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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an 20. 2023

아닌 척

영화 <조커>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영화  <조커> 예매를 한다. 오늘 갈까 내일 갈까 하다가 그래도 내일은 휴일이라 더 좋겠다 싶다.


영화 <조커>는 '아닌 척' 살아가야 하는 조커의 이야기이다. 코미디 같은 인생, 개 같은 코미디,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그렇게 부른다.

 

"정신병자의 가장 나쁜 점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아닌 척'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에게 '해피'라 불리기도 하는 주인공 아서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데 뇌 기능 장애로 웃음을 참지 못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저 웃음이 터져 나오곤 한다.


엄마는 부잣집에 가정부로 들어가 살다가 주인집 자식으로 아서를 낳게 되는데,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입양아로 서명하고 기록한다. 엄마도 소위 망상장애를 앓는 미친 여자로 기록된다.


이 영화는 또한 부자들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아서의 끓어오르는 분노 속에, 아서의 무차별 폭력 속에, 부자들의 횡포와 독점에 대한 응징과 처벌이 담겨 있다. 가난한 자들은, 억울한 자들은, 시민들은 고담시라는 도시를 불태우며 폭동을 일으키고 시위를 한다.


자본주의의 폐해가 부의 독점이고 세습이고 대물림이기에 이 영화는 그런 문제점을 통쾌하게 꼬집은 것이기도 하다. 속임수 없이 투기 없이 성실하게 정직하게 그렇게 부를 획득한 경우는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베니스영화제의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누린 것이리라.


상을 받은 작품들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 <조커>는 점점 벌어져가는 빈부의 격차, 갑질의 횡포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사람들  역시 상이라는 결과물에 제법 후한 평가를 한다. 휴일이어서이기도 하지만 관객석이 거의 다 찼기 때문이다. 늘 썰렁하던 영화관이 가득 채워져서 보는 맛이 있다. 후끈한 열기이다.


그러나 세상은 갈수록 더 살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도, 가난한 사람들도,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도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물론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더 많이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런 불공평과 불합리와 불분배의 세상에서 앞으로 우리는 얼마나 더 '아닌 척'을 하며 살아가게 될까?

아프면 아프다고, 가난하면 가난하다고, 일자리가 없으면 없다고,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말하고, 서로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고, 또 서로 돕고 나누어줄 수 있는 그런 세상은 요원한 것일까?


흑수저 아서의 웃음소리가 세상에 대한 조크인 듯, 조롱인 듯, 달관인 듯, 귓가에 쟁쟁하게 울린다.

영화 <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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