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일. "작가님"

by 한톨

“작가님”이라고 나를 부르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내가 있는 부서의 팀장님이다. 팀장님은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들어간 지 2주가 지났으나 아직까지 이름으로 불린 적은 없다. 나는 팀장님 기분이 좋을 때는 “작가님”이고, 나쁠 때는 “인턴”이다.


어쩌다가 작가님이라고 불렸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우리가 말을 나누다가 내가 글을 쓴다고 이야기한 것이 시작일 것이다. 그에 더해 브런치에 연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을까. 무엇 때문에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님’이란 호칭이 나는 좋다. 사실 처음부터 좋진 않았다. 처음엔 그냥 생각 없이 받아들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작가님’이란 호칭이 내가 진짜 듣고 싶은 호칭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팀장님께선 편하신 대로 부르는 것일 게다. 인턴이라고 부르기엔, 내가 인턴이 아닌 일용직이기도 하고 나 말고 인턴이 두 명이나 더 있으니,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 보니까 부르기 편하고 구분하기도 쉬운 ‘작가님’이 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작가’라고 부르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내가 진짜 작가는 아니고, 팀장님 나름대로 배려한다는 의미에서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이유가 무엇이든 나는 그 호칭이 정말 좋다. 누군가 나를 그렇게 불러주길 바랐으나 그것이 팀장님과 같은 사람이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나는 ‘작가님’이 되고 싶다. 그러나 가난하게 살고 싶진 않다. 두 가지 명제는 어울리지 못한다. 작가가 되면 가난할 수밖에 없지만, 가난하긴 싫다라! 그런데 가난하지 않은 작가도 있지 않은가? 한강 작가처럼 유명한?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작가가 가난한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사실 그만큼 성공하기를 바라며 작가가 되고자 하는 건 옳지 못한 것 같다. 마치 리오넬 메시가 되기를 바라고 축구를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 놓고 리오넬 메시가 되지 못했다고 “나는 실패한 사람이야”라고 스스로를 나무라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싶지 않다. 한강 작가는 한강 작가이고, 부자 작가는 부자 작가이고, 나는 나다. 내가 아무리 내 재능을 믿는다고 하더라도 무모한 짓을 하고 싶진 않다.

한 번뿐인 인생을 즐겁게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적어도 가난하진 말아야 한다. 어쩔 수 없이 가난하다면 가난을 받아들이고 즐겁게 살겠지만, 나는 그렇지는 않기에 구태여 가난과 함께할 필요가 없다.

‘작가님’이 되겠다고 대학교를 자퇴하고 글을 쓰겠다며 이십 대의 이 년을 보낸 적이 있다. 그래서 더욱이 그러고 싶지 않다. ‘작가님’이 정말로 되고 싶지만,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가난하진 않은 삶을 살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되고 있지 못하다.

작가를 꿈꾸고 나서부터 나를 괴롭힌 굴레. “작가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그에 맞선 말 “베스트셀러가 되면 되잖아!” 한때는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았고, 그만한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데엔 어느 정도 운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즉, 그것은 도박이다.

그런데도 나를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기쁘다. 기쁘면 그만 아닐까. 즐거우면 그만 아닌가.


젊음을 상상하느라 젊음을 보낸 것이 아깝다. 다만 나는 아직 젊으니 기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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