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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이공키로미터 Jun 05. 2022

캐나다의 기억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그전보다 브런치를 더 자주 들어오고, 더 많은 브런치의 글을 읽고 있다. 똑똑한 카카오에서 이걸 노리고 이 플랫폼을 만들었으리라. 근면한 콘텐츠 생산자는 충성스러운 소비자인 것이다. 브런치의 여행 카테고리를 가장 많이 들어가고 있는데, 그중 캐나다란 단어가 눈에 띄면 자동적으로 그 글을 클릭하고, 읽게 된다. 아마도 예전 캐나다의 기억이 마음속에 진하게 남아서 일 것이다.


우리 가족은 코로나가 터진 바로 그해 캐나다 밴쿠버에서 일 년을 머물렀다. 난 고민 끝에 뒤늦은 육아휴직을 신청하고, 캐나다에서 하고 싶었던 공부를 시작했고, 두 아이는 현지 학교를 다녔다.(아내는 학생 3명 뒷바라지 하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밴쿠버는 너무나 아름답고 매력적인 곳이었다. 비록 봄, 겨울에 비가 많이 오기는 했지만, 공기는 상쾌했고, 공원과 도서관은 잘 꾸며져 있었으며, 사람들은 한결같이 친절했다. 그러던 와중 코로나로 인해 도시 전체는 얼어붙었고, 졸지에 우리 가족은 집에 갗혀 지내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락다운이 풀리고, 우리 가족은 이때다 싶어 열심히 놀러 다녔다. 놀 수 있을 때 놀아야 한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멀리 록키산맥, 휘슬러, 빅토리아도 가고,  시간만 되면 근처 바닷가에 가서 낚시를 즐기고, 공원에 가서 점심을 먹고, 매주 골프를 치러 다녔다. 아이들 학교는 오프라인이었지만 내가 다니던 학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100% 전환되면서 시간은 넘쳐흘렀다.

당시 생활은 완벽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다. 학교로 가는 길은 가끔 라쿤을 볼 수 있을 만큼 한적하고, 여유로웠다. 아이들은 처음에 학교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지만 곧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 환경에 익숙해져 학교 생활에 만족해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에 돌아와 온라인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한다. 아내와 간단히 점심을 먹고 동네 공원을 산책하거나 근처 파3 골프장에 연습을 간다. 골프장 입장료는 만원도 안 되는 가격이고, 심지어 예약도 필요 없다. 그냥 채만 들고 가면 바로 운동을 즐길 수 있었다. 날이 좋은 주말이면 무조건 나들이를 나갔다. 밴쿠버 다운타운에 가서 번화가 구경을 하면서 핫도그를 먹고, 밴쿠버 곳곳에 있는 유명한 공원, 해변에 가서 햇살을 즐겼다. 그렇게 일 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계획된 일 년이 끝나갈 무렵,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한국의 일을 그만두고, 이곳에서 일자리를 찾아 더 머무를까? 그럼 내 인생은, 아이들의 인생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아내와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결국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을 했다. 캐나다를 떠나던 날 어찌나 아쉽던지 그리고 이 결정이 맞는 건지 고민하며 밤을 지새운 것 같다.


몇 년이 지났지만 캐나다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어느 부분은 희미해지지만 어떤 면은 오히려 더 진해지고, 강해지는 것 같다. 유난히 기억이 나는 건 집 근처 공원에 들어서면 맡을 수 있었던 그 상쾌한 내음과 석양이 질 무렵 아름다웠던 노을, 다운타운에 가기 위해 타고 가던 버스의 안내 음성이다.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시기였고, 앞으로 내 인생의 목표는 아마 이런 삶을 지속하는 것에 집중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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