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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이공키로미터 Oct 23. 2022

왜 글을 쓰는가?

을지로 3가 뒷골목에서 마늘통닭을 안주삼아 맥주를 마시던 중, 왜 글을 쓰는지 몇 년 만에 만난 선배가 물었다. 난, 우선 글쓰기가 재미있고, 동료와의 공동작업도 좋고, 가능하다면 쓴 글을 모아 책을 출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직 글의 퀄리티가 낮아 책을 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여러 권의 책을 낸 경험이 있는 선배는 말했다. 출판은 퀄리티의 영역이 아니라 기획의 영역이라고. 글이 좋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기획을 잘하면 출판이 가능한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난 지금까지 주로 영화, 장소, 여행을 소재로 무작정 글을 많이 쓰고 있는데, 선배는 이들을 잘 엮거나 다루는 주제를 좀 더 입체적으로 만들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장소를 주제로 할 때, 장소와 영화를 엮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본인의 글쓰기 방식을 바꿔보는 걸 권했다. 나 같은 경우는 어렴풋한 아이템을 먼저 떠올리고, 그걸 구체화하면서 글을 써 내려가다가 어느 정도 틀이 잡히면 제목을 붙이는 방식으로 글을 썼는데, 선배는 그 방식을 반대로 해보라고 조언했다. 처음부터 책의 제목과 주제를 선명하게 하고, 그에 맞춰 생각을 풀어내고, 글을 써 내려가 보라고 말이다.


선배와의 대화 중 문득 내가 너무 욕심을 내고 있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 42편의 글을 쓴 것뿐인데, 아름다운 문체와 짜임새 있는 구성, 독창적인 표현들을 바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것들은 훈련 없이 짧은 기간 안에 만들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선 꾸준히 써 내려가고, 진솔하게 쓰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나의 최선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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