이와는 다른 자세로 산을 탄다. 안전 또 안전, 그리고 내 몸의 상태와 그날의 컨디션을 보아가면서 산을 탄다.  


간혹 산행비를 내놓고도 그날 가기 싫으면 내 몸의 언어를 따라 산행을 포기한다. 산행 임박해서 취소하면 산행비 전부를 돌려받지 못하는 데도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내 몸이 자기 생각을 미리 말해 주어서 고맙다는 생각을 하며 집에서 편안하게 쉰다.


산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느리게 천천히 꾸준히 간다."

이것은 내 산행 모토이고 또 내 삶의 가치관이기도 하다. 누가 한다고 해서 따라 할 내가 아니다. 나는 내 나름의 수칙이 있다.


대간, 정맥, 지맥은 원체 내 산행 스타일이 아니어서 시작을 안 했던 것이고. 둘레길 역시 재미가 없어서 몇 번 걸어보다가 말았다. 나는 산을 타면 높든 낮든 정상을 꼭 밟아봐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어서 가능하면 정상 인증을 한다. 한바탕 오름길 후에  정상에 서서 발아래를 쭈욱 내려다보고 다시 내려오는 기분은 최상이다. 산행은 우리의 인생을 닮았기에 더욱 매력이 있다. 둘레길만 돌다가 하산하는 인생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정상에 한 번쯤은 올라보는 인생이 더욱 멋지다고 여긴다.


가끔 산행을 하면서 너무 질주를 해서 무릎과 발목, 허리와 어깨가 아픈 사람들을 본다. 발에 족저근막염 등을 앓는 사람들도 있다. 아프다 아프다 하면서도 산을 무리하게 탄다.


나는 그건 아니라고 본다.

"누구를 위해 산을 타는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 타는 게 아닌가 말이다.


그렇다면 수시로 자신의 몸과 마음 상태를 돌봐가면서 신행해야 하다. 물론 산행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도 그러하다. 수많은 한계를 극복한 인간의 의지를 노래한 영화, 드라마, 스포츠, 책들을 보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는 않다. 언젠가 <내 능력의 80%까지만>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최선이 아닌 차선에서 멈추는 것, 정상을 밟더라도 그리 험하지 않고 높지 않은 산, 내 체력이 다 소진되기 전에 산행 강도를 낮추는 것, 느리게 천천히, 여유와 여백을 즐기는 것, 그것이 내가 바라는 산행이고 삶이다.


무리하지 않고 여유를 선택하면 산행도 삶도 즐겁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하려는 게 문제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른데 똑같이 살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만족하며 여백을 즐기는 삶, 앞으로 100세 시대라 해도 걱정이 없다. 건강은 관리하기 나름이다. 운동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마음이 편해야 질병에 안 걸린다.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면 건강과 행복을 찾기가 어렵다. 여유와 여백! 다시 한번 생각하고 고려해 봐야 할 주제이다.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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