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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ul 17. 2024

버섯도 사고 더덕구이도 먹고

경북 문경여행(2) : 문경생태미로공원, 조령 1 관문, 더덕구이

조령산, 주흘산 산행할 때 지나가면서 궁금했던 문경 생태미로공원으로 걸어서 조령 1 관문까지 간다. 사진 한 장 남기고 싶어서다. 


생태미로공원은 생각한 것보다는 조금 시시하다. 도자기 미로, 연인 미로 등 이름이 붙은 미로들이 있는데 '도자기 미로'라고 해서 도자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연인 미로에도 연인들이 즐길만한 특별한 것이 없다. 길을 가다가 보면 막힌 곳이 나와서 계속 같은 길을 갔다가 돌아 나와야 한다. 그래서 나는 미로는 더 걷지 않기로 하고 야생화 단지  쪽으로 간다. 옛 초가집 같은 게 나오는데,  안채, 헛간, 우물 등을 꾸며 놓았다. 나는 실제로 어린 시절에 중학교 1학년 때끼지 이런 집에서 살아보았기에 흥미로왔다. 어떤 이들은 신발을 신은 채마루에도 올라가고 닫힌 창호지 문을 열고 방 안에도 들어가 보는데, 나는 그냥 밖에서 본다. 방바닥이 우리가 사용했던 것처럼 콩 기름으로 윤기를 낸 장판은 아니지 않을까 그저 생각만 해본다. 처음 장판을 하고 나면 한동안 기름냄새가 났던 게 코가 기억을 한다. 흠흠! 괜스레 냄새 는 시늉을 해본다. 시전이 지나가도 뚜렷한 것들은 새록새록 떠오르는 법이다.


조령 1 관문 쪽으로 가니 고풍스러운 문과 계곡 시원한 물소리가 기분을 상쾌하게 해 준다. 용추폭포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남겨두고 조령 1 관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혼자이긴 하지만 나는 사진 찍을 때는 용감하다. 글쎄, 정자에서 김밥 먹고 있는 커플 한쌍에게 큰 소리로 말한다.

"죄송하지만 사진 한 장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렇지만 최대한 정중하게 부탁을 한다. 여자분이 일어나서 내 폰을 받아 든다.

"역광인데. 살짝 옆으로 서 보실래요?"

친절하기도 하다.

고맙다 인사하고 내려온다. 언젠가는 문경 옛길도 꼭 한 번 걸어보리라 아쉬운 마음이다.


점심 먹으러 가다가 길가에서 버섯 파는 이들이 있어서 시식을 한다. 오리궁둥이 버섯, 뽕나무버섯. 말린 금이버섯 등을 팔고 있다.  나는 얼마 전괴산 산막이옛길 여행에서 사 온 느타리버섯이 너무 맛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뽕나무버섯과 금이버섯을 사 온다. 오리궁둥이 버섯 작은 것을 덤으로 준다.


느타리버섯을 사다 씻어서 잘게 썰어서 말려보니 간식거리로 아주 좋다. 말린 오징어나 대구포, 아귀포 등 주전부리를 좋아하는 나는 포 종류 대신 버섯을 먹기로 한다. 고소하니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물론 생선포는 또 생선포 만의 맛이 있지만 골고루 먹으면 더 좋을 것이다.


"식당 맛있게 하는 집 좀 추천해 주세요."

버섯 파는 이에게 물어보니 <왕건집>이 맛있단다.

나는 왕건정식을 먹고 싶었으나 4인분 이상, 석쇠정식도 2인분 이상 주문해야 가능해서 1인분 식사라서 더덕구이를 먹기로 한다. 그러고 보니까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더덕구이를 주문해서 먹은 적이 없다. 세상에나 그 많은 끼니 중에 더덕구이 식사를 주문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먹어보니 고추장양념을 발라 구운 더덕구이가 한 접시 나오고 된장찌개, 여러 가지 반찬들이 나온다. 아주 천천히 꼭꼭 씹어서 맛을 음미하면서 먹는다. 씹히는 맛이 향긋하다. 접시가 모두 깨끗하게 비워졌다. 된장찌개 국물 이외에는 밥도 다 먹었다. 식혜와 커피도 후식으로 제공해서 식혜 한 그릇 퍼다 먹고, 마지막으로 커피 머신에서 밀크 커피를 뽑아 먹는다. 배가 부르니 기분이 참 좋다.

문경생태미로공원
문경 조령1관문
뽕나무버섯, 금이버섯, 오리궁뎅이버섯
<왕건집>에서 더더구이로 점심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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