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는 못 읽지만 이화 합창은 즐거워!

이화 크리스마스 콘서트 리허설

by 서순오

이화로 가는 가을 마지막 단풍을 우러르며 지천에 깔린 낙엽을 밟으며 여전한 방식으로 시청역에 내려 걷는다. 세상에 많은 돌담길이 있지만 우리 이화인에게는 이곳만큼 의미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덕수궁, 정동길, 이화 돌담길! 그렇다! 지난 토요일이 단풍 절정이었다.


하루 이틀새 날이 추워지면서 나뭇가지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던 단풍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우리는 낭만이 있어 좋다고 하지만 낙엽을 쓸어 담는 사람들은 무척 힘이 들 것이다. 오늘은 바람까지 많이 불어서 사람들 발에 밟혀 부서지는 낙엽들이 이리로 저리로 쓸려 다닌다.


그래도 아직 예쁜 단풍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어제 누군가 신아빌딩 벽면의 담쟁이가 예쁘다고 해서 일부러 들렀다. 다른 때보다도 집에서 일찍 출발했으니까 여유가 있다.


아, 그런데 단풍이 거의 다 떨어지고 담쟁이덩굴들도 모두 말랐다. 그러려니 했지만 아쉽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이화 교정의 노천극장 옆길 담쟁이도 단풍이 곱게 물들었을 때는 이곳 못지않았으리라 짐작을 해본다.

'내년에는 꼭 담쟁이 단풍 벽에 등을 기대고 무언가 골똘히 사색하는 모습으로 인생컷을 남겨 보리라. 울 친구들과 함께라면 더 좋으리라.'

서로가 서로를 기대고 손을 맞잡고 함께 위로 오른다고 노래한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시도 떠오른다.


오전 11시 15분 전, 대기실인 선교중창단 방으로 들어가니 앞 팀이 먼저 드레스까지 차려입고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미숙이와 영진이가 나와 비슷하게 와서 우리가 합창 연습 때마다 간식을 먹던 3층 동창회 회의실로 올라간다. 다른 친구들은 이화교회 카페에 와 있다는 톡이 올라온다.


2층 대기실 방이 비자 우리가 들어간다. 한두 사람씩 친구들이 온다. 송경희 지휘자님과 김희선 반주자님의 수고로 연습을 몇 번 한다. 나보다 음악에 대해서 더 잘 아는 친구들이 내가 틀리는 음을 곧 찾아내서 알려준다. 여러 번 부르다 보니 저절로 교정이 된다.

'하하! 실은 난 악보를 못 읽어! 뭐라고 말해도 잘 못 알아들어. 그저 연습 많이 나와서 여러 번 불러서 노래를 통째로 외우는 거야.'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지나간다.


참, 전통 있는 교회 담임목사님 사모님인 차은미 친구는 글쎄, 개근을 했단다. 합창 연습 개근상이 있는데, 특별히 남편분을 위한 선물을 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 나이까지 이런 앙꼬 부부는 우리 이화인이라서 가능한 걸까? 아님 기독교인이어서?"

어쨌든 초반에 반주도 돕고 따님이 만든 휘낭시에와 수제 초콜릿까지 그 섬김도 대단한데, 거기다 개근하는 성실성까지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송경희 지휘자님이 주의를 준다.

"무대 올라가면 공간이 넓어서 자기 소리밖에 안 들려요."

그래도 우리는 개의치 않고 지휘자님이 가르쳐 주는 대로 잘 따라서 물이 흐르듯이 새가 날아가듯이 노래를 부른다.


이제 줄을 서서 유관순 기념관 무대로 들어간다. <인생> 곡을 부른다. 방송실에서 보면서 듣는 이들이 우리 소리가 곱단다. 소리를 크게 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런다. 잘한다는 얘기인 모양이다. 다들 한껏 힘이 난다. 오늘 리허설 참여 인원이 18명(1명은 일이 있어서 일찍 감)이니까 반밖에 안 온 건데, 35명 다 오면 더 예쁜 소리가 나오겠다. 두세 번 들어가고 나가고, 노래도 불러보고 리허설을 마친다.


이화교회 카페로 가서 김밥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늘 우리를 섬겨주던 박은미 총무님 빈자리가 느껴진다. 대학교수인 은미는 오늘 수업이 있어서 못 나왔다. 함께 있을 때는 잘 몰라도 없을 때 보면 안다.


"이제 드디어 낼이 크리스마스 콘서트 날이네! 그동안 다들 애 많이 썼어! 정혜림 회장님, 박은미 총무님, 초창기 연습 때 차은미 지휘자님, 박은미 반주자님, 그리고 막바지 연습 때 송경희 지휘자님, 김희선 반주자님, 소프라노, 메조, 알토 친구들 모두모두 고마워! 함께 노래하니까 참 좋다, 그치?"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를 때 가슴이 뭉클하더니만 자꾸만 마음이 설렌다.

"등불 같은 친구 곁에 있었고"

"하늘빛 미소"

그 대목이었던 것 같다.

"친구들 오늘 푹 쉬고 최고의 컨디션으로 낼 이화 크리스마스 콘서트 무대를 환하게 밝히 우자! 단풍처럼 고운 화음으로!"

서울시립미술관 쪽 돌담길과 단풍
정동길 신아빌딩 담쟁이 단풍 벽과 이화 노천극장 옆길 담쟁이 단풍
정동길 정동제일교회와 정동극장 쪽 단풍
정동제일교회 안내
빨간 단풍과 아치문, 유관순 우물과 은행나무 고목 단풍
스크랜튼홀 앞 세열단풍(※세열단풍은 계절에 따라 잎색이 달라진단다.)
이화교정 노천극장과 유관순기념관 옆길 단풍
이화 크리스마스 콘서트 이화 80 리허설
2025 이화 크리스마스 음악회 팜플렛
덕수궁 정동길 안내
덕수궁 돌담길 단풍
서울시청 앞 광장 크리스마스 트리 "메리 크리스마스 &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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