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1급수 인재'라는 새빨간 거짓말

"분위기를 맑게 하겠다"던 면접장 최고의 허풍

by 한톨

사회라는 거대한 수족관에 발을 들이기 위해, 나는 면접장이라는 심판대 앞에 설 때마다 해묵은 비유 하나를 꺼내 들었다. 나 자신을 소개해보라는 질문에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곤 했다.

“저는 1급수와 같은 인재입니다.”

이 말은 면접관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미끼였다. 그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이유를 물으면 나는 기다렸다는 듯 준비된 문장을 읊었다. “만약 제가 일할 곳이 이미 1급수처럼 맑은 곳이라면 저는 그 깊이를 더해줄 것이고, 만약 그렇지 못한 곳이라면 저라는 존재로 인해 그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더 맑게 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나는 이 말이 꽤 근사한 통찰이라고 믿었다.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무결하며, 어떤 조직에서도 유익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성품을 지닌 존재로 정의한 셈이다. 하지만 세상을 향해 내뱉은 이 호기로운 자기소개는 사실 나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가리기 위한 새빨간 거짓말이자, 스스로를 향한 기만이었다.

실제로 나는 조직이라는 집단 안에 쉽게 섞이지 못하는 종(種)이었다. 어려서부터 나는 어느 무리에 속해 있든 투명인간에 가까웠다. 존재감이 없었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으며,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는 것이 생존 전략이었다. 성격은 온순했으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집단생활에 대한 근원적인 거부감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타인과 발걸음을 맞춰 걷는 일은 나에게 언제나 부자연스러웠고, 그 보폭이 어긋날 때마다 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절름발이처럼 절룩거려야 했다.


1급수는 맑다. 그러나 맑다는 것은 동시에 연약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1급수에서만 사는 물고기는 아주 작은 수온의 변화나 미미한 오염에도 금방 배를 드러내며 죽어버린다. 사회라는 곳은 1급수보다는 3급수나 4급수의 탁류에 가까웠다.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진흙탕 속에서도 숨을 쉴 줄 아는 아가미가 필요했지, 맑음을 증명하는 투명도는 중요치 않았다. 내가 가진 두루뭉술한 성품은 어딜 가나 미움받지 않게 해주었지만, 동시에 그 어디에도 깊게 뿌리 내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돈이 필요했기에, 그리고 주변의 기대라는 보이지 않는 밧줄에 묶여 있었기에 나는 꾸역꾸역 집단 속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하지만 그 끝은 언제나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나는 분위기를 맑게 정화하기는커녕, 나 자신의 숨통을 조여오는 탁한 공기를 견디지 못해 먼저 튀어나오기 일쑤였다.

결국 "1급수 인재"라는 말은, 내가 사회에 적합하지 않은 예민한 존재임을 고백하는 역설적인 비명이었다. 나는 맑은 물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더러운 것에 물들지 않고 고고하게 고립되고 싶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존재감은 없지만 유익함을 불어넣고 싶다는 소망은, 실제로는 집단의 부속품으로 소모되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저항이었다.


퇴사를 결정하고 돌아온 방 안에서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본다. 면접장에서 나를 1급수라고 치켜세우던 그 젊은이는 이제 없다. 다만, 자신이 살 수 없는 물속에서 힘겹게 뻐끔거리는 물고기 한 마리가 있을 뿐이다. 1급수는 정수장 안에서나 가치 있는 것이지, 거친 야생의 강물에서는 그저 도태되기 쉬운 환경의 지표일 뿐임을, 나는 여러 번의 퇴사를 거듭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나의 거짓말은 여기서 끝난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맑음을 연기하지 않기로 했다. 탁하면 탁한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내가 가진 본연의 온도를 인정하는 것부터가 62일간의 기록이 나에게 주는 첫 번째 숙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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