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흐
아, 비루하다, 비루해.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목욕 후 빨려 내려가는 각질덩이와 같다.
나는 토독거리면서 샤프로 공책을 두들긴다. 톡톡 소리가 난다. 공책에 찍히는 점들이 눈처럼 쌓이고 있다. 내가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아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톡톡 소리가 난다. 이제 무념무상으로 손만 기계적으로 까닥거린다. 아, 무력감, 좌절감. 재능은 신께서 주셨으나 인간은 그저 누워있구나. 일단 남 탓을 하고 싶다. 유튜브 쇼츠에서 봤다. 각 종교의 성경들을 읽다 보면 두려워 말라가 엄청 많이 쓰여있고 강조한다고. 세상에 어떻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무려 2천 년 넘게 내려오는 말이 오히려 더욱 두렵다.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두려워하면 결국 나는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톡톡 소리가 난다. 사실 쉬운 감정이다. 사람들은 채근하려고 벌을 주려고 씩씩거리며 내게 다가와도, 무섭다고 무서워서 그랬다고 하면 일단 살짝 내리치려던 손이 내려가고, 높았던 톤이 조금은 낮아진다. 물론 그 뒤에 용서받는 건 다른 문제지만 가장 비슷하게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이어서 그런 것일까 사람들은 머뭇거리고야 마는 것이다.
그래서 나쁜 사람은 무서운 것을 이용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또라이 같은 사람은 무서운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미안, 오늘도 변명을 썼다. 하지만 어떡해 나는 무서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