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일. 돈벌이에 대한 이른 결론

by 한톨

부자로 태어난 게 아니라면 돈을 벌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난 이상 달리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사회이자 자본주의 사회이다. 민주주의라서 국민이 세상을 만들고, 자본주의라서 돈이 세상을 움직인다.

어찌 보면 단순하다. 그냥 돈을 벌면 된다. 남에게 부끄럽지 않은 방식으로 돈만 벌 수 있다면 잘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난 그러지 않았다. 돈을 가볍게 생각했다. 돈벌이보단 자아실현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렇게 살았다.

20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나이는 하늘에 떠있는 해처럼 올곧게 나아갔으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달을 향해 날아가는 반딧불이처럼 흔들리고 또 불안했다.

방황은 끝났다. 어디로 나아갈지 정했다.

만약에 돈벌이에 대해 관심이 많았더라면 인문대학에 진학하진 않았을 터다. 그에 더해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해야 돈을 안전하게 벌 수 있는지 알았다면 인문대학에 진학하기보단 어떻게든 공과대학에 가려고 했을 터다.

교양을 추구하여 앎의 깊이를 다지는 일은 물론 중요하고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굶어 죽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무항산무항심’이라고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곳간이 비어있으면 마음도 비는 법이다. 그 말을 나는 믿는다. 적어도 배를 곪지 않아야 교양을 추구하거나 그럴 수 있다.

스스로를 굉장히 고상한 사람이라고 여겼고, 가끔 다른 사람도 나를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고상하진 않다. 이상하거나 특이하다고 말할 순 있어도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하는 바가 있진 않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재능이 꽃피우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있다. 그만한 시간을 고상함을 다지는 데에 썼기 때문에 더는 시간이 없다.


직업을 가져야 한다. 안정적인 돈벌이를 얻어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다른 일은 조금씩 미룰 순 있어도 직업을 구하는 일을 미룰 순 없다. 소설을 쓰거나 작가가 되는 일은 조금 미뤄도 되지만 더는 백수로 남아있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퇴사하자마자 일용직으로나마 일자리를 바로 구한 것이다.

나는 돈이 좋다. 내가 부릴 수 있는 돈은 좋다. 돈이 노예로 남아있다면 나는 돈을 얼마든지 좋아할 수 있다. 그러나 돈이란 놈은 그 수가 적으면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된다. 그러므로 돈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는 돈 때문에 소중한 것을 잃고 싶지 않다. 돈보다 중요한 건 널리고 널렸는데, 돈이 그런 것들을 더럽히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


돈벌이는 아주 중요하다. 돈벌이가 없다면 꿈도 없다. 꿈만 좇으며 사는 삶은 나와 어울리지 않다. 그렇게 살아봐서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니 돈벌이에 대한 나의 결론은 그것이 내게 몹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게 돈이 있다면 글은 얼마든지 쓸 수 있고, 소설을 쓸 수 있는 시간도 생긴다. 그러나 글쓰기가 내게 돈이 되기를 바라며 기다릴 순 없다. 나는 안타깝게도 부자로 태어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돈벌이가 있어야만 한다.


만약에 지난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루빨리 돈벌이를 구했을 것이다. 어떤 직업이든지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해서 일단 돈을 많이 벌었을 것이다.


나는 돈이 주는 안정감이 좋다. 실은 그보다 더 좋은 걸 아직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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