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높이 올라 발아래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것!

남덕유산

by 서순오

한 겨울 눈산행으로 유명한 덕유산 자락 남덕유산에서 하이얀 눈꽃을 볼 수 있으려나 기대하며 간다. 한겨울에만 하이얀 눈꽃이 핀 덕유산을 곤돌라 타고 두 번 올랐고 혼자서 중동까지는 가 보았는데, 남덕유산은 한 번도 못 가봤다. 새로운 곳을 좋아하는 나는 가기 전부터 어떤 산일까 궁금하고 마음이 설렌다. 대체로는 산행 전에 유튜브나 블로그를 찾아보고 가는데 이번에는 그냥 간다. 두야 대장님 리딩이니 다소 어려운 코스라도 무난하게 시간 안배를 하며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오후에는 날씨가 많이 풀린다는 소식에 영상 5도면 눈꽃보다도 춥지 않은 산행을 하겠구나 안심하며 옷차림과 장갑, 모자 등을 봄가을용으로 하나씩 더 챙겨 넣는다.


사당역 10번 출구에서 아침 6시 30분에 모두 만난다. 조금 시간이 빠듯하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두야 대장님과 나 포함 황서희님, 글라라님, 여 산우 세 명, 총 4명이라 오붓한 산행이 되겠다.


약 2시간 정도 달린 후에 휴게소에서 아침을 사 먹는다. 우렁 된장찌개와 육개장, 떡볶이로 따끈한 아침식사라 속이 든든하다. 약 1시간을 더 달리니 영각탐방지원센터 주차장에 도착한다. 차는 막히지 않고 시원스레 달렸다. 산행준비를 하고 오전 10시 30분 정도에 산행을 시작한다. 나는 털모자는 썼지만 옷은 최대한 얇게 입고 반장갑을 낀다. 조금 걷다 보니 머리와 얼굴에 땀이 나고 속옷 안에서도 한두 방울 땀이 흐르기에 털모자를 벗고 봄가을 챙이 있는 모자로 바꿔 쓴다. 날씨가 포근하다.


남덕유산 가는 길은 초반에는 조릿대가 우거져 있는데 계속 돌길 오름길이 이어진다. 여기가 깔딱고개인가 물으면 두야 대장님이 아직은 아니란다. 돌길이 조금씩 더 가팔라진다. 철난간이 나오고 드디어 깔딱고개가 나온다. 그곳을 오른 다음 이제 편안한 길이려나 했는데 아니다.


나는 하봉 오르기 전에 안전 쉼터에서 털모자와 털장갑을 낀다. 바람이 살짝 부는데 계단길이라 손이 시려서이다.


본격적인 철계단길이 나온다. 아득히 가파르다. 하봉, 중봉, 남덕유산까지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대체적으로는 오름길이지만 가끔 내려가기도 한다. 철계단을 오르며 보는 주변 조망이 아주 멋지다. 구불구불 산봉우리와 능선들, 마을 모습까지 그 어느 쪽을 보아도 한 폭의 수묵화이다. 우뚝 솟은 봉우리들이 웅장하다.


"저길 어찌 올라갈까?"

가야 할 길, 올려다 보이는 하봉, 중봉, 남덕유산 봉우리들과 가파른 계단들이 까마득하다.

"저길 어찌 올라왔을까?"

숨을 돌리고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면 대견하다.


간혹 길에 얼음이 녹지 않고 얼어 있어서 미끄럽기도 하다. 나는 한두 번 자칫 미끄러질 뻔했다. 얼음이 있다고 조심을 해도 소용이 없다. 밟는 순간 미끄러진다. 길옆에 있는 가느다란 나뭇가지만 수난을 당한다. 붙잡고 오르면 휘청이지만 그래도 큰 역할을 해주어 고맙다.


하봉에 올라서니 주봉과 남덕유산 쪽 조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햐! 멋지다."

가파르게 요리조리 오름길 계단들이 환상적인 그림을 연출한다. 주봉에 올라서니 하봉 쪽으로 이어진 계단들과 우뚝 솟은 암릉들과 한가롭게 펼쳐진 마을들이 잘 어우러진다. 산 높이 올라서 한눈에 발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내가 산을 오르는 이유이다.


우리의 인생에서 성공이라는 목표점을 향해 가는 사람들도 같지 않을까 싶다.

"이만큼 이루었다는 것! 그것이 유일한 이유일 것이다."

이 세상을 떠날 때는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가져갈 수는 없기에 자신이 살아온 흔적을 이 세상에 남기고 싶은 것이리라. 부와 권력과 건강으로, 책과 음악과 그림이라는 예술로, 때로는 선행으로! 그러면 후세의 사람들이 기억해 줄 것이다, 그가 남긴 자취를!


그러나 또한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길이길이 회자되며 타산지석의 재료가 될 것이다. 후세 사람들의 지침이 된다는 점에서 먼저 살아간, 선 세대 사람들의 삶이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남덕유산 정상에 오르니 돌비가 우뚝 서있다. 개인사진과 단체사진을 남긴다. 사방팔방이 시원스럽게 뚫려있어서 마음까지 뻥 뚫린다. 심호흡을 하며 맑은 공기를 들이마신다. 찬 기운이 느껴지지만 상쾌하다. 이곳에서는 오늘 가지 않는 서봉 쪽도 시원스레 보인다. 자차로 움직이면 원점회귀를 해야 해서 같은 길로 오르고 내려온다. 아마도 산악회에서 대절버스로 왔다면 저곳까지 오르고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가볼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산은 휘리릭 쉽다. 철계단길 폭이 넓어 한 발 한 발 걷고 돌길도 조심조심 내려오지만 큼직큼직한 돌들이라 밟는데 그리 부담은 없다. 이곳은 너덜지대 깎아서 박아놓은 것 같은 그런 돌길은 아니다. 사진도 거의 안 찍고 내려온다. 황서희님과 글라라님은 하산길에 걸음이 빨라 순식간에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특히나 무릎과 발목 조심을 하며 천천히 걷고 있기에 두야 대장님이 앞서 가시면서 잘 오고 있나, 뒤를 살펴 주신다.


뒤풀이는 덕유산 특산 식품으로 먹어보고 싶었지만 마땅한 식당이 눈에 띄지 않아 그냥 휴게소에서 하기로 한다. 공주휴게소에서 남산 돈가스로 했는데 고기가 부드럽고 맛이 있다. 둘은 왕돈가스, 둘은 공주밤돈가스를 시켰는데, 공주밤돈가스에는 밤이 들어가 있어서 고소하다.


두야 대장님 운전에 리딩에 사진까지 세심한 배려가 감사하다. 덕분에 여유 있게 느리게 천천히 안전하게 재미있게 걸을 수 있었다. 두 분 여산우님도 함께 해서 산행하면서 사진도 많이 찍고, 차 안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웠다. 해늘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영각탐방지원센터 주자장에 도착해서 단체사진 찍고 산행 시작한다.
영각탐방지원센터에서 여산우님들과 함께
잔설이 있는 조릿대길
돌길 오름길
가파른 돌길 깔딱고개
간식 시간
철계단 데크길
안전쉼터
안전쉼터에서
가파른 계단에서
남덕유산 하봉, 중봉 조망
가파른 계단 오르며 주변 조망
가파른 계단 오르며 지나온 하봉 쪽 조망
데크 다리에서
중봉, 남덕유산 정상과 계단길 조망
남덕유산 정상 돌비(해발 1507m)
남덕유산 정상 돌비(해발 1507m)에서
남덕유산 정상에서 서봉 조망
남덕유산 정상에서 서봉을 배경으로
남덕유산 정상 이정표
AI가 만들어준 지브리풍 남덕유산 산행 사진
AI가 만들어준 남덕유산 눈꽃산행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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