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론 뮤익 조각 전시회
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산 타기도 좀 뭐해서 미술관 나들이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론 뮤익 조각 전시회라는데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하긴 다른 사람 전시회 가본 지가 언제런가? 작년에 한 번, 올해 한 번, 최근에 가본 것은 총 두 번이다. 예전에는 미술관도 꽤 많이 가보았는데 요즘 뜸하다.
내가 취미로 문인화를 그려서 한 전시회는 연 3년째 10번도 넘는다. 물론 개인전이 아니고 그룹전이다. 아,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니 외국여행 갔을 때 홍콩에서 홍콩아트뮤지엄 전시회와 중국 심천에서 가본 관란판화촌도 있긴 하다.
서애 대장님 날 더워서 특별 이벤트 공지를 했다는데, 딱 5명이 만나서 오붓하다.
나는 집이 좀 먼 관계로 일찍 출발해서 한 20여 분 일찍 안국역 1번 출구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어서 역사 안 구경을 한다. 안국역은 '3ᆞ1 운동 100년 역'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서울독립운동사가 벽에 연도별로 전시되어 있다. 전통 수공예품, 초상화, 소품 목가구 가게들도 담아본다. 특이한 것은 처음 보는 프린트 카페이다. 복사, 스캔, 프린트 등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약속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기에 1번 출구로 간다. 서애 대장님과 낙화유수님, 서정님, 메아리송님이 와 계신다. 반갑게 인사하고 전철역 밖으로 나오니 열기가 확확 느껴진다.
"덥다 더워!"
양산을 펴서 쓰고 걷지만 덥다. 바닥의 시멘트 벽돌과 건물 벽에 빛이 반사되어 꽂히는 여름 불볕더위이다. 햇빛을 피해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서 걷는다. 한 10여 분 걸었을까? 곧 국립현대미술관 이름표와 건물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니 표 끊는데 줄이 제법 길다.
"토일 주말에는 줄이 너무 길어요. 그래도 오늘은 평일이라서 이 정도구요."
서정님이 표를 끊으러 가면서 얘기한다.
"지금 시간이 오후 2시 한창 더울 땐데 이곳은 젊은이들이 참 많네요."
나는 놀라며 한 마디 한다.
론 뮤익 조각 전시관은 지하 1층에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역시나 들어가는데 줄을 선다.
호주 출신 론 뮤익 조각가는 은둔형 작가이다. 그의 조각은 극사실주의라고도 초현실주의라고도 한다. 진짜 같아서 극사실주의, 크기가 왜곡되어 있어서 초현실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작품이 사람 크기는 거의 없고 아주 크거나 작기 때문이다. 조각들의 표정도 꽤 심각하다. 시선도 다양하다.
작품은 총 10개이다. 마스크 2, 나무를 든 여인, 침대에서, 젊은 연인, 치킨/맨, 유령, 쇼핑하는 여자, 메스, 배 위의 남자, 어둠 등이다. 마지막 작품은 해골 100개가 전시되어 있는 <매스(mass)>이다. 녹록지 않은 삶의 결과가 죽음이라는 것인가? 많은 문학작품도 예술작품도 허무 아니면 소망을 노래한다. 나는 기독교인이기에 허무가 아니라 소망 쪽이다.
론 뮤익 조각가가 작업하는 영상도 보았는데, 정말이지 심혈을 기울여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작품 눈동자의 실핏줄도 그려 넣고 눈에 액체도 떨어뜨려 넣는다. 머리카락도 다리의 털도 모두 심어서 잘라낸다. 팔다리도 따로 작업해서 붙인다.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데 몇 달에서 6~7년씩 걸리기도 한단다. 작품이 어찌나 정교한지 조각품이 아니라 진짜 사람 같다. 그래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보러 오는 것이리라.
전시회 1시간 보고, 안국역 근처 <수달> 카페에서 커피와 스무디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서정님이 제빵 배우면서 구워 오셨다는 모카 빵과 함께 아이스카페라테와 밀크스무디로 맛있는 시간이다. 섬겨주신 서정님에게 감사하다.
대화는 소피쿠폰에서 시작해서 부모님과 노후 이야기 등 푸짐하다. 결론은 오래 사는 것도 좋지만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열심히 운동하고 마음관리도 잘해서 꼭 그렇게 되기를 빌어본다. 이벤트 공지 해주신 서애 대장님과 함께 한 산우님들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