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하 16장처럼 다윗을 비참하게 만든 곳이 또 있을까? 아들 압살롬은 반역을 일으켜 왕이 되었는데, 지금 다윗은 피신을 가고 있다. 그때 사울의 아들 므비보셋의 종 시바가 와서 주인을 모함하고, 사울 집안의 먼 친척 게라의 아들 시므이라는 자가 따라오면서 다윗을 저주하며 조롱한다.
"많은 사람의 피를 흘린 살인자, 너 다윗, 내 그럴 줄 알았다. 아예 망해버려라!"
그런데 다윗은 그 수모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여호와께서 그 사람이 저주하는 것을 허락하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들도 아버지를 배신하는데 하물며 시므이가 자신을 저주하는 것은 하나님이 내버려두고 있기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신하들과 아비새가 처치하자고 해도 그냥 두라고 한다.
며칠 전 11월 28일 나는 속상한 일을 당하였다. 이사를 하면서 아끼는 물건, 자주 사용하는 물건, 사두고 아직 쓰지 않은 새물건들을하루 전에 따로 분류해 두었는데, 이사를 하면서 그자루가 텅 비어있고 잡동사니가 들어있다. 내가 날마다 한 알씩 복용하는 각종 영양제(종합비타민, 오메가 3, 비타민D, 칼슘 등), 전문가용 새 색연필과 오일파스텔, 선물 받고 이직 쓰지 않은 화장품(영양크림, 메이크업베이스 등), 여행 가서 사 온 스카프들, 애용하는 고급 브로찌, 외국 사는 우리 아가씨들이 선물해준 코우치 가방과 지갑 등이다. 일단 생각나는 것들인데, 녹색자루 두 개에 가득 채웠던 것들이라 짐을 다 풀어보면 무엇이 더 없어졌는지는 알 수 있겠다.
이삿짐은 차 세대와 인부 셋이 와서 날랐는데, 물어보려고 오전 10시쯤에 전화를 하니 계속 전화를 안 받다가 오후가 되어서야 전화가 왔다. 자기는 모른다는 것이다. 자기 말고 일한 사람이 둘이나 더 있으니 어떻게 알겠느냐며 발뺌을 한다.
한 2~3일 속이 상하고 화도 나다가 괜찮아졌다. 이런 경우 그것을 찾으려면 경찰에 신고를 하고 경찰서에도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나는 그런 게 적성에 안 맞는다. 복잡한 것은 딱 질색이다. 그래서 그보다 더한 일도 겪고 지금 여기까지 탈없이 살아왔는데, 필요한 것들은 다시 사면 되지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힌다.
새 공책에다 사무엘하 16장부터 쓰기 시작하면서 다윗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제 속으로 낳은 아들도 왕이 되려고아버지인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데, 하물며 베냐만 사람이야 그러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윗이 이 수모를 잘 참고 견뎌내면 하나님께서 그 저주를 축복으로 바꾸어주실는지 어찌 알겠느냐고 한다. 참으로 마음 그릇이 넓은 호인의 모습이다.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시므이는 솔로몬이 왕이 된 후 그 값을 치르게 된다. 내가 갚지 않아도 하나님의 사람이 당하는 수모는 하나님께서 친히 갚아주신다. 내가 아끼는 것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날,이사하는 날 하루전부터 당일에도 유례없는 폭설이 내려서 이사자체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우리 집은 책과 옷이 많아 포장이사하는 것이어려운 편이다. 버려야지 버려야지 하면서도 못 버리고 끌고 다니는 게 내 잘못이기도 하다.나는 배려하느라고 짐 댜 안 풀고 가도 된다고 한 것인데 그것이 도리어 문제가 되었다. 어딘가 있을 거라고 찾아보란다. 따로 분류해 놓은 그 자루에 물건이 없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찾아보란 말인가? 만일 그들이 그것을 빼서 가져가지 않았다면, 그 물건 어디에 두었다고 나에게 말을 해주었을 것이다. 하루 전에 쿠팡에서 녹색자루를 사서 담아둔 내가 바보란 말인가?가져기라고 소중한 것들만 분류해놓은 꼴이 되고 말았다.
이야기를 하자니 끝이 없다. 그러나 이것 역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일일 것이다. 모든 일은 하나님의 간섭 하에 이루어진다. 영양제는 끊어도 무방하고, 여행지에서는 되도록 물건을 적게 사 오도록 하고, 선물받은 물건들은 잘 기억해두면 되리라.
시므이의 저주를 축복으로 바꾸어 주실는지 기대하는 다윗처럼 이번 손실이 더 소중한 것들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도드린다. 살고 죽는 일도 아닌데, 그 정도의 물건으로는 내 마음을 흔들지 못한다. 도리어 마음이 한 뼘 더 자라는 느낌이다.
이번 기회에 내 안에 남아있는 부정직과 속임수를 모두 찾아내서 쏟아버리고 순결하고 깨끗한 양심의 사람으로 남은 인생을 뜻깊고 보람차게 살아가고 싶다. 손실을 복으로 바꾸어주실 하나님을 바라본다. 이전에 살던 집보다 더 크고 좋은 집으로 이사했으니 그저 감사하며 앞으로 다가올 복을 기대하며 소망한다.가슴이 아파야 하는데, 이렇게 마음을 먹으니 도리어 훈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