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두가 사는 길, 모두가 죽는 길

by 서순오

한 나라의 왕이 잘 세워지면 태평성대가 이루어진다. 나라는 평안하고 국내외적으로도 관계가 좋고. 백성들이 먹고살고 누리는 것이 부족함 없이 풍족해서 그야말로 살아갈 만하다.


그런데 왕이 잘못 세워지면 정치와 통치가 실종되고 자기 이익만 구하는 사람들이 넘쳐나서 위나 아래나 숨을 제대로 쉬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처처에 재해가 발생해서 보도 듣도 못한 일들이 시시때때로 일어난다.


그래도 우둔한 통치자는 깨닫지 못한다. 잘못을 알면 돌이킬 수 있으련만, 알지 못하니 고치기가 어렵다. 죽을병이 난 사람이 자기는 병에 안 걸렸다고 병원도 안 가고 진단도 안 받고 치료도 안 받으면 죽을 날만 가까워지는 것이다.


열왕기상서에서 이스라엘이 가장 부강했을 때는 다윗의 뒤를 이어 왕으로 세워진 솔로몬 왕 때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다웟 왕 때를 가장 이상적인 번영의 때로 꼽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솔로몬의 아버지 다윗은 일평생 쫓기고 전쟁을 하면서 지내야 했다.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겼다. 그렇지만 다윗에게는 강점이 있었다. 바로 하나님 최우선 신앙이다. 그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자신과 함께 해주심을 믿고 의지하며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결국 다윗은 왕이 되었다. 하나님 마음에 합한 사람으로 명명되고, 이스라엘은 다윗 왕을 이스라엘 번영의 상징으로 삼아 국기에 다윗별을 그려 넣었다.


다윗의 뒤를 이어 지혜의 왕 솔로몬은 막강한 나라를 이루었다. 그러나 솔로몬이 급강하하는 지점이 나온다. 애굽왕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면서부터이다. 솔로몬의 아내인 왕비는 이방 우상을 왕궁으로 들여온다. 거기다가 솔로몬은 여자가 1,000명에 이른다. 왕비와 비빈이 300명, 후궁이 700명이나 된다. 그러니 이 여자들이 가지고 온 이방신들이 온 나라를 가득 채우고 만다. 온 백성들이 따라서 우상숭배에 빠져든다.로몬은 하나님 신앙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들이 우상숭배하는 것을 금하지 못했다. 도리어 자신도 빠져들어갔다.


급기야 하나님의 진노를 사서 한 나라였던 이스라엘은 두 동강이 나고 만다. 북이스라엘과 남유다, 남북분단이다. 솔로몬이 죽자 북쪽에는 여로보암이, 남쪽에는 르호보암이 왕으로 세워져 똑같이 우상숭배와 우둔한 정치를 한다. 백성들은 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남북전쟁에 시달리고 이웃 근접국가들과의 전쟁도 그치질 않는다. 전쟁으로 사람이 죽고 기근과 가뭄도 처처에서 일어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살아간다. 그래도 깨닫는 왕이 없다. 그것이 나라가 멸망으로 가는 길임을 모른다.


천하의 악녀 이세벨을 아내로 맞은 아합 왕은 악한 왕의 극치에 달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행한 대로 그대로 보응받는다. 천하에서 가장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세계 최강의 나라들이나 우리나라나 상황은 비슷하다. 사람들이 갈수록 살아가기가 어려운 이유는 바로 나라의 왕이 잘못 세워졌기 때문임을 알지 못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비극이다.


한 나라의 왕 같이 큰 직책을 부여받은 자는 잘못된 판단으로 잘못 정치를 하면 자기 한 사람만 잘못되는 게 아니다. 온 세계를, 온 나라를, 온 백성을 미궁 속으로 빠뜨리고 만다. 그 시간이 길수록 모두 함께 점점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가서 도저히 헤어 나올 길이 없게 된다. 발목 정도까지 빠졌을 때는 거기서 나올 방도가 있다. 그러나 무릎, 허벅지, 허리, 가슴, 목, 머리까지 잠기게 되면, 설사 기막힌 능력자 그 누구의 도움이 있다 하더라도 온전히 살아나기는 어렵다.


세계 최강국의 위정자도 잘 세워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랬다 저랬다 손바닥 뒤집듯이 하루하루 정책이 왔다 갔다 한다. 자국이익을 우선한다면서 자국은 물론 온 세계를 혼란과 어려움에 빠뜨리고 있다. 한 번으로도 모자라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하고 있는데, 임기 후에 그 평가가 어떠할 지 궁금하다.


성경의 역사 속에서 보면 두 번 왕을 지낸 사람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한번 왕으로 세워지면 수를 다해 죽던가, 쿠데타가 일어나서 왕위를 빼앗기는 경우가 아니면 평생 왕으로 통치를 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사람 히스기야 왕이 죽을병에 걸려서 곧 죽게 생겼는데 하나님께 빌어서 15년 생명을 연장받아 더 오래 왕위에 있게 된다. 그런데 그가 그 기간에 낳은 아들이 천하에서 가장 악한 므낫세라는 왕이다. 낫세는 버지 히스기야가 종교개혁을 통해 없앤 산당들을 다시 세우고, 아세라 목상을 새기고, 일월성신도 섬겼다. 우상에 의지하여 아들을 불가운데로 지나가게도 했다. 성경은 므낫세보다 더 악한 왕은 없다고 기록하고 있다.


지금의 시간이 중요하다. 우리는 나라를 수렁에 빠뜨리느냐 아니냐가 갈리는 시점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 모두가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회복으로 나라와 국민 모두가 살아나는 길인지, 과거로의 퇴행으로 모두가 한꺼번에 죽어나가는 길인지 말이다. 세계와 우리나라의 지도자들도 자신들이 한 행위대로 역사의 준엄한 평가를 받을 것이다. 또한 그들은 그 공과에 따라 하나님의 공의로운 상벌을 받게 될 것이다. 세계와 나라와 국민을 위해 했느냐 잘못했느냐 스스로 잘 따져보고 바로 행동해야 할 것이다.

keyword
화, 금 연재
이전 28화솔로몬 시대와 아합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