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 크리스마스 콘서트 총연습
울 이화 80 친구들의 이화 크리스마스 콘서트 총연습날이다. 총 30명 참석이다. 가는 길 덕수궁 돌담길과 이화 돌담길, 이화 교정은 고운 단풍으로 물들고 있다. 이번 주말이 단풍 절정인 듯하다.
나는 합창 연습 시간에 알맞게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약간 여유를 두고 수원시청역에 내렸는데 단풍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느라 자꾸만 발걸음을 멈춘다. 나무 위에 물든 단풍도 곱지만 바닥에 떨어진 단풍 낙엽이 또한 압권이다.
덕수궁 정문 대한문에서는 수문장 교대식이 진행 중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켜보며 카메라에 영상을 담기도 한다. 나는 사진 두 컷만 찍고 발걸음을 서두른다. 오전 시간인 데다 사람들이 수문장 교대식을 보려고 덕수궁 앞에 몰려 있어서 그런지 덕수궁 돌담길과 이화 돌담길인 정동길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한 껏 자태를 뽐내고 있는 단풍을 사진에 담기가 좋다.
덕수궁 돌담길에는 호박엿, 군밤과 고구마 과자를 파는 손수레도 있다. 사람들이 띄엄띄엄 포즈를 취하며 돌담길과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
정동교회와 은행나무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이 어느 유서 깊은 오래된 도시의 교회 풍경처럼 고풍스럽다. 예쁜 이화 돌담길 단풍 사이로 보이는 이화 스크랜튼홀 건물의 맨 위에 붙은 이화 이름표를 담아본다. 보기만 해도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름이다.
이화 동문에는 노오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백주년 기념관으로 들어가는 옛 대문 옆에서 한 폭의 그림으로 풍경을 만들고 있다. 이화 교정 안으로 들어가니 길바닥에 단풍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다. 유관순 열사 우물이 있는 그곳 고목 은행나무가 궁금하다. 학교 다닐 때 가을이면 점심때마다 찾던 추억의 장소가 아니던가? 단풍 밭에서 학교로 날아든 어느 소년의 편지를 읽던 기억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은행나무는 단풍잎을 반쯤 떨어뜨려서 바닥을 완전히 덮고 온통 동화나라를 이루고 있다. 저곳에 사뿐히 앉거나 비스듬히 누워도 좋으리라. 이제부터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되어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화 크리스마스 합창 연습 시간은 오전 11시이다. 방금 시간이 지났다. 정신을 차리고 사진 몇 컷만 찍고 서두른다.
이따 끝나고 친구들한테 여기로 오자고 해야겠다.
유관순 기념관 옆 정원에도 나무 위 단풍도 숲에 떨어진 단풍잎도 넘 예쁘다.
"이따 봐!"
역시나 사진만 담고 배꽃방으로 올라간다.
총연습이라 인원이 많아서 화음이 더 잘 이루어지는 듯하다. 나는 가사와 음정을 모두 외웠기에 악보 없이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부르다 보니 1절과 2절 가사가 조금 헷갈린다.
1절은 지나온 길 뒤돌아보니 나의 이야기 남아있고 빛바랜 기억과 흘린 눈물 우리의 인생이라.
2절은 걸어갈 길 눈 들어보니 까마득해 보이지만 새겨질 발자국 하늘빛 미소 우리의 인생이라
가사를 생각해 보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데도 순간적으로는 헷갈리는 것이다. 가사는 시이니까 지나온 길은 뒤돌아볼 수밖에 없고 후회와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걸어갈 길은 눈을 들어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 까마득해 보이지만 우리의 발자국이 새겨질 것이다. 하늘빛 미소로 응원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신상우 작사. 작곡 <인생>은 부를수록 곡을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 동안 가슴이 뭉클하다. 그동안 잘 지나왔다, 등불 같은 친구가 있었으니까. 나를 다독인다. 앞으로도 걱정 없다, 하늘빛 미소가 함께 하니까.
연습 마치고는 3층 배꽃방에서 2층 선교합창단방으로 내려간다. 유관순 기념관 무대 대열대로 줄도 서 보고 노래도 불러 본다.
리허설을 하는 월요일과 합창 당일에는 날씨가 추워진다는데 살짝 걱정이다. 우리는 원피스가 반팔이라서다.
'다들 추워서 벌벌 떠는 건 아닐까?'
그렇지만 또 우리 이화 80은 합창 인원이 36명으로 꽤 많은 인원이니까 우리의 훈기로 서로가 따뜻해질 것이다. 기쁘게 즐겁게 참여하면 될 듯하다.
참 오늘 간식은 박은미 총무님이 회비로 공수해 온 맛있는 김밥(날치, 참치, 김치)에 멀리 전주에서 오는 한숙진 친구가 특별한 수제초코파이를 사 왔다. 정혜림 회장님은 왕대추와 월병을 가져와서 역시나 식탁이 풍성하다.
다 마치고는 친구들과 함께 이화 교정을 거닐며 단풍 절정을 맘껏 즐겼다. 어느 산이나 여행지보다도 더 아름다운 이화 교정에서 우리 모두 행복했다. 일정이 있어서 먼저 간 친구들이 조금 아쉬웠지만, 끝까지 남은 친구들은 차도 마시며 담소의 여흥을 누렸다. 커피와 차를 사준 이혜림 친구에게 고맙다.
"이제 삼일 남았네, 이화 크리스마스 콘서트! 우리 멋진 인생, 가을 단풍처럼 고운 화음으로 노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