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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ul 30. 2024

자유여행 & 의무여행

 <여행자의 글쓰기>(정숙영, 예담)

는 매주 한 번은 어디든 가고 그것을 시시콜콜 기록한다. 그런데 기왕 쓰는 거 여행기를 조금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에 고른 책이 <여행자의 글쓰기>(정숙영, 예담)이다. 이 책은 여행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주는 실질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


그런데 읽고 나니 여행이 아주 복잡하다. 사실 나는 때때로 아무것도 모른 채 시골 깊은 곳에서 농사나 지으며 사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자연이 없는 복잡한 도시에 살면서 이것저것 너무 많이 보고 듣고 하루 한시도 그냥 생각 없이 지나가는 날이 없을 정도이니 그걸 행복이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행 역시 기록하지 않고 가고 싶은 대로 다니면서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마음껏 할 수  있으면 제일 행복하겠다고 생각을 한다.

"기록을 안 하면 다 잊어버린다고?"

그래도 괜찮다. 마음 내키면 가고, 갔다 와서 잊을 만하면 또 가면 된다. 그런데 무엇을 작정하고 의무감으로 해야 하면 그게 벌써 재미의 반은 상실한다고 본다.


여행작가는 다른 여타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돈을 못 번다. 문학, 미술, 음악, 영화, 연극 등에 올인하는 예술가들은 배고플 각오를 해야 한다. 아니면 예술을 주업으로 하되 생계를 위해서 부업을 가져야 한다. 그래도 꼭 예술을 하고 싶다면, 여행작가가 되고 싶다면, 그것은 열정이 있어서 주체를 못 하는 경우이니 기쁘게 감당해야 한다.


사람들이 대체로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평생 일하다가 은퇴 후에 예술이나 여행을 하기도 한다. 인생 100세 시대라 60대 초중반에 은퇴를 해도 아직 정정할 때이고, 10~20여 년은  충분히 하고 싶은 예술이나 여행에 매진해 볼 수 있다.


정숙영 작가는 젊은 20대 때부터 여행을 하고 결혼하지 않고 여행작가와 부업을 병행하면서 살고 있다. 비교적 잘 나가는 베테랑 여행작가에 속한다.


그렇지만 여행작가가 되려면 우선은 생계문제와 결혼문제가 불안정할 수 있다. 그렇잖아도 요즘 청년실업 문제로 인해 3포 세대, 5포 세대니 하는데, 여행작가를 해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렵다. 아주 유명해지면 지만 그것은 지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또한 젊다면 도전해 볼 만하다. 예술이 좋고 여행이 좋고, 그거 아니면 삶의 의미가 없다면, 그렇게 미치도록 빠져들 수 있다면 가능하다.


여행작가가 꿈이라면 이 책은 꼭 읽어봐야 한다. 여행에 대해서 하나에서 열까지 속속들이 알려준다. 여행가 되어 여행을 하고, 여행기나 가이드북을 내고, 기고나 칼럼을 쓰고, 강연을 하고, 인세를 받고, 어떻게 생활을 하는지에 대해서 친절하게 조목조목 가르쳐준다.


그러나 단지 자유여행을 좋아하고 기록하는 것은 싫은 사람이라면 굳이 읽지 않아도 된다. 여행이 의무가 되면 재미가 없다. 내 경우는 반반이다. 자유롭게 여행하되 갔다 와서는 기록하는 습관 때문에 여행기를 쓴다. 여행기가 '일기'가 되면 안 되고, '발견'이라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꼭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는 전쟁 중에 기록한 몇 줄안 되는 일기의 모음이지만, 그 시대 그때의 임진왜란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어서 소중한 책이 되었다.


일기가 작품이 된 예는 또 있다. 일기로 에세이집을 낸 문보영 시인의 <일기시대>라는 책이 있다. 우리 딸 나이의 젊은 시인인데 게임하는 것을 시에 입혀서 <베틀 그라운드>라는 시를 써서 김수영 문학상을 받았다. 젊은 시인이 쓴 시가 궁금해서 책을 여러 권 빌리기도 하고 사기도 해서 읽어보았다. 그런데 <일기시대>는 자기 집안예서 방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스케치까지 해가면서 하나하나 적고 있다. 그래도 꽤나 재미있다. 문보영 시인이 젊고 상을 받았기에 주목을 받은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을 쓰려면 우선은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어느 정도는 일가견이 있고, 또 이룬 것들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자기만족을 위한 책, 자신이 살아온 삶의 기록밖에 될 수 없다. 여행기도 마찬가지이다. 유명인의 여행기는 일기라도 상관없다. 오히려 일기여서 더 흥미로울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나는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무엇이 제일 좋은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 무엇을 가장 잘할 수 있는가? 그것을 직업으로 가지라. 그리고 기회를 만들어 여행도 병행하라. 여행기를 쓰라. 그러면 어느 적당한 때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멋진 여행작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한발 늦었지만 아직 일하고 있으니 일과 여행을 병행하며 은퇴 후에는 예술과 여행에 더욱 매진해 볼 생각이다.

 <여행자의 글쓰기>(정숙영,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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