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5층 엘리베이터문이 열렸다.
은은한 재즈곡이 들리고, 앞에 커다란 책장이 보인다. 스탭 한 명이 다가와 나에게 자리를 안내하면서 이곳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비치된 책 중에 작가의 초판본이 많으니 소중하게 봐주시고, 특별히 읽고 싶은 책이나 잡지가 있으면 어떤 책이든 삼일 이내 비치해 두겠습니다. 매주 수요일 밤, 작가의 낭독회와 독서모임이 있으니 시간이 되시면 한번 들리시기 바랍니다. "
"입구 왼쪽으로 가시면 전문테라피스트로부터 헤드마사지를 받을 수 있고, 반대편 코너의 바에서는 어떤 음료든지 주문이 가능하십니다. 좋은 와인 리스트를 가지고 있으니 편히 즐기시길 바랍니다. 저쪽에 계신 전문 DJ가 음악을 틀어주고 계신데, 만약 원하시는 음악이 있다면 말씀 주시면 됩니다."
독서 의자는 편안했고, 테이블은 책 읽기 적당한 크기와 높이였다. 독서등도 세심하게 고른 듯하다.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인 문진까지 이곳을 만든 누군가의 책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좌석은 모두 창가를 보도록 배치되어 있어 주변의 신경을 덜 써도 되는 구조였다. 군데군데 있는 책장에는 책과 잡지가 빼곡했다. 허먼멜빌, 이문구, 서머셋 몸, 무라카미하루키, 빌 브라이슨, 필립 K딕, 보르헤스, 김훈.. 셀렉션이 아주 훌륭하다. 특히 잡지의 구성이 좋았다. 허슬러와 펜트하우스가 서가 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고 있고, 절판된 키노 전권이 보였다. 그 외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해외 인디 잡지와 애니 잡지가 꽤 많이 비치되어 있었다.
샴페인 한잔과 함께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북소리를 가지고, 자리에 앉았다. 독서등을 켜자 책의 활자가 크고 밝게 눈에 들어온다. 페이지를 넘기는 내 손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흥분되고, 조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