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왕 다윗과 암몬 왕 하눈과는 사이가 좋았다.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는 관계였다. 그런데 하눈이 죽고 그의 아들 나하스가 왕이 되자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다윗이 하눈의 장례식에 조문 사절단을 보내자. 수염을 자르고 엉덩이와 부끄러운 곳이 다 드러나도록 옷을 잘라버렸다. 이렇게 모욕과 수치를 당한 이스라엘 사절단은 너무나 부끄러워서 왕궁으로 돌아오지도 못하고 수염이 다 자랄 때까지 여리고에 머물러야만 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암몬 왕은 아람 족속들까지 용병으로 사서 이스라엘과 대전투를 벌인다. 다윗의 군대장관 요압과 아비새는 아람 군과 암몬군을 따로따로 맡아서 싸우는 전략을 세운다. 한쪽 전세가 불리해지면 서로 와서 도와주기로 한다.
"적진의 숫자가 많다고 두려워하지 말아라. 우리는 우리 민족과 우리 하나님의 성읍을 위해서 담대하고 용맹스럽게 싸우자. 여호와 하나님께서 좋은 결과를 주실 것이다."
요압은 아비새에게 이렇게 말하고 정예부대를 이끌고 아람 군에게로 진격해 나간다. 그런데 아람 군대는 싸움도 하지 않고 도망쳐버린다. 요압은 그냥 예루살렘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아람군대는 그대로 물러서지 않는다. 다시 가장 강력한 왕 하닷에셀이 군대장관 소박을 통해 유브라데강 건너 군대까지 집결시켜서 다시 싸우러 나온다. 이 소식을 들은 다윗은 직접 군사들을 데리고 싸움터로 나간다.전쟁은 대승을 거둔다. 아람족속은 이스라엘에 예속되고 다시는 싸우러 오지 않는다.
호의를 수치로 갚은 암몬왕 나하스의 결과는 패배였다. 군대가 더 많고 강력해도 소용이 없다. 또한 암몬을 도운 아람처럼 자칫 잘못 끼어들었다가는 자기 족속만 망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 강한 나라로 보인다고, 지원을 요청한다고 무조건 참전을 해서는 안 된다.
나라와 나라 관계에서 호의와 반감을 잘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차츰 자국의 이익 우선정책을 펴는 나라들 사이에서 우리나라도 나아갈 길을 잘 정해야 한다. 무엇이 진정한 실리인가를 따져보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개인대 개인의 관계에서도 호의를 베푼 사람에게는 호의를 베풀 줄 알아야 그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다. 반감을 가진 사람에게는 호의로 대해 그 마음을 녹일 수도 있고, 적의를 품은 사람과는 적당한 거리를 둘 수도 있다. 적어도 호의를 베푼 사람에게 모욕과 수치로 갚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싸움과 복수를 몰고 올 수 있다.그 결과는 완전한 패배, 그리고 예속된 국가나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