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른 김장하>를 보고
영화 <어른 김장하>는 김현지 감독 작품으로 2022년에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우리나라 전 대통령의 비합법적 비상계엄으로 인해 파면을 선포했던 문형배 헌법재판관에게 장학금을 수여한 분으로 알려지면서 나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영화는 경남 진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평생 조용히 기부와 나눔을 실천해 온 김장하 선생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그분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지역 사회와 언론, 문화 활동을 오랫동안 후원했지만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살아온 인물이다.
영화는 김주완 기자의 시각으로 하나하나 취재하는 형태로 펼쳐진다. 김장하 선생의 젊은 시절과 삶의 가치관, 왜 그렇게 오랫동안 기부를 이어왔는지,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영화 제목에 붙은 ‘어른’이라는 말은 단순히 나이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삶으로 존경을 받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이 영화는 “진짜 어른이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잔잔하지만 오래 남는 작품이다. 갈수록 존경받는 어른이 없다고 하는데. 이런 귀한 분이 있어서 마음이 훈훈해진다. 아울러 부끄러움도 느낀다. 김장하 선생 주변 사람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그 부끄러움이다.
"나는 그렇게 살 수 없어서 부끄럽지요."
김장하 선생은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 이타적인 삶을 산 사람이니까.
또한 김장하 선생은 사회운동도 많이 하셨다. 환경운동, 형평운동 등이다.
"공평은 사회의 근본이요 애정은 인류의 본량이라"
김장하 선생이 극장 전세금을 지원했다는 진주극단의 공연 중 나오는 한 대목이며 진주형평비에 기록된 문구이기도 하다. 공평과 사랑이 우리 삶을 지탱하는 기본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인간사의 모든 문제는 불공평과 사랑 없음, 무관심과 증오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다큐멘터리보다는 예술영화를 더 좋아하는 편이라서 일부러 다큐멘터리를 보러 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김장하 선생의 삶은 궁금했다. 자동차가 없이 평생 대중교통과 택시로 이동하고 걷기도 많이 했다. 살짝 구부정한 어깨와 짧은 보폭 잰걸음으로 걷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배낭을 메고 스틱 1개를 짚고 산행하는 모습도 나온다.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걸으면 된다고 얘기하신다.
이제 <남성당 한약방>은 문을 닫았다. 나이가 들어 더 일하기 어려워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분이 뿌린 씨앗은 사회 곳곳에서 싹이 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얼마나 뿌듯하실까?"
이것이 그분이 아무런 조건 없이 장학금을 주고,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사회운동을 하고, 학교를 지어 나라에 헌납한 이유였을 것이다.
내가 이 땅에 살다 간 후에 나로 인해 이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좋아진다면 잘 산 것이리라.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는 일도 큰 일조이겠으나, 이에 더해서 김장하 선생처럼 자신이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많은 사람을 유익하게 한다면 더 큰 일조를 하는 것이리라.
장학금을 받고 공부한 학생이 성인이 되어 찾아와 큰 인물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단다.
"김장하 선생은 무어라고 하셨을까?"
괜찮다고, 평범한 사람이 사회를 이룬다고 하셨다.
"'어른'이 꼭 필요한 시대이지만 '좋은 평범한 사람'이 많은 사회, 그것이 공평과 사랑을 얘기하는 김장하 선생의 진정한 바람은 아니었을까? '어른'이 있어야 그분을 존경하며 배우며 평범한 사람들이 선하게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영화 <어른 김장하>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조심스럽게 내 나름의 답을 내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