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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이공키로미터 Jul 24. 202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번 주는 뭘 주제로 쓰나 토요일 아침부터 책상 앞에 앉아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데, 아내가 툭하고 한마디 말을 건넸다. 요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인데, 그 드라마에 대해 한번 써보라고 말이다. 마침 나도 즐겨보는터라 이번 주는 이 드라마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한다.


지금까지 내가 즐기던 드라마는 HBO에서 나온 매운맛 드라마들이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소프라노스, 웨스트 월드, 그리고 왕좌의 게임을 특히나 좋아하는데, 이들은 압도적인 물량에서 쏟아내는 매력적인 서사와 자유롭고 제약 없는 소재를 특징으로 한다. 한편, 국내 드라마는 거의 보지 않았는데, 평면적인 인물, 작위적인 설정과 반복되는 소재가 나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했다. 


반면, 우영우는 기존 국내 드라마와는 결이 다른 차별적인 특징을 보여 주었다. 첫 번째는 기존의 클리세를 비트는 설정이다. 미혼모가 아닌 미혼부가 나오고, 출생의 비밀 따위는 일찍 감치 밝혀 버린다. 한없이 진지한 장면에서 갑자기 유아틱한 애니메이션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런 파격은 관객들로 하여금 이 드라마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갖게 만들고, 그간 나와 같이 국내 드라마의 뻔함에 멀어졌던 관객을 다시 불러 모았다. 둘째는 정교한 시리즈 구성이다. 매 편 하나의 사건이 마무리되지만, 각 편을 관통하며 이어지는 이야기가 별도로 존재한다. 이런 구성은 매 편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면서 시리즈를 계속 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다음은 우영우란 인물의 매력이다. 서울대 로스쿨 수석/ 청소년 같은 풋풋한 외모의 변호사/ 초능력적인 기억력/ 샘솟는 아이디어/ 따뜻한 마음/ 귀여움. 실존할 수 없을 것 같은 인물에게 '자폐'란 약간(?)의 패널티를 가미해 '우영우는 네 이웃이자 친구'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주인공을 마주하는 극 중 인물들은 혼란을 느낀다. 이런 사람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까, 과연 누군가를 사랑이나 할 수 있을까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선입견은 곧 부서지고, 이를 보는 관객 또한 내가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가 되돌아보게 한다. 마지막은 전편을 흐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코로나 재유행 등으로 각팍하고,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사람들에게 이 드라마는 따뜻한 온기를 전달한다. 매 에피소드에서 작가는 인간의 따스한 본성과 선함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정명석 변호사나 최수연 변호사를 보면 처음 차갑고 사무적으로 그려지지만 점차 사려 깊고, 인정 많은 사람으로 묘사된다. 법정에서 일어나는 사건도 대부분 약자의 편에서 그려지고 그들이 이기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극 중 가끔 영우의 친구 동그라미가 일하는 주점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주점의 주인은 항상 영우와 동그라미에게 정성스러운 음식을 대접하고,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응원한다. 작가는 바로 이 주점 주인의 시선을 우리에게 요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들을 아주 열렬히 응원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고 항상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고 말이다. 약간 더 나아가 보면 '법과 원칙'이란 명분으로 '법치'란 이름으로 벌어지는 최근의 어이없는 일들을 그저 묵묵히 참아내야 하는 국민들을 위해 우영우라는 환상을 선물해준 제작진에게 "'왕좌의 게임' 이후 최고의 판타지 메이커"라는 타이틀을 수여하자면 내가 너무 꼬인 걸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2022년 6월 29일 첫 방송, 연출 유인식, 극본 문지원, 총 16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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