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보고파 일정 바꾸어 크리스마스 콘서트 합창 연습

이화 크리스마스 합창 연습 여섯 번째 날

by 서순오

하루 전부터 합창 단체톡방이 요란하다. 박은미 총무님을 시작으로 참석 릴레이에 댓글을 달고 있는 중이다. 벌써 15명이 참석한단다. 나는 원래 화요일마다 문인화를 그리러 가는 일정이 있어서 하루에 두 군데 가는 것은 무리라서 금요일 연습에만 참석하고 있는 중이다.


아, 그런데 혜화동에서 카페 운영을 한다는 문미정 친구가 샌드위치를 만들어온단다. 그렇잖아도 그 카페 한 번 가봐야겠다 생각하던 중인데 말이다. 거기다가 멀리 광주에서 윤희가 합창 연습에 온다는 소식에 마음이 더 동한다. 올해에는 문인화 전시회가 큰 미술관 전시는 안 한다 하고 수원시도서관 순회 전시만 할 거라서 작품을 세 개 정도만 준비하면 된다.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고정 일정 빼먹고 가야 하나 어쩌나 망설이고 있다.

'윤희 얼굴 본 지가 꽤 되었는데! 연습에서 잠깐 보는 것이지만 보고 싶다.'

그래서 나는 화요일 연습에 가기로 마음먹고 댓글을 단다. 내 뒤로도 1명이 더 참석, 총인원은 17명이다.


나는 2시간 잡고 수원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바로 뒤에 급행이 온다는 안내 방송에 성균관대역에 내려서 갈아탄다. 아까는 앉아서 갔는데 급행은 사람이 많아서 서서 간다. 서울시청역 내리니 약 15분 정도 남는다. 사진 안 찍고 빠른 걸음으로 가면 늦지는 않겠는데 나는 늘 그렇듯이 여유 있게 사진 몇 장을 담으면서 걷는다. 덕수궁 돌담길, 스크랜튼홀 건물 맨 위에 붙어있는 이화여고 명찰과 정동교회의 십자가, 이화 돌담길, 이화 교정 야경 표정이 신비롭다.

'졸업 후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모교에 자주 올 수 있다는 게 행복이 아닐까?'


이화동창회 3층으로 올라가니 친구들이 배꽃방 가기 전 기다랗게 놓인 회의실에 앉아 있다. 가운데쯤 앉은 윤희가 손을 들어 '나 여기 있다' 하기에 가서 반갑게 얼싸안는다. 이렇게 한 번 안아보는 것만으로도 참 좋다. 올만에 만나는 친구들은 모두 그럴 것이다.


자세히 보니 친구들이 지금 간식타임을 하고 있다. 바로 정성 가득한 문미정표 샌드위치와 약밥, 쿠키가 들어있는, 너무 예뻐서 차마 먹기 아까운 간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도 얼른 내 몫을 챙겨서 맨 끝자리에 앉아서 먹는다. 샌드위치는 모양이 넘 예뻐서 못 먹고 은박지에 반쯤 싼 약밥 두 개와 쿠키 두 개를 먹는다. 그래도 배가 딱 알맞게 찬다.

"카페에서 이런 것도 파는 거야?"

"아니. 그냥 내가 만들었지."

참 솜씨 좋은 친구이다. 가히 샌드위치 세프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문미정 친구가 하는 카페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박은미 총무님의 의상 의논 시간이다. 총무님이 그동안 입은 의상들을 들고 와서 보여준다. 손을 들어보니 3번 소매 달린 검정 의상 표가 가장 많다. 입었던 드레스 재활용하자는 1번, 2번을 제치고 과감하게 새로 맞추어 입자는 3번이 당첨된 것이다.

"노래하면서 매년 의상 새로 맞추어 입어도 좋지 않을까?"

"그럼 그럼!"

친구들끼리 맞장구를 친다.


크리스마스 콘서트 당일(11/18, 화) 연습은 이화교회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12시쯤 만나서 김밥으로 식사 후 합창 연습을 하고 콘서트 참석 후 저녁식사를 하는 것으로 진행한단다.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지만 배꽃방으로 들어가 <인생> 연습을 한다. 오늘은 송경희 지휘자님과 김희선 반주자님이다. 먼저 발성연습을 간단하게 한다.

"새가 무리 지어 하늘을 날아갈 때 맨 앞의 캡틴을 따라 이리로 갔다가 저리로 갔다가 하는 것처럼 맨 앞 소프라노를 따라서 메조와 알토가 부드럽게 따라와 주는 거예요."

손을 자연스럽게 이리로 저리로 흔들면서 지휘자님이 아주 노련하게 합창 지도를 한다.

"이거 조율 좀 하면 안 돼요?"

반주자님은 피아노 건반이 제 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한 마디 한다.


지휘자님은 본격적인 연습 전에 다 같이 노래를 불러보라 한 후 그동안 연습한 점수는 70점~80점 정도는 줄 수 있단다.

아주 섬세하게 부분 부분 짚어가면서 본격적인 합창 연습을 한다. 화음을 이루어 조금씩 더 완성된 합창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차은미 지휘자님과 박은미 반주자님이 지도할 때는 또 그 나름의 푸근함과 정겨움이 있었다면, 송경희 지휘자님과 김희선 반주자님의 지도는 뭔가 정돈된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랄까? 이렇게 만들든 저렇게 만들든 친구들이 함께 기쁘게 만들어가는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되기를 기도드린다.


중간에 잠깐 쉬고 다시 연습을 하면서 파트별로 회의방으로 가서 드레스 치수를 잰다. 알토, 메조, 소프라노 순서로 잰다. 참, 내가 오늘 큰일 했단다. 글쎄 박은미 총무님이 줄자를 구하러 여기저기 다녀봤다는데 없어서 할 수 없이 다음에 재야겠다고 그런다.

"나, 줄자 있어."

내가 배낭에서 독일제 작은 줄자를 꺼내서 총무님에게 내민 것이다.

"진작 물어보지."

"누가 줄자를 가지고 다녀?"

한바탕 기쁨의 소란이 인 후에 무사히 오늘 참석자들의 가슴둘레를 재고, 키, 옷 사이즈, 신발굽높이 등을 물어 기록했다.


옷 치수도 재고 파트 연습까지 다 끝나고 모두 함께 일어서서 <인생> 노래를 부른다. 혼자일 때, 친구와 함께일 때, 예수님이 함께 할 때, 걸어온 길, 걸어갈 길이 완전히 다르다. 어둠에서 빛으로 바뀌는 우리의 인생, 그리하여 크리스마스를 찬양할 수밖에 없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가을을 알리는 국화
덕수궁 돌담길과 이화 이름표와 정동교회
이화 돌담길과 이화 동문
이화 교정
문미정 친구의 샌드위치, 약밥, 쿠키가 담긴 간식
지휘 : 송경희, 반주 : 김희선 친구
즐거운 이화 크리스마스 콘서트 합창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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