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고, 밍기적밍기적 샤워를 하고, 그래도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단장을 하고, 사람들이 부대끼는 지하철에 몸을 끼워 넣고, 아침 댓바람부터 해가 질 때까지 동태눈을 한 채로 일을 하는 이유는 모두 온전한 내 저녁 시간을 즐기기 위함이다.
누군가에게는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아주 소중해졌다. 퇴근 후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루틴이 굳어진 지 3,4년이 되어가는 지금, 주 3회 2시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이어트를 위해 저녁을 거의 먹지 않는 식습관도 함께 굳어져 이제는 저녁에 일반식을 먹기만 해도 다음 날 아침까지 기분 나쁜 더부룩함을 느껴버리는지라, 퇴근 전 삶은 계란이나 닭가슴살 등으로 저녁을 때우고 집에 도착하면 바로 헬스장으로 튀어나갈 수 있도록 습관을 길들여놓았다.
두 시간을 불태운 뒤 집에 돌아오면 시곗바늘은 항상 9시 30분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 한창 게임에 빠져있던 시기에는 바로 컴퓨터를 켜고 자기 직전까지 화면에 빨려 들어갈 것 마냥 게임을 해댔지만, 그 열정이 팍 식은 뒤에는 OTT 드라마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남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출퇴근을 하는 시간 동안 책을 읽는 행위에 재미를 붙이다 보니 사 두기만 하고 읽지 않았던 책들을 한 권씩 클리어하고 있다. 하지만 고작 편도 30분, 왕복 1시간 정도의 통근 시간으로는 300 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의 이야기를 모두 파악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내가 읽던 책의 이야기가 나의 흥미를 유발하거나 그 끝이 너무나도 궁금하다고 느껴진다면, 집에서도 책을 잘 쥐고 있는 편인 것 같다. (덕분에 안 그래도 자리가 없던 책장에 책들이 수북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가장 소중한 시간을 퇴근 후 온전히 내게 주어지는 저녁으로 골랐다.
가장 소중한 시간은 주말이라는 반박과 저녁에 하는 것들을 주말에 하면 되지 않는지에 대한 물음이 돌아온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말은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기보다 가장 필요한 시간이라고. 평일동안 이곳저곳에 열심히 퍼다 나른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라고.
고등학생 때부터 지독한 야행성이었던 내게 가장 어려운 건,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에 드는 것이다. 애써 잠에 들기 위해 30분에서 1시간씩 뒤척이는 건 기본이었고, 평일 아침은 항상 고역이었다. 주말에는 평일 동안 소모한 에너지를 제대로 충전하기 위해 전날 밤 자고 싶은 시간에 잠에 들고, 점심시간이 지난 뒤에 일어나 피로를 풀어낸다. 약속에 나가는 날도 많지만, 약속이 없는 날에는 보다 만 드라마를 보거나 점심을 적당히 소화시킨 후 낮잠을 자며 온전한 휴식을 취한다. 이것이 내가 주말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렇다 보니 나를 위한 시간이자 내 의지를 기반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평일 저녁뿐이었다.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면 저녁 시간이 더더욱 짧게 느껴지겠지만, 그렇기에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해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