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튜버가 되고 싶지 않아

내 '오늘'이 내 취향이 아니라면

by 동그라미

초등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인 유튜버를 비하하다니. 엄청나게 늙고, 뒤쳐진 꼰대가 된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처한(?) 유튜버는 그렇게 대단하신 분이 아니다. 내 하루에 하루 종일 출연하고, 편집하고, 업로드하고, 오지 않는 좋아요와 댓글을 기다리는 그런 유튜버다.


나도 처음부터 이런 유튜버였던 건 아니다. 오히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나의 '오늘'들은 약간 시트콤 같은 존재였다. 매일이 다른 에피소드고, 대부분은 웃기고, 가끔 감동적이거나 캐릭터의 성장 서사를 위한 약간의 눈물 섞인 시간들. 그런데 취준생 시절에 약간 톤 다운이 되면서 집을 나설 때마다 따라란~ 하는 bgm이 들리면서 '오늘도 동그라미 씨는 도서관으로 향한다'하는 내레이션이 들리는 '인간극장' 느낌이 나더니, 요즘은 구독자 3명에 시청자 11명 정도인 직장인 브이로그 같다. 실수로 봤거나 정말 친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별로 관심도 없을 똑같은 하루하루.


'오늘'의 장르가 지상파에서 유튜브로 흘러들어 갈 무렵 메모장에 써둔 글이 그때의 나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원래 저녁 일찍 잠들어서, 내 방 베란다의 색이 푸르스름하게. 하루의 빛과 나의 눈동자가 엇비슷하게. 그 속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렇게 잘 살아왔고. 그렇지만 거의 모든 현대 사회인들이 그러하듯이 남의 돈을 벌어먹고 산다는 건, 제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면서 살 수 없다는 걸 뜻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나에게 딱 맞는 것, 나의 취향이나 성향을 무시하고 요구한 대로 움직이는 대가로 돈을 주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종종 들 정도니까.]


사실 사회가 요구하는 사이클과 자기 취향이 맞았더라면 장르쯤은 아무 문제가 안 됐을 거라고 생각은 한다. 안정적인 직장. 큰 문제없는 하루. 그렇지만 나는 원래가 교훈이 묻어나는 전체관람가의 청춘물이 취향인 사람이라 이런 내 하루들이 정말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 게 큰 문제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내 '오늘'을 강제로 보고, 편집해야 하는 사람인데 내 취향이 아닌 내 '오늘'이라니 너무 슬프지 않은가. 그래서 그때부터 내 인생의 톤을 밝히는데 힘을 쏟기 시작했다.


아, 힘을 쏟기 전 일단 인정할 건 인정하고 넘어가자. 평일 9시부터 6시까지는 어쩔 수가 없다. 일이 많을 땐 더 일찍부터 시작될 수도 혹은 더 늦게까지 메여있을 수도 있지만 그 시간을 놓아줘야 한다는 점에는 깔끔하게 미련을 버려야 한다. 대신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는 시간부터 출근 전까지는 내 시간. 퇴근 이후부터 잠들기 전까지는 내 시간이다. 그 시간을 내 취향의 톤으로 밝히는 게 요즘의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다. 그 취향이 얼마큼의 시공 기간과 예산을 들였는지, 엔틱인지 모던인지, 클래식한지 키치한지, 미니멀한지 맥시멀한지는 추후에 차차 밝히도록 하겠다.


다만 조금의 티저를 띄우자면 최근에 구매한 책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가 요즘의 내 테마라는 거다.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나는 배우는 게 취미라고 사방에 자랑하고 다닌다. 그러나 '열심히'라는 단어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일단 뭔가를 배우려고 시작은 하더라도 그 과정을 즐기면서 천천히 진도를 조금씩 빼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심혜경) 정말 집에서 읽다가 벌떡 일어나 당장 휴대폰을 찾아 옮겨 적고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게 책갈피를 붙인 다음 박수갈채를 쳤다.


나는 내 '오늘'들, 내 시간들은 내가 선택하고, 도전한 것들로 채우고 싶다. 내가 그 시간 속에서 잘하거나 못하거나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이미 그런 숱한 순간들을 시트콤처럼 보내왔다. 혹자의 말처럼 영원히 이렇게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또 살다 보면 내 취향이 바뀔 수도 있겠지. 하지만 장르를 바꾸는 데 성공했던 경험은 다음을 더욱 쉽게 만들 거다. 그렇게 살다 보면 분명히 어쩔 수가 없는 일들 속에서도 '오늘'은 더욱 다양하고 다채로워질 거다. 내 취향에 꼭 발맞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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