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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을 보며 걷는 백제 시대 군사요충지 공산성

공주 여행(2) :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공산성

by 서순오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공주 공산성은 백제 웅진시대에 수도를 지키기 위한 성곽이라고 한다. 백제가 멸망하고 나서 통일신라시대를 지나 조선시대까지 군사요충지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공산성의 총길이는 2.66km로 전체를 다 걸으면 2시간 이상 걸린다고 한다. 들어가는 문은 금서루, 진남루, 공복루, 영동루가 있는데 우리는 금서루로 들어갔다.


나는 대전에 살고 있는 여고 친구가 초대해서 몇 년 전에 공산성을 가본 적이 있다. 광주 사는 친구와 셋이서 함께 했다. 마곡사 근처 절에서 운영하는 고요한 숙박시설에서 하루 밤 자고 공산성과 마곡사와 천주교성지 등도 함께 돌아보았다. 숙박비는 물론 맛있는 식사까지 푸짐한 대접을 받았다.


그때 공산성을 돌아볼 때, 광주에 사는 친구가 무릎에 부담이 간다 하여 많이 걷지는 못하고 약 1시간 정도 걸은 것 같다. 왼쪽 성곽길로 올라가서 금강을 바라보며 걷다가 절이 나오자 가운데 길로 나왔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른쪽 성곽길로 올라가 볼까 싶다. 함께 온 알파님들 몇 명이 가운데 편안한 길로 가지만 나는 혼자서 오른쪽 성곽길로 올라간다. 성곽길에 서니 반대쪽 성곽길 조망이 구불구불 고풍스럽다. 젊은 여자 한 분이 내려오기에 사진 한 장 부탁해서 찍고 공주 시내를 바라보며 걷는다. 이 쪽에서는 금강이 보이지 않는다. 공주를 흐르는 강은 금강에서 흘러들어온 제민천이라고 구체적인 설명이 되어 있다. 지나면서 보니까 홍수가 나서 떠내려간 제민천교를 다시 세운 이야기도 적혀 있다.


백제시대 저장고인 목곽교를 지나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한 쌍수정에 올라가 본다. 조선시대 세워진 건축물인데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해 잠시 공주에 머문 것을 기념해서 세웠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금강이 살짝 보인다. 나무를 타고 오르는 담쟁이가 빨갛게 물들어 곱다. 공주 왕궁터일지도 모른다는 발굴터를 지나 효자길로 들어섰는데, 아무래도 시간관계상 원점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공산성에서는 1시간 30분이 주어졌는데 한 바퀴를 다 돌려면 2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래쪽으로 내려가 다리 아래로 지나간다. 조금 걸으니 절이 나오면서 금강 조망이 터진다. 산행하면서 보면 절은 가장 최상의 조망터에 자리를 잡은 경우가 많다. 여기도 예외가 아니다.


금강을 조망하며 걷는 공산성 성곽길은 고목들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자아낸다. 조금 가파른 계단들도 있는데 올라서면 금강과 성과길과 고목이 어우러져 그 또한 진풍경이다! 혼자 돌고 있기에 멋진 풍경에서는 기다렸다가 사람을 만나면 사진 부탁을 해서 인생샷을 남긴다.


가파른 높은 계단은 다 올랐다 싶은 지점에서 알파산 리딩 대장님과 총무님과 산우님 몇 분이 올라오고 있다. 그쯤에 높은 정자가 있는데 보수 중이다.


금강 위로 놓인 다리가 두 개 보이고 차들이 휙휙 지나간다.

"이곳도 살만 하겠어요."

누군가 얘기를 하며 풍경 감상을 한다. 알파님들 중에는 수도권 외에 시골에도 집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는 듯하다. 집이 두 개면 좋은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있을 듯하다. 특히나 시골집은 관리가 마냥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한 때 귀촌을 해볼까 하여 3개월, 1개월, 일터를 얻어 지리산 지역에 내려가 살아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현장 조사도 조금 해보았기에 하는 소리이다. 버스 기사님도 시장이나 이웃 아저씨, 아주머니들도 다 반대를 했다. 연금 많이 받고 평생 먹고살 돈 모아놓았으면 모를까 노후에 힘들어서 시골에서 농사는 못 짓는단다. 해본 사람이나 하면서 사는 거지 안 해본 일을 나이 들어서 하는 일은 쉽지 않단다. 그도 그렇지만 우리 남편은 귀촌은 절대 반대라서 할 수 없이 포기해야 했다.


공산성 정문 광장이 시원스레 내려다보이는 지점에서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니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온다. 바이올린과 전자올겐 반주 소리이다. 커다란 고목 아래쪽에 사람들이 모여서 듣고 있기에 나도 합류한다. 까만 드레스를 입은 여자분이 바이올린을 켜고, 전자올겐은 까만 정장을 남자분이 연주하는데, 가운데서 하얀 망사 드레스를 입은 여자분이 음악에 맞추어 하늘하늘 춤을 추고 있다. 파란 꽃을 들고도 앞으로 뒤로 빙그르르 돌면서 춤을 춘다. 공산성에서 펼쳐지는 국악상설공연 장이다. 곡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다들 집중해서 듣고 사람들이 앙코르를 요청하니까 이선희의 연가를 연주해 준다. 다 듣고 내려오니 공산성 입구 쪽이 악기소리로 요란하다. 수문장 교대식이다. 예전에 남한산성에서 한번 본 적이 있는데, 이곳에서도 우연히 보게 되어 흥미롭다. 발걸음을 멈추고 수문장들이 줄지어서 성곽 문으로 들어와서 교대식 하는 것을 지켜본다. 옛날 격식에 따른 어려운 말로 진행을 한다.

"이런 것은 쉬운 말로 바꾸면 안 되는 건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 말이다.


완전히 다 보지는 못하고 내려온다. 시간은 아직 15분 정도 여유가 있다. 버스가 오래 서 있지를 못해서 약속 시간인 3시 30분이 다 될 때까지 서서 기다린다. 공산성 앞 도로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백제 무령왕 동상과 공산성과 무령왕릉으로 가는 문도 다아본다.


뜻밖에도 공산성에서 공연과 수문장 교대식을 볼 수 있어서 행운이다. 공산성도 반 정도는 이전에 안 걸어본 길을 걸을 수 있어서 또 다행이라 여긴다. 언젠가 공산성을 온전히 한 바퀴 다 돌아볼 수 있는 날이 오리라 기대를 해본다. 계절이 아름다운 때에, 아무래도 단풍 고운 철이 좋겠다.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간다면 가능하리라. 수원에서 공주까지 가는 시외버스도 있으니 기회를 봐서 시간을 내어보리라.

공산성 돌비 이름표와 금서루
이전에 안 걸어븐 반대쪽 성곽길로 걷는다
음식과 물품 저장고 목관교,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해 공주에 머문 것을기념하여 지었다는 조선시대 건축물 쌍수정
금강이 보인다.
공산성 깃발과 고목과 금강
가파른 길 오르면서 기념 사진
공산성에서 데이트하는 젊은이 커플
공주 시내와 금강 위 다리 조망
커다란 고목 옆에서 공산성 상설 국악 공연
수문장 교대식
공산성 앞 거리에 무령왕 동상과 공산성에서 무령왕릉으로 가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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