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딸과 외손녀와 함께하는 시간(3)
울 딸이 묵은 네스트 호텔 531호 방은 사이드 씨이긴 하지만 인천 바다 뷰가 좋은 편이다. 아침에 일출을 볼 수 있다기에 일어나서 창밖을 내다보니 바다 쪽 풍경이 조금 흐리다. 시간을 기다리니 해가 떠오른다. 도로와 숲과 섬이 가리고 있어서 바다에서부터 떠오르는 해를 볼 수는 없었지만, 섬 뒤로 조금 동그란 노란 알같이 떠오른 해는 볼 수 있었다.
네스트 호텔은 부대시설이 잘 되어 있다. 1층에는 어린이 놀이방, 편의점, 조식 먹는 카페 같은 식당이 있다, 야외에는 유료 수영장이 있고 3층에는 사우나가 있다.(※1)
"엄마, 수영할 거야? 수영복 가지고 와."
"글쎄, 수영복 어디 두었는지 모르겠네."
"그럼 내 꺼 하나 가져가 볼게."
한국 들어오기 전에 톡을 했었는데, 날이 추우니 밖에 있는 수영장에는 들어갈 엄두를 못 낸다.
"수영장 물은 따뜻하다던데!"
그렇지만 영하의 날씨에 외손녀를 데리고 수영을 하긴 좀 그렇고, 혼자서 하기도 뭐해서 그냥 생략한다. 울 외손녀는 수영을 참 좋아하는데 말이다.
그 대신 어제 나 혼자, 밤 9시에 사우나에 다녀왔다. 작지만 온탕, 냉탕, 노천탕, 건식사우나, 개인 샤워실 등이 있다. 탕과 사우나에 두루 들어가서 10여 분씩 앉아 있다가 살짝 때를 밀고 나왔다. 오랜만에 사우나를 하니 몸이 개운하다. 나는 한증막이 있는 온천을 꽤 좋아하는데, 산행을 하면서부터는 거의 가지 않게 되었다.
심천으로 돌아가는 날! 외손녀가 깨기 전에 울 딸은 캐리어 등 돌아갈 준비를 다 해놓는다. 그리고 시간이 괜찮으면 바다 뷰가 좋은 카페를 가보고 싶다고 한다.
"아, 그런데 오전 10시에 오픈이네. 시간이 촉박해서 안 되겠다. 거기서 빵이랑 커피로 아침을 먹으려고 했는데."
나는 그냥 안 가는 게 좋겠다 생각을 했기에 가만히 있는다. 오늘따라 바람도 많이 불고, 눈이나 비도 온다 하고, 날씨가 많이 추워졌기 때문에 애를 데리고 다니는 건 쉽지 않아서이다. 울 딸은 심천에서는 아침에 늦게 시작하기에 거의 아침식사는 간단하게 해왔다면서 여기서도 편의점에서 사 먹겠다고 한다.
"그래, 그럼 나는 여기 있는 카스텔라와 짜파게티 먹을게."
뜨거운 물을 포트에 끓여서 빵과 짜파게티를 먹고 커피까지 마시고 나니 배가 든든하다.
"요즘 자꾸 살이 찌는데 꼭 배가 부를 때까지 먹네."
나는 그렇게 아침을 해결했는데 울 딸은 짐 준비에 빠진 것은 없나 살피고 있다.
"다 된 것 같아."
"엄마가 놀이방에서 애 노는 거 보고 있을 테니까 편의점에 가서 먹고 싶은 거 사 먹고 와."
울 딸이 편의점에서 간편식으로 아침을 먹는 동안 울 외손녀는 놀이방에서 한참 놀았다. 피아노 치기, 목마 타기, 미끄럼틀 등 재미난 것들이 있는데, 두루두루 하나씩 만져보고 타보고 한다. 밖을 내다보니 바다와 수영장이 보이는데 그 옆에 있는 나무와 갈대들이 몸서리를 치며 흔들리고 있다. 바람이 드세게 불고 있다. 그런데 아침까지만 해도 바다 위로 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이 하나 둘 보였는데 말이다.
"바람은 불어도 비행기는 다니네 뭐!"
그런데 잼나게 잘 놀고 네스트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가서 수속도 잘했다. 2살 아래 아이가 있어서 노약자 우대 창구에서 탑승 수속을 하니 빠르다. 서로 인사를 하고 아쉬운 작별을 한다. 그러고 나서 나는 공항버스 리무진을 타고 집에 잘 도착했다.
좀 피곤하기에 누워서 쉬려는데, 강풍경보로 인해 비행기가 연착되어 오후 2시 비행기가 7시 30분으로, 또 9시 40분으로,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울 딸한테 톡이 들어온다.
"그럼 어떡하냐?"
"무지 피곤해서 쓰러질 것 같음."
울 딸이 보내오는 톡을 보니 정말이지 걱정이 된다. 성인 혼자라도 비행기 연착, 지연 시에는 힘이 드는데, 아직 두 살도 안 된 외손녀까지 데리고 탑승구에서 온종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우유와 기저귀는 넉넉히 챙겼을까?"
"혹시 밤을 새우게 된다면 아이는 어디서 잠을 자야 하나?"
이것저것 걱정이 태산이다.
초저녁 잠이 많은 나는 8시 무렵까지 기다리다가 곧 잠이 들고 말았다. 밤중에 잠이 깨서 톡을 들여다본다.
"아직도 안 오네. 이러다 오늘 못 가는 거 아냐?"
9시 무렵 울 딸이 우리 가족방에 올린 톡인데 다들 자는지, 아님 다른 일을 하는지, 아무 대답이 없다.
"그래도 친구랑 같이 있으니까 시간 보내기는 괜찮을 거야."
그리고는 잠이 안 와서 수시로 들여다보는 데도 다시 톡은 없다. 새벽에 일찍 깨서 아침 8시가 되어도 기다리는 톡은 없다.
"정아, 집 잘 도착한 거야?"
나는 톡을 보내놓고 아침을 먹는다. 울 딸과 외손녀 만나러 가면서 울 남편 먹으라고 해놓은 반찬들이 있어서 밥을 덜어서 겉절이 김치와 나물을 넣고 쌈장 한 숟가락 넣고 비벼서 소고기 뭇국과 함께 먹는다. 저녁형인 울 남편은 대체로 밤 2시 정도나 되어서 잠자리에 들기에 아직 일어나려면 1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
오전 11시, 드디어 울 딸한테 톡이 온다.
"어젯밤 3시에 집에 왔어. 카카오톡이 안 되어서 톡을 못 보냈네. 넘 피곤해서 지금까지 잤어"
중국은 때로 카톡이 안 될 때가 있다. VPN(Virtual Private Network, 가상 사설망, 인터넷 속 나만의 비밀통로)이라는 걸 깔면 카톡을 할 수 있단다. 보안 때문에 그런다는데, 요즘 같은 인터넷 세상에 그 점은 좀 불편하다.
'하기야 해외여행 가면 로밍하지 않는 한 인터넷이 안 되는 데가 어디 한둘인가 뭐!'
그냥 뭐 그러려니 해야 한다. 다 자기 나라 법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또 우리나라처럼 인터넷 잘 되는 나라에 사는 것도 복이라 여긴다. 중국은 그 대신 자기 나라 톡인 위챗을 사용한다. 내 폰에서 하도 사용을 안 했더니 자동 업그레이드 된다면서 그만 앱이 지워지고 말았다. 필요하면 다시 깔아야 한다.
어쨌든 울 딸과 외손녀가 강풍에 비행기 연착으로 고생은 했지만 그런 일도 흔치는 않으니 새로운 경험을 했다 생각하면 되리라. 그러고 보니까 오랜 추억 하나가 떠오른다. 울 아들과 딸이 어렸을 때는 가족여행도 꽤 다녔는데, 1년에 두어 번은 꼭 했던 것 같다. 애들이 5살, 4살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 포항여행을 가는데 비행기를 타고 갔다. 애들이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봤다. 그런데 안개가 끼고 날씨가 뿌옇게 흐려서 비행기가 착륙을 못하고 하늘 위에서 빙빙 맴돌면서 40여 분 간이나 지체를 했다. 그러자 울 딸이 무서워서 울먹인다.
"나는 다시는 비행기 안 탈 거야."
"그래 그래. 비행기 안 타도 돼."
나는 울 딸 눈물을 닦아주고 등을 토닥이면서 그렇게 달래주었다. 그런데 그 후 대학 시절부터 울 딸은 그때 한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비행기를 많이 타는 사람이 되었다. 1년이면 한 10여 번씩은 비행기를 타기 때문이다. 중국 심천에 살고 있어서 한국 들어오고 나가고, 또 여행도 자주 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2박 3일 간이라 비교적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것저것 많이 경험해 본 뜻깊은 여행이었으리라. 나도 울 딸 덕분에 맛있는 것도 먹고 인스파이어에도 가보고 재미났다. 특별히 잘 웃고 웃을 때는 보조개가 예쁜 울 외손녀와의 동행이라서 더욱 소중한 여행이었다.
참, 울 외손녀는 또래 애들보다 키가 작고 몸무게는 적게 나가지만 체력이 좋은 편이다. 글쎄, 후유증 하나 없이 잘 지내고 있단다. 평소 하던 대로 바깥 산책에다 놀이 시설에도 가서 놀고 말이다.
"건강하게 예쁘게 무럭무럭 자라 곧 또 만나자!"
(※1) 사우나, 수영장, 편의점은 사진에 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