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주가 태어나면 손주바보가 된다더니 내가 딱 그 짝이 났다. 울 외손녀 돌잔치에서 처음 보고, 이번에 두 번째로 만났는데, 어찌나 이쁜지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다 신기방기하기만 하다.
"냄새 맡아봐."
그러면 그림책에 있는 수박에다 코를 갖다 대고 냄새를 맡는다.
"엄마 어딨어?"
그러면 조그만 손가락으로 엄마를 가리킨다.
"외할머니 어딨어?"
그러면 나를 가리킨다.
아직 말은 못 하지만 말을 다 알아듣는다.
여기저기 마음대로 기어 다니고, 소파나 벽을 붙잡고 걷기도 하고, 옆에서 손을 잡아주면 한 발 한 발 걷기도 한다. 두꺼운 보드북 동화책을 들고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볼 줄도 알고 무어라 옹알이도 한다.
울 딸과 나, 외손녀가 오감놀이 체험을 했는데, 울 외손녀는 거침없이 앞에 있는 선생님에게로 기어서 다가간다. 가까이에서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놀이 설명을 하는 선생님을 쳐다본다. 놀이가 시작되면 신나게 참여한다. 바다놀이, 악기놀이, 낚시놀이 등을 했는데, 양손으로 파도를 철썩이게 하기도 하고, 채를 들고 악기를 두드리기도 하고, 낚싯대로 물고기를 잡기도 한다.
어린이집 체험을 할 때는 꽤 높은 볼플장 벽을 넘어서 볼플장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놀이카를 밀고 걸어가기도 한다. 물건 가져오라고 하면 가져온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하루 두세 번씩 산책을 한다. 유모차를 타고 가기도 하고, 띠를 매고 안고 가서 걸음마를 시키기도 한다. 엄마나 내 손을 붙잡고 한 걸음 두 걸음 걷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붙잡고 있는 손을 놓으면 한두 발자국 떼다가 이내 주저앉는다. 아직 혼자 걷는 건 자신이 없나 보다.
집안에서는 장난감이나 책을 가지고 잘 논다. 손가락으로 그림을 가리키거나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는 모습도 예쁘다.
무엇보다 울 외손녀는 몸이 탱탱하다. 엄마 아빠가 운동신경이 있는 편인데, 아무래도 닮은 듯하다. 피부가 매끈하고 딴딴하다. 어디를 만져봐도 어린아이 근육이 아니라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의 근육 느낌이다. 피부는 보송보송한데 근육이 꽤 형성되어 있다.
이제 돌이 지나서 요즘 이유식을 하고 있는데 엄마가 애를 먹는다. 외손녀가 입이 좀 짧은 편이라 조금씩 먹는다. 엄마는 많이 먹이려고 하는데, 아이는 딱 자기 먹을 만큼만 먹고 더 이상 안 먹는다. 그래서 또래애들보다 몸무게도 많이 안 나가고 키도 큰 편은 아닌데, 그래도 몸이 건강하면 된다.
외손녀가 함께 있으면 한참 젊어질 것 같다. 집에 아이가 있으면 해가 하나 들어온 것과 같다고 하는데 집안 분위기를 확 바꿔준다. 아이로 인해 웃음꽃이 만발한다.
우리 외손녀는 이번에 네 번째 비행기를 탔다. 이러니 또 국제적인 인물이 될 듯하다. 예쁜 울 외손녀가 잘 자라 가정과 나라와 세계에 유익한, 꼭 필요한,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기도드린다. 부모님과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시는 귀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