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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ul 27. 2024

묵향의 시간

요즘 묵으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참 좋다. 고요히 앉아서 또는 일어서서 그림을 그린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화선지와 먹물과 붓을 마주 한다. 그림도 다양하게 그려본다. 아직 배우지 않은 것들도 그린다.


문인화는 화선지에 먹물이 스미는 맛이 일품이다. 묵향 또한 그 어디에서도 맡기 어려운 향기이다. 오직 먹물을 통해서만 맡을 수 있는 향기, 묵향의 시간에 깊이 빠져든다.


이러다 보면 나만의 개성이 나오고 어느새 그림책 그림도 그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지금인가?

바로 지금일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 더 기다린다.

대나무와 난초까지 다 그려본 후에 그때 시작해도 늦지 않으리라.

매화를 시작으로 수국, 들국화, 소나무, 국화를 그려보았다.


문인화는 그림을 다 그린 후 화제도 써야 하는데 화제 짓는 것도 재미가 있다. 시적인 표현을 해야 하는데 언제나 언어가 부족하다. 그래도 고심고심 무엇을 어떻게 쓸까 생각을 한다.


바탕에 채색하는 것도 해보았는데 여러 번 실패한 후 이제 조금 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화 물감을 넣어서 뿌리니까 분무기가 자꾸 막혀서 버리게 된다. 지금까지 몇 개를 샀는지 모른다. 대용량 1500ml도 사보고 500ml, 300ml, 100ml도 사보고 미스트라는 것도 사서 그 용기를 써 보았다.


그런데 일반 물뿌리개가 제일 낫다. 다이소에서 압축 분무기와 일분무기를 여러 개 사왔는데, 해보니까 그렇다.


1/4지와 1/2지에 주로 그리다가 약 한 달 전부터는 전지에 그리고, 혼자서 그릴 때는  전지를 반으로 잘라서 그려본다. 정사각형 크기라서 그림책 싸이즈로는 좋을 듯하다. 물론 전지 반 크기는 엄청 크지만, 사진을 찍어서 책 싸이즈로 크기를 줄였을 때는 그림이 깨지지 않아서 괜찮다.


문인화를 그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것저것 좋아하는 그림을 활용할 생각을 하니 그림 그리는 시간이 더 기쁘다.

<수국>(서순오, 문인화, 1/4지)
<백매>(서순오, 문인화, 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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