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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 나는 모양 호수 분수쇼와 행운의 무지개

공주 여행(3) : 금학생태공원

by 서순오

공주 금학생태공원은 원래 예정에 없던 곳인데, 덤으로 가보게 되었다. 공주 8경 중 하나란다. 금학생태공원에 내려 호수 데크길에서 먼저 단체사진을 찍는다. 삼삼오오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


수미산 그림자를 품은 호수를 빙 둘러 예쁘게 조성된 데크길을 따라 걷노라니 호수에서 물의 향연 분수쇼가 펼쳐진다. 하얗게 솟아올랐다가 사그라들었다가 다시 솟구치는 분수쇼가 그야말로 장관이다.


호수 주변에 나무는 단풍이 드는 곳도 있다. 여름이 덥다 덥다 해도 어느새 가을은 오고 있다. 호수 왼쪽길로 걷다가 데크를 건너 수미산 쪽으로 간다. 역시나 호수 왼쪽길이다. 수미산 둘레길이라고 해야 하나? 금학생태공원 호수 둘레길이라고 해야 하나? 부르기 나름이다. 수미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호수로 흘러드는 지점에 데크길이 있는데, 호수에 연이 가득하다. 이곳 역시 연꽃이 피면 아주 예쁘겠다.


데크길에 나무와 철 울타리가 쳐져 있다. 울타리에 시화가 전시 중이다. 나도 한때는 시를 썼던 사람으로 하나 둘 읽어본다. 시인은 타고나는 거라는데, 시가 제일 좋아서 시만 먹고도 살 수 있는 사람 말이다. 그런데 나는 시보다 더 재미난 것들이 많아서 시인이 되지 못한 것 같다.


주로 걷기와 관련된 시들을 찾아서 읽어본다. 새벽, 걷다. 중독, 들풀, 봄 등이다. 그중에 <중독>이라는 시가 유독 눈에 띈다.


♡중독 / 손경선♡


종일 나무에 매달려서 자는 코알라는

게으른 것이 아니다


밥으로 먹는 유칼립투스 독성으로 인해

잠에 취해 있는 것이다


나는 어떤 독성의 밥을 먹고살기에

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인가

(공주문인협회)


산행이나 여행을 하는 이들은 그래도 중독 상태는 아니지 않을까? 앞을 보고 달리는 중간중간에 가끔 쉼표를 찍는 것이니까.


우리가 출발할 때 사진을 찍었던 데크 지점이 가까워지면서 분수쇼 왼쪽에 오색무지개가 피어난다. 반원 모양이다. 신기방기하다. 무지개를 본 적이 언제런가? 아득하다. 여고시절 밀알선교회 동아리 활동을 했었는데, 여름에 충청도 어느 오지 산골마을로 농촌봉사활동을 갔었다. 비 온 뒤 이튿날에 해가 뜨자 세 개의 산봉우리를 걸치고 양쪽으로 쌍무지개가 떴었다. 마치 거울에 비치기라도 한 것처럼 닮은 꼴 오색찬란한 쌍무지개의 추억이 아련하다.


금학생태공원에 오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거다. 호수의 모양이 금학이 날아오르는 모양이라는 금학생태공원, 분수쇼와 무지개가 뜰 때는 마치 나를 위해 하늘이 베풀어준 공연이라도 되는 듯하다. 천상의 세계에 잠시 노닐다 온 듯 신비에 취한다. 버스에 타면서 꿈에서 깨어난다.


<희망식당>에서 청국장과 김치치개와 돼지두루치기로 뒤풀이를 한다. 깔끔하고 구수한 집밥 맛이다.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구수한 청국장찌개를 먹으며 우리 테이블은 할머니가 끓여주는 바로 그 맛이라며 즐거워한다. 오후 5시 이른 저녁이지만 맛있다, 맛있다. 참 맛있다!

금학생태공원 데크길에서 단체사진
데크길을 걸어간다.
호숫가 나무는 단풍이 들어가고, 수미산은 내려와 호수 품에 안겼다.
물의 향연 분수쇼가 펼쳐진다
수미산쪽으로 가는 데크길에서
왼쪽에는 수미산, 오른쪽에는 금학생태공원 호수가 있는 둘레길을 걷는다..
계곡에서 호수로 흘러드는 물과 호수에 연이 많은 데크길
시화가 있는 길
금학생대공원 호수와 분수쇼와 오색무지개
금학생태공원 덩굴 식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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