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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실토실 알밤 줍기 체험과 메타쉐콰이어길 점심 식사

공주 여행(1) : 알밤 줍기+메타쉐콰이어길

by 서순오

오늘도 비소식이 있어서 산행보다는 조금 부담이 없는 트래킹이나 여행이 좋겠다 싶어서 살펴보던 중 알파산에 공주 알밤 줍기+공산성 걷기 공지가 올라왔다. 벌써 한참 전에 예약해 두긴 했는데, 공산성은 여고 친구들과 함께 걸어보았지만 알밤 줍기는 한 번도 안 해 본 체험이라서 기대가 된다.


요즘 험한 산 타기가 갈수록 힘들어져서 산행을 여행으로 바꾸고 있는 중이지만, 그래도 틈이 날 때마다 산행이 우선권이 있는 게 사실이다. 산행이나 여행이나 하루 걸은 거리를 내 보폭으로 환산해 보면 거의 10여 km는 걷는 것 같다. 그렇지만 여행보다는 산행 후 느끼는 만족감이 더 커서 가능하면 산을 타려고 하고 있다. 아무래도 땀을 흠뻑 흘리며 업힐을 하면서 걷는 산행이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더 뿌듯함을 안겨주는 것이리라. 또한 숲 속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내 영혼몸을 깨끗하게 씻어주기 때문이리라.'


물론 여행도 좋은 점이 많다. 그동안 가보지 못한 새로운 장소에 가서 아름다운 풍경과 진귀한 것들을 보고 듣고 만지고, 맛있는 것을 먹고 누릴 수가 있다. 나는 딱 산행이다, 여행이다, 정해두지는 않았고, '가능하면 1주1행을 한다'는 원칙은 정해두었다. 1주1산에서 바뀐 것이지만 할 수 있는 한 산행도 여행도 계속해보리라.


공주 알밤 줍기+공산성 걷기는 매니저 팀장 대장님 리딩에 희애 총무님, 산우님들은 42명 신청하여 총 44명이 함께 하게 되었다. 날씨 예보를 살펴보니 새벽 3시, 4시부터 오전 9시, 10시까지는 비가 오고 오후에는 갠단다.

"제가 날씨 요정인데요. 날씨 요정이 두 명 이상이면 비가 안 오더라구요."

지난주 익산여행을 갔을 때 여행사 가이드님이 그랬다. 나는 간혹 틀리는 경우도 있어서 날씨 요정 소리는 입 밖에도 안 내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아침에만 살짝 비가 내리고 하루 종일 쾌청하니 날씨가 너무 좋았다.

"간혹 비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 서너 명 있으면 못 이기기도 해요."

여행사 가이드님은 철석같이 자신이 날씨 요정임을 믿는 듯했다. 날씨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다분히 주술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나는 오늘도 기대를 해본다. 무어든 우리가 기대한 대로 되는 게 보통이기 때문에 날씨가 좋을 것을 한껏 소망해 보는 것이다.

"아님 말고!"


탑승지는 신갈간이정류장, 집에서 도보 포함해서 1시간 잡으면 넉넉하다. 탑승자는 2명이지만 고맙게도 신갈정류장 정차를 해주어서 넘 고맙기만 하다.


제일 먼저 공주 정안 알밤 줍기를 하러 간다. 비가 살짝 뿌리고 있어서 우양산을 펼쳐 들고 간다. 우주농원이다. 앞쪽으로 강이 흐르고 있는데, 콸콸 소리를 내며 밤새 비가 내린 흔적을 우렁찬 흙탕물로 표시를 하고 있다.


"날이 개고 있어서 곧 비는 그칠 것 같은데!"

내가 혼잣말을 하니까 앞서가던 남산우님 한 분이 듣고 대꾸를 한다.

"날 맑아도 비가 와요."

"호랑이 장가가는 날인가 보죠!"

해 뜨고 쨍한 날에 비가 오면 그런 말들을 한다.

'이런 말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AI에게 물어보니 '여우비'를 말한다고 알려준다. 원래는 동물이 여우인데 한국인들이 호랑이를 무서워해서 바뀐 것이란다. 장가가고 싶어 하는 호랑이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하늘이 도와주면 갈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맑은 날 비가 오면 하늘이 도와주는 것이란다. 그래서 햇볕은 쨍쨍한데 난데없이 비가 오는 날은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이라고 사람들이 말하게 되었다는 민담까지 알려주고 그림도 그려준다.


우주농원 가게에서 알밤 주워서 담을 망과 코팅 면장갑, 집게를 준다. '높이 올라가서 주우면 큰 것을 주울 수 있다'라고 리딩 대장님이 알려주었기에 가능하면 밤농원 위쪽으로 높이 올라간다. 망보다 넘치게 더 많이 주워오면 돈을 더 내야 한단다.


비는 한두 방울씩 내리고 있어서 우산을 안 써도 젖을 정도는 아닌데 길이 젖어서 신발에 흙이 달라붙는다. 집에서 나올 때 운동화를 신을까 하다가 가시가 수북한 밤송이를 밟아서 터트려서 주우려면 밑창이 좀 더 튼튼한 신발이 좋을 듯하여 등산화를 신고 왔다.


주렁주렁 밤송이가 가득 달린 밤나무 숲 밤 농원 어느 정도 높은 지점까지 오르니 밤송이가 꽤 많이 떨어져 있다. 비에 젖은 것으로 밤색과 초록색인 것들이 섞여 있다. 밤송이가 벌어진 것은 몇 개 없다. 먼저 온 사람들이 다 주워 갔다. 그런데, 또 누군가 쏟아놓은 듯한 밤이 한 곳에 수북이 놓여 있다. 밤알이 조금 작기는 해도 벌레 먹은 게 없이 알찬 것들이다. 나는 몇 개 밤송이를 밟아 까서 담다가 그냥 이것들을 주워 담아 가져가기로 한다. 밤 한 송이에 두세 개씩 밤이 나오는데 망 하나를 다 채우려면 아직도 멀었기 때문이다. 밤알이 커도 좋지만 작은 밤도 맛있고, 또 망에는 작은 밤이 많이 들어간다. 금방 망이 가득 차서 더 이상 담을 수가 없다.


알밤 줍기 시간은 두 시간이나 주어졌는데 나는 한 시간 만에 내려온다. 밤망이 미어터질 것 같아서 밤망을 가져온 에코백에 담는다. 다 내려와서는 계곡물에 신발의 흙을 털어서 닦고, 공주농장에 집게를 반납하고 테이블에 앉아서 쉰다. 시간이 1시간이나 남았다. 먼저 내려온 산우님들과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주어진 시간이 되어 버스를 타고 커피를 한 잔 마신 후 공주 메타쉐콰이어길로 이동한다. 이제 낮 12시이다. 메타쉐콰이어가 키나 밑동이나 몸통이나 그 어느 면에서 보아도 지난주에 가본 익산 아가페정원 메타쉐콰이어에는 못 미친다. 그렇지만 이만큼 크는 데도 시간은 꽤 걸렸을 것 같다.


메타쉐콰이어길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여행 온 듯한 젊은이 커플과 사람들 몇 분이 메타쉐콰이어길에서 사진을 찍으며 지나가기에 우리는 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한 쪽으로 두 줄씩 앉아서 점심을 먹는다. 각자 싸 온 것을 돗자리를 펴고 펼쳐놓으니 먹음직스럽다. 화기애애 맛있고 고소한 시간이다.

"밥을 같이 먹으면 친해진다!"

함께 밥 먹은 이들이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여유 있게 밥을 먹고 정리한 후에는 길이 예쁜 만큼 단체사진과 개인사진을 찍고 공산성으로 가기 위해 버스로 향한다. 걸어가면서 보니까 메타쉐콰이어길 아래쪽이 온통 연밭이다. 연꽃이 피는 계절에 오면 장관이겠다. 지금은 연잎만 무성하지만 연꽃이 피었을 때를 상상하며 폰에 담아 본다.

공주 정안 알밤 줍기 체험
메타쉐콰이어길에서 맛있는 점심식사
공주 메타숴꽈이어길에서 기념사진
메타쉐콰이어길 맥문동과 아래쪽 연 풍경
AI가 그려준 '호랑이 장가가는 날'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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