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 크리스마스 콘서트 합창 연습(10)+연희 시니어스 너싱홈+안산자락길
오늘은 왕지각을 했다. 이화 크리스마스 합창 연습 열 번째이고 금요일 오전 연습으로는 마지막 시간인데 말이다. 참석 인원은 모두 19명이다. 지금까지 금요일 연습 참석한 인원 중 가장 많은 숫자란다. 나는 집에서 두 시간 잡고 출발했는데, 버스를 타고 와서 수원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환승해서 가다가 '무슨 결함이 발견되어 재가동을 한다'는 안내 방송에 그만 내려서 바로 뒤에 오는 급행으로 갈아탄다.
'요즘 어디나 사건사고가 많아서는 안전한 게 최우선이다.'
아, 그런데 일반 지하철은 앉아서 가는데 급행은 사람이 많아서 서서 간다. 거의 중간쯤 가다가 자리가 나서 앉았는데 그만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나는 새벽형 인간이라 넘 일찍(새벽 3시 정도) 깨서 오전 시간이 좀 그렇다. 알람까지 해두었는데도 너무 일찍 울렸다. 급행 지하철을 타면 소요되는 시간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탓이다. 어쨌거나 눈을 떠 보니 종로3가역이다. 부랴부랴 내린다. 다행히 출구는 나오지 않고 바로 건너편으로 가서 갈아탈 수 있는 역이다. 두 정류장 후 시청역에 내리면서 시간을 보니 10시 30분이 다 되어간다. 합창 연습이 있는 이화 동창회 배꽃방까지는 도보로 20여 분 잡아야 한다. 합창 연습 시작 시간이 오전 10시니까 10시 50분이 되어야 도착한다는 뜻이다.
가는 길 덕수궁 돌담길, 이화 돌담길, 이화 교정 단풍이 넘 곱다. 돌담과 어우러진 덕수궁 안의 단풍들이 빨강, 주황, 노랑으로 완벽한 명화 작품으로 채색을 했다. 이화 돌담길 노오란 은행나무들은 눈이 부실 정도로 맑은 빛이다. 이화의 상징 유관순 열사 우물과 오래된 은행나무, 그 옆 정원의 나무들도 단풍으로 가을 풍경을 한껏 자랑하고 있다. 감탄을 하며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다. 그래도 평소보다는 좀 적게 폰카메라를 누르고 발걸음을 서두른다.
이화 동창회 건물 안으로 들어가 3층으로 올라가니 합창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지금까지 총 8번 참석을 했다. 화요일 저녁 2번, 금요일 오전 6번, 합해서이다. 그래서 그런지 곡은 어느 정도 다 외웠다. 악보 안 보고도 부를 수 있다. 친구들과 함께 화음을 이루고 약 1시간 연습을 한다. 왕지각을 했으니 두 시간 연습 시간이 1시간으로 준 것이다.
합창 연습 마치고 박은미 총무님이 여기저기 맛있다는 김밥을 주문해오고 있는 중인데 오늘은 <바르다 김선생 바른 김밥>이란다. 역시나 참치, 야채, 호두크림, 세 가지 맛인데, 나는 호두크림맛을 일부러 찾아서 먹는다. 친구들이 가져온 오메기떡, 꿀떡, 시루떡, 귤까지 먹고 커피와 차도 마신다. 점심식사가 간식거리로 준비되지만 정식 식사보다도 엄청 푸짐하다.
이제 일이 있어서 바로 가는 친구들과 <연희 시니어스 너싱홈>과 안산자락길을 걸을 친구들로 나뉜다. 합창 연습 후 금요 특별 시간은 모두 11명이 함께 한다. 병원 전문간호사 출신으로 너싱홈을 차려서 지금은 이사장님으로 일하고 있는 김현주 친구의 <연희 시니어스 너싱홈>을 방문한다. 용인과 신촌 두 군데 운영을 하는데 용인은 수도원처럼 시설이 잘 되어 있다고 한다. 오늘은 이화여고에서 가까운 <연희 시니어스 너싱홈>을 안내해 주고 다과도 푸짐하게 대접해 준다. '햇빛이 잘 비치는 곳'이라는 뜻의 '샤인(shine)'이 김현주 친구의 톡방 별명인데, 건물 안 전체가 빛이 잘 들어오고 바깥 조망이 아주 좋은 게 '그래서 그랬구나!' 싶다. 연희감리교회와 원천교회, 멀리 북한산과 가까이 안산이 보이는 옥상정원을 둘러보고 다과의 시간을 갖는다.
"무슨 계기로 이런 너싱홈을 하게 된 거야?"
"전문간호사로 일하다 보니 기회가 오더라구. 대체로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을 간호사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많지 않은데 내가 전문간호사라 좋은 점이 있어. 나 말고도 간호사가 더 있어. 노인분들에게는 꼭 필요하지."
기념사진을 찍고 층별 안내도 받고 피자 만드는 활동도 직접 보니 감동이다. 곳곳에 어르신들이 직접 만들어놓은 작품들과 그림들이 걸려있다.
"나이 들어 잘 먹고 잘 싸고 소화 잘 시키고, 잘 거동할 수 있으면 가장 행복한 것이고, 혹여 그렇지 못하다 하더라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다행인 삶이리라."
우리 모두는 이런 생각을 서로 나눈다.
김현주 친구의 안내로 안산자락길로 간다. 5명은 다른 일정이 있어서 가고, 모두 6명이 함께 한다. 메타쉐콰이어길까지 함께 걷고 숲속무대에 앉아서 수다 떨며 논다
"우리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노래 부르자."
"그거 좋지."
"여행은 어때? 국내여행, 해외여행!"
"그것도 좋지. 1박 2일이나 2박 3일도 좋아"
그러다가 또 두 팀으로 나뉜다. 자동차를 너싱홈에 세워두고 온 은미와 은식이는 현주와 함께 도로 그쪽으로 내려가고, 대학친구들과 두세 번 걸어본 경험이 있는 내 안내로 경희와 미열이는 이대와 연대 후문 쪽으로 걷는다. 내려올수록 단풍이 곱다. 봉원사 근처에서 길이 살짝 헷갈렸지만 무사히 버스정류장까지 잘 내려온다. 봉원사 종점에서 함께 버스를 타고 오다가 두 친구는 서대문역에 내리고, 나는 서울역에 내린다. 1호선 지하철을 타고 수원역에 내려 또 버스로 환승한다.
저녁에는 단체톡방이 시끌시끌하다. 친구들이 찍은 사진들이 올라오고 감흥들과 걱정들도 쏟아진다.
"합창 연습-연희 시니어스 너싱홈-안산자락길 코스 완주 사진이야. 많은 인원이 모인 합창 연습에 연희 시니어스 방문 다과와 견학도 고맙구 안산자락길도 즐거웠어. 15일에 모두 만나자."
"안산자락길까지 동행하지 못해 넘나 아쉽다. 멋진 가을 나들이! 이화와 함께라면 건강 100세 보장이다."
합창 연습만 하고 다른 일정이 있어서 먼저 간 친구가 묻기에 대답을 한다.
"나중에 우리 받아 준다는 확답을 받았니?"
"흠... 확답이라기보다는... 걍 이사장님 빽으루다가 눈치껏 디리 밀어보믄 안 될랑가?"
언젠가 찾아올 노후를 미리 대비하려는 우리 친구들의 재치에 <연희 시니어스 너싱홈> 이사장님인 김현주 친구의 당부이다.
"우리 모두 지금부터 건강 잘 지키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한국 의료 수준이 높은 관계로 의사와 친해지렴. 정기건강검진(정밀검사)도 잘 받고, 항상 우리 곁에 친구들과 긍정적인 마인드로 주님을 의지하며 살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건강이 최고니까 무리하지 말고 행복한 만남을 누려보자."
"그래 그래. 우리 건강하게 노래 부르면서 잼나게 잘 살자."
잠자리에 누우니 행복감이 밀려온다. 친구들과의 끈끈한 교감, 그것이 한 살 두 살 나이 들어가는 우리를 살찌운다. 우리가 부르는 합창이 <인생>(신상우 작사, 작곡)이어서 다시금 새롭게 새겨보는 친구들과의 우정, 그리고 창조주와의 관계 등이 가슴을 포근하게 어루만진다.
"오늘도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살았구나! 감사하며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