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모르지. 저작권 협회 어플에 100만 원이 찍힐지

by 다운

지인의 지인이 광안리 해변가 등 버스킹 명소로 소문난 곳에서 밴드로 활동 중이라는 소식은 종종 들었다. 인스타 스토리를 통해 그 동태를 알게 된 것도 있다. 낮지만 웅장한 베이스 소리, 귀를 날카롭게 찔러 파고드는 일렉기타의 음색을 좋아해 기타를 배워볼까 하는, 과거의 나를 스쳐 지나간 욕망이 있었기도 했다.


술도 담배도 하지 않는 내게 유일한 마약은 정말로 음악뿐이다. 여전히.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 몸속의 근육이 금방이라도 바깥세상을 향해 튀어나갈 것처럼 움찔거렸고, 슬픈 노래를 들으면 (사실 그런 적은 자주 없지만) 감성에 젖은 날에는 눈물 한 방울을 찔끔 흘리기도 했다. 한껏 취한 사람처럼.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희뿌연 연기에 담아 내보내는 것처럼. 그래서 음악을 좋아했고, 음악을 만드는 모든 뮤지션을 동경한다.


노래 가사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라. 솔직히 말하자면 본격적으로 도전하려고 마음을 먹은 적은 전혀 없다. 글을 쓰는 걸 특기이자 업으로 삼고 싶었기에, 작사도 어쨌든 글을 쓰는 거니까 비슷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한 적은 있어도. 아이유 님의 좋은 명반들, 작사가 김이나 님의 감히 넘볼 수 없는 단어들을 보면서도 그저 '대단하다'라는 생각, 그리고 그저 몸과 마음을 내맡기고 즐기는 것에 그쳤을 뿐이었다.


인스타그램과 스레드 여기저기에 뿌려둔 내 글을 몇 번 보았다고 했다. 어라. 일면식은 있지만 친하다고는 표현하기 어려웠던, 말 그대로 지인의 지인이었는지라, 이 사람이 내 글의 독자 범위에 포함되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이 글도 보시는 건 아니겠지.) 그래서 조금 당황스러웠고, 쑥스럽기도 했다. 내 집필 실력을 대단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며, 자신이 작곡한 음악의 가사를 써주지 않겠냐는 제안을 내밀어주셨다. 많이 당황스러웠다. 내가 즐기던 노래들을, 그 가사를, 감히 내가 직접, 형편없는 이 실력으로? 회사에서 지루한 나날을 보내며 멈춰있던 머릿속이 온갖 생각으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복잡한 머릿속과 대비된 내 손가락은 빠르게 긍정과 동의의 답변을 전달했다. 반복된 업무와 여유롭기 그지없는 회사 생활에 도파민이 필요했던 것 같다. 작사에 대한 지식을 1도 수집하지 않고 덥석 수락해 버린 것치고 내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다. 지인의 지인에서 작업 동료가 된 분에게 철회의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사실 지금 시점에서는 이미 한 음원의 작사 초안을 완성했고 편곡자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다.


'발매가 되면 저작권 협회에 작사로 이름 올라가실 거예요.'


동료의 답신은 내 복잡한 머릿속에 엔진을 하나 더 달아주었다. 저작권 협회의 작사가? 인터넷에 작사가의 수익을 검색해 보았다. 물론 처음에는 개미 코에도 붙일 수 없을 정도로 하찮은 숫자이겠지만, 누군가 음원을 들어주고 그 누군가가 누군가의 누군가에게 음원을 알려주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 스트리밍 숫자가 조금씩 높아지면 100만 원 상당의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후기를 읽었다. 두근두근. 솔로 n년차가 정말 오랜만에 이성의 손을 잡는 순간처럼, 심장이 쫄깃하게 뛰었다. 상상 속 내 통장 어플에는 이미 100만 원이라는 숫자가 그득히 찍혀 있었다.


밴드 스타일이 짙게 묻어난 음원의 가사를 써야 하므로, 데이식스와 루시, 가사가 예쁜 J-POP, 동경하던 아이유의 음악을 집중해서 듣기 시작했다. 가사 자체는 생각보다 심플했다. 어려운 표현을 적절히 섞어주어야 하는 책과 달리 음악은 중독적인 후킹성이 필요한 것인지라 반복되는 부분이 많았다. 정말 중요한 건 그 음악을 통해 어떤 주제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누가 누구에게 그것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즉, 메시지의 내용과 그 메세의 수신자, 발신자인 것 같다.


조만간 서점에 가서 작사 작업을 위해 필요한 책이 있는지 둘러보러 갈 것이다. 내 수준을 파악하고, 다음 작업에도 도움이 되도록. 혹시 모르지. 이렇게 우연히 시작한 것이 우연히 잘 되어서 내게 100만 원이라는 숫자를 안겨 줄지. 그건 정말 아무도 모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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