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날이었다. 집에 들어가서 그냥 철퍼덕 눕고 아내와 이것저것 이야기 잠시하고 힘들어서 목욕하겠다고 하고 그대로 세 시간 동안 욕조에 잠겨있었다.
아내는 목욕하다가 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장난으로 쓰러진 거였다면 어떻게 하려고 말하니 계속 천천히 물장구치는 소리가 다 들렸다고 했다. 그런 나는 개운하게 씻고 생각은 요즘 하는 게임에 온통 가 있어서 얼른 컴퓨터를 켰다. 아내는 슬쩍 커피 한 잔을 갖다 주고 자기 할 일을 하러 간다.
문득 엄청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다닥 뛰어가 아내를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러니 살짝 웃으며 게임이나 하러 가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결혼 이전까지 나는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냥 게임을 켜놓고 아무 생각 없이 화면만 보고 있었다. 사실 이전까진 파악하지 못하던 습관이었다. 정말 무의식적으로 컴퓨터를 켰으니까. 그래서 그런가, 그냥 커피 한 잔 슬쩍 넣어주고 간 아내가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다.
역시 사랑도 행위인 것인지, 에너지가 없으면 도통 샘솟지가 않는다. 그래서 한 사람이 무너지지 않게 더 사랑할 수 있게 받쳐주는 것도 참 고맙고 행복한 일이다.
그렇다. 주말에 게임을 왕창해서 기분이 좋아 쓰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