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암정>은 조선시대 유학자 채익하 선비를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지은 정자라고 한다. 마을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예전에는 이곳 <주암정> 아래도 강이었다는데 홍수가 지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단다. <주암정>은 배 모양의 바위가 있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작은 정자와 연못이 있는데, 연꽃, 배롱나무, 나리꽃, 능소화가 피어 있다. 그런데 꽃은 아직 만개 전이라 한두 송이 피었고 배롱나무와 능소화만 무리 지어 피어 있다.
나는 연꽃이 한두 송이 피고 잎이 무성한 연못 주변으로 천천히 돌며 관찰을 하고 어느 지점이 사진이 예쁘게 나오나 손가락으로 프레임도 만들어 본다. 배 모양 바위에도 올라가 보고 정자 앞 뒤도 살펴보고 장자 안에도 들여다본다. 정자 안에 교지와 <주암정을 실은 배>라는 시가 적혀 있다. 이곳에 채익하선비가 과거에 장원급제를 해서 벼슬을 했음을 기념하기 위해 그 실제 교지를 붙여놓은 것이다. 사람이 거주하기에는 정자 안의 공간이 너무 작다.
<주암정>에서 걸어서 마을 쪽에 있는 <화수헌> 찻집을 간다는데 나는 안 갔다.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이 안 오는데 커피향만 맛보고 그냥 나오기에는 좀 뭐해서이다.<화수헌> 때문에 이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많단다. '지역발전에 기여한 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30여 분 버스로 이동해서 문경 중앙시장 점촌 점빵길 들러 천천히 토요장터 구경을 했다. 천 원 맥주도 있던데 술 좋아하시는 산우님들 생각이 난다. 나는 술을 안 먹어서 구경만 한다. 더위에 시장 한복판 플라스틱 원탁에 둘러앉아 족발이나 부침개 같은 걸 시켜서 먹고 있다. 안주를 팔기 의해서 맥주를 싸게 파는 것이다. 안주 안 먹고 술만 마시는 이들은 없으니까.
문경시장을 둘러볼 때 '원도심투어'라고 해서 해설사님이 나오셔서 저쪽 문화의 거리로 간다는데 나는 안 갔다. 날씨가 너무 더웠고. 오늘은 걸을 만큼 걸었기 때문이다. 어디 쉼터 같은 곳이 있나 찾아봐도 없다. 시장 쪽에는 음식점 외에는 커피점 같은 데도 없다. 그런데 함께 여행사 차를 타고 온 여자분 두 명이 보여서 합류한다. 여기저기 돌아보는데 날씨가 덥다.
찻집을 발견한다. <옥이커피>이다. 들어가 보니 벌써 지긋하게 나이 든 남자분들 넷이서 그곳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간판은 찻집이지만 술도 파는 것이다. 우리는 에어컨이 나와 시원해서 물어본다.
"커피 이외 다른 음료도 팔죠?"
문경시장에서 시간을 2시간이나 주어서 1시간 정도는 시간을 때워야 해서이다. 문경사랑상품권 1만 원짜리 1장이 여행비에 포함되어 있는데, 그것을 사용하면서 장도 보라는 얘기이다. 이해는 했지만 '뭐 살 게 있나?' 생각을 해보니 고춧가루가 필요하다. 그건 이따 사도 된다.
일단 <옥이커피>로 들어간다.
"여기서 좀 쉬어가도 되죠?"
된단다.
우리 세 사람은 매실차 차가운 것과 따뜻한 것을 주문한다. 한 분이 아까부터 뱃속이 좋지 않다며 차가운 것 먹기가 좀 그렇단다.
시원하게 쉬다가 둘은 김밥을 먹으러 간다기에 헤어진다. 그이들은 점심때 집에서 싸 온 간식 같은 것을 간단하게 먹었단다. 나는 더덕구이로 든든하게 먹고 후식으로 나오는 식혜와 커피까지 마신 터라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서 그대로 <옥이커피>에서 쉰다.
"혹시 직접 담그신 매실차나 오미자차나 뭐 그런 거 파시는 거 있어요?"
집에는 있는데 가게에는 없단다. 가게에서 파는 것 만들기도 바쁘단다.
"아, 그렇군요. 아까 주신 매실차가 너무 진하고 맛이 있어서 파는 거 있으면 좀 사가려고 했죠."
시간을 보니 4시 반이 다 되어간다. 국산고춧가루 파는 데를 물어보니 바로 건너편 <대우기름집>을 알려준다. 가서 두 근을 샀는데 1만 원 상품권을 내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계산하니 2천 원을 깎아준다. 화장실 들러 씻고 버스로 간다. 버스는 5시 10분에 귀경길에 오른다. 푸짐한 문경여행이다.
하루가 금방 갔다. 여행도 보통 하루에 10여 km 정도는 걷는다. 주 1~2회 걷기는 최고 좋은 운동이다. 건강하게 살려면 운동은 필수이다. 다른 사람들도 산에서 집 근처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