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감네 빈집에서 아이들은 귀신놀이를 합니다. 어떤 녀석은 부엌으로, 어떤 녀석은 방으로 들어옵니다. 모두들 눈을 감고, 벽을 잡고 문을 더듬으며, 앉아서 방바닥을 만지면서 한 발짝 한 발짝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탱그그르르르-”
삼채가 들고 있던 양재기를 부엌바닥에 내던집니다.
“엄마야- ”
한 발짝씩 들어오던 아이들이 도로 뒤로 나가버립니다. 그러다가 엎어지는 놈, 넘어지는 놈, 비틀거리는 놈, 그 모양이 가지가집니다.
“엄마야-”
설이는 자기가 귀신인 줄도 모르고 무서워서 울기 시작합니다. 왜 그런지 삼채 손을 잡고 사람으로 들어올 때보다도 귀신 모양을 하고 기다리는 것이 더 무섭습니다.
“야! 왜 그래? 니가 울면 어쩌냐? 우리는 지금 귀신이랑게?”
“그래도 나는 무서운 게 안 헐래......”
설이가 뒤집어 쓴 이불홑청을 다 벗겨내고 앙앙 울어댑니다.
“야, 설이 땀시 산통 다 깨졌다 잉?”
모처럼 해가 지고 어스름에 시작한 귀신놀이라 잔뜩 기대를 했던 아이들이 이제 맥이 다 풀려서 앉아 있습니다.
“설이가 깜깜하니까 더 무서운 갑다.”
“어쨌든 김 다 샜다 잉? 삼채 너 담부터는 설이 절대로 데꼬 오지 마라, 알것냐?”
그래도 박씨네 아들들은 설이를 달래려고 애를 씁니다.
“일채 오빠가 업어 주께 울음 딱 그치랑게 잉? 설아, 뚝! 울음 뚝!”
“그래, 어서 큰 오빠 등에 업혀 잉? 그래야 느그 할매한테 갈 거 아냐?”
박씨네 아들들이 설이에게 쩔쩔 매는 것을 보고 일채 친구 삼식이가 버럭 화를 냅니다.
“열나게들 하지 말고 빨랑 델다 주라꼬 잉?”
“야 뭐가 어쨌다고 그래. 애가 어리니까 그러제, 너는 동상도 없냐, 새끼야!”
설이를 업으려던 일채가 설이를 이채 등에 업혀주고 불끈 주먹을 쥐고 덤빕니다.
“그래, 한번 붙어보자 잉? 그러잖아도 요즘 주먹이 울더라.”
일채 친구 삼식이는 동네에서 주먹이 세기로 유명한 아이입니다. 그러나 또한 일채도 아버지를 닮아서 주먹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거기다가 일채는 한 번 싸움을 시작하면 절대로 포기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간에는 일채가 쎄다고 생각하는 아이도 있고, 삼식이가 쎄다고 생각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퍽! 퍽! 탁! 탁! 엎치거니 뒤치거니 싸움이 볼만합니다. 설이도 울음을 뚝 그치고 이채 등에 업혀서 싸움구경을 합니다. 뜻밖에 귀신놀이로 끝내려던 하루가 싸움으로 끝이 납니다. 일채와 삼식이는 누가 이긴 것도 진 것도 없이 둘 다 이마가 까지고 얼굴이 쥐어뜯기고 코피가 줄줄 흐릅니다. 옷은 옷대로 찢어지고, 몸은 흙투성이에다 피범벅이 되고, 사지가 욱신욱신 쑤셔댑니다.
그런데, 한바탕 싸워대고 나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시원하게 풀리는 것 같습니다.
“야, 안 되것다, 휴전하자.”
날이 어두워져 사람 얼굴이 안 보일 지경이 되자 싸움을 끝낼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귀신놀이를 즐기던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진짜 귀신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최영감네 빈집에는 찬바람이 쌩쌩 불어댑니다. 등골이 오싹하니 식은땀이 주르르 흐릅니다.
“엄마야- 무서워- 앙-”
등에 업힌 설이가 다시 울어대기 시작합니다.
다 큰 아이들도 머리털이 쭈뼛쭈뼛 서는 것 같습니다.
“야, 빨랑 집에 가장께 잉?”
어둠이 갑작스럽게 최영감네 빈집을 덮어버립니다. 성황당에서 비치는 불빛이 귀신의 눈처럼 번득이며 금방이라도 와락 달려들 것 같습니다.
“오메, 무서워라. 간 떨어지것다. 빨랑빨랑 가장께 잉?” 어둠 속에 아이들의 발걸음이 자꾸 헛디뎌집니다.
앞서가던 한 놈이 엎어지면서 뒤 따라가던 놈들이 엎어지고 울음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합니다. 큰 놈이나 작은놈이나 벌벌 떱니다. 아닌 게 아니라 뭐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처럼 일어나려고 해도 잘 일어서지지가 않습니다.
“엄마야- 진짜 귀신이닷-”
누가 내뱉은 말인지 알 수 없으나 길옆의 시궁창에 빠진 아이들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 발을 이리저리 헛디디며 진퇴양난에 빠져있습니다.
“인자 다시는 귀신놀이 허지 말자 잉? 이러다가 진짜 귀신한테 잡혀 먹히것다 잉? 귀신 들은 아이들 간을 빼먹고 피를 빨아먹는다는 디......”
가슴이 쪼그라들고 숨이 멎을 것만 같습니다.
“설이야~ 일채야~ 삼채야~.”
그때 아랫말 쪽에서 사람들이 아이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초롱불을 밝힌 어른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 얼어붙은 아이들의 마음이 환하게 밝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