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하 20장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사는 것이 복이라 여긴다. 그것도 건강하게 행복하게 오래 산다면 그보다 더 큰 복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번 더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아프고 고통스럽고 불행해도 오래 살고 싶을까? 만일 죽을병에 걸렸다면 어떠할까? 가난하고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고독하다면? 그래도 죽지 않고 오래오래 살고 싶을까?"
대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아프더라도 나을 수 있는 희망이 있고 고칠 수 있다면 더 살고 싶을 것이다. 불행하더라도 천국을 소망하는 신앙이 있다면 잘 견뎌내며 생명이 이어지기를 기다릴 런지도 모른다. 가난하고 가족도 친구도 없어도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면 살아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생명은 그만큼 소중하다. 그 어떤 환경에서든 살고 싶은 것이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가치이기도 하다.
오늘 말씀 본문 열왕기하 20장은 죽을병에 걸려 당장 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한 남유다 히스기야 왕의 이야기이다. 히스기야 왕은 하나님께 기도하여 생명을 15년이나 연장받는다.
"그동안 제가 하나님께 행한 선한 일을 기억하여 주옵소서."
히스기야 왕은 하나님께서 칭찬하신 왕이기에 잘한 일이 많았다. 그걸 기억해서 은혜를 베풀어달라고 기도할 정도의 사람이면 아주 잘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왕의 자리에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선한 일을 많이 했으니 백성들에게도 큰 유익을 끼쳤을 것이다.
"그러면 된 것이 아니겠는가? 무얼 더 바란단 말인가?"
가장 최고의 순간에 올랐을 때 내려와야 한다는 말이 있다. 가장 칭송받을 때 내려오면 그 칭찬이 오래오래 유지된다. 즉 높은 자리에서는 내려오지만 좋은 평가와 명예와 존경심이 남는다.
"이제 죽을 때가 되었으니 왕위 계승자를 세우라."
하나님께서는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히스기야 왕에게 말씀하신다. 그런데 순종하지 않고 벽 쪽으로 향하여 울면서 기도를 해서 히스기야 왕은 15년이나 더 살게 된다.
"이 일은 잘된 일일까?"
생명을 연장받은 히스기야 왕은 강대국 앗수르에 대항하기 위해 바벨론과 동맹을 맺고 왕궁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고 만다. 그리하여 바베론이 강성하여졌을 때 히스기야가 보여준 왕궁의 곡식창고와 보물을 모두 빼앗기게 된다. 심지어는 자신이 낳은 아들들 중에서도 포로로 끌려가는 이가 나오고 만다.
또 하나, 생명을 연장받은 히스기야는 그 시기에 자신의 뒤를 이을 아들 므낫세를 낳게 된다. 그런데 므낫세는 악한 왕으로 선왕 히스기야가 해놓은 종교개혁을 모두 다 되돌려 놓고 만다. 자그마치 55년 동안이나 통치하면서 우상숭배의 죄악을 다시 저지른다.
"오래 살아 이런 아들을 낳은 것은 잘한 일일까?"
그렇지만 생명을 연장받은 히스기야가 잘한 일도 있다. '히스기야의 수로'라고 불리는 물길을 만든 것이다. 지하 암벽을 뚫어 기혼샘에서 실로암 연못까지 물이 들어올 수 있는 물길을 만든 것이다. 앗수르왕 산헤립의 침공에 대비해서 약 1년 정도 걸려서 만든 수로인데 높이 1.8m, 폭 60cm이고, 길이는 약 533m에 이른다. 물은 보통 발목 높이에서 깊은 곳은 무릎까지 찬다. 양쪽에서 파 들어가기 시작했다는데 수로를 정확하게 연결시켰다는 게 신기했다. 적군이 이스라엘 성을 포위해도 물길을 터놓았기에 오래 버틸 수 있었다.
신대원 시절 이스라엘 성지답사를 갔을 때 그 히스기야 수로를 직접 걸어본 적이 있다. 양쪽 암벽을 짚으면서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물길이었다. 사람 무릎까지 차오르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사람이 하는 일의 위대성을 실감하는 기회였다. 당시에는 모두 다 석수들이 돌을 쪼아내서 암벽을 뚫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과 돈과 시간이 필요했을 텐데 어떻게 그런 발상을 했는지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세계는 전쟁의 도가니 속으로 점점 깊숙이 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전쟁을 일으킨 나라들이나 당한 나라나 제삼자 나라들도 모두가 다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나는 가끔 그 이스라엘이 이 이스라엘이 맞는지 물어볼 때가 있다. 강대국인 저 나라가 기독교 국가가 맞는지도 의문이 든다. 신앙이 있다고 하면서 하나님 뜻은 안중에도 없이 너무 악한 일을 하면 그 사람이 제대로 된 신앙인인가 의심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혀 다른 하나님을 섬기면서 악한 일을 하는 국가를 편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믿는 사람이 잘못했을 때는 더 큰 벌을 내리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성경에서 보듯이 하나님의 나라 이스라엘이 잘못했을 때는 우상을 섬기는 이방 나라들을 통해 징벌하셨듯이 말이다.
지금 강대국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전쟁에서의 승리도 그다지 오래가지는 못한다. 히스기야 시대에 앗수르 강대국은 곧 바벨론에 멸망당하고 만다. 하나님께서는 그 누구이든 잘잘못을 따져가며 통치하시기 때문이다. 이방나라는 그저 자기 나라 백성들의 잘못을 회개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채찍일 뿐이다. 잘못하면 더 심하게 응징하신다. 지금은 나라의 정치 지도자들이 자기 자신을 돌아볼 때이다. 자신의 죄악을 덮으려고, 현재 가지고 있는 힘만 믿고, 계속 상대방을 때리다가는 둘 다 망하고 만다. 그러는 사이 제3국이 새 강대국으로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