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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빈 Apr 05. 2021

영화 <메기> 리뷰 (0) : 들어가는 말

불신사회, 그 균열 위에 서 있는 여성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린 시절에는 그저 성인이 되고 사회에 나가면 당연하게 어른이 되는 줄로만 알았다. 막상 성인이 되고 사회에 내던져 진 지금의 나는 사실 아직도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잘 모르는 채로 살아가고 있다. 아마 십년 전의 내가 생각 했던 어른의 의미가 달랐듯이 앞으로의 십년, 이십년 뒤의 내가 돌아보는 어른의 의미는 아마 겹겹이 쌓여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바라보았을 때, 성인에게 주어진 책임과 자유를 가지고 이제 막 사회에 발걸음을 뗀 청년들은 아직 미완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가 이제는 알만큼 안다고 자부하면서도 아직은 세상을 받아들이는데 서투른 존재들이기도 하다. 그렇게 세상과 부딪혀 나가는 일들을 통해서만 비로소 그 미완을 채워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청년의 시간을 이미 떠나보낸 사람들은 그렇기에 청년의 때가 미숙함에도 여전히 아름답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된다는 것을, 나는 세계에 대한 이해의 전환이라고 말하고 싶다. 진실과 거짓을 마주하고 믿음과 의심을 반복해가며 그 사이에서 상심하기도 하고 전진하기도 할 때 각자가 마주하는 경험과 방법이 다를 뿐 우리는 그 과정 가운데서 보편적인 감정들을 느끼곤 한다. 자신만의 세계, ‘universe’는 이러한 경험이 축적될수록 광활해지고 그 세계에서 각자는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을 깨달아 간다. ‘나’와 ‘타인’이 다른 사람이듯 서로의 다른 가치와 의견을 통해 우리는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배워간다. 어린 시절 전부라고 생각했던 나의 세계는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손바닥만 한 우주에 불과했는데 그 때는 한 번의 오인과 불행이 나를 집어 삼켜 이 세계가 무너지고 끝날 것처럼 느끼곤 했었다. 지금 청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의 세계는 끝없이 팽창하고 있고 우리는 여전히 그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서 이제껏 쌓아온 나름의 신념이 언제나 옳은 명제가 될 수 없을 때가 많음을 느낀다. 왜냐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세계에 대한 의미는 언제나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무한히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청년이라는 존재는 항상 믿음을 검으로, 의심을 방패로 전진하며 이 거대한 세계를 해쳐나가야 하는 불안하지만 아름다운 미완의 존재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가는데 있어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사유와 판단은 언제나 어렵다. 그 과정은 가치관이라 하는 일련의 기준을 경유하여 만들어진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쌓아온 경험과 가치들이 신념을 만들어내는데, 서로의 얼굴이 다르듯 우리 모두 다른 색의 신념을 품고 살아간다. 누군가를 또 무언가를 믿는다는 것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해 때로는 넓은 범주에 이르기 까지 우리의 생각 곳곳에 깃들어있는 가치이다.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부터 시작해 타인에 대한 믿음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에 대한 믿음까지 확장된다. 특히 사회의 범주 안에서 ‘믿음’이라는 키워드는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을 때가 많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타인과의 관계를 계속해서 맺어가며 살아가는데 그 관계 속에서 믿음의 정도라는 것은 언제나 규정 짓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때로는 신뢰와 불신의 정도가 나와 타인의 관계의 거리감을 조성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러한 불안한 상태 위에 놓인 청년의 모습을 ‘윤영’이라는 여성을 통해 대변하고 있다. 뜻하지 않게 만나는 사건들을 통해 어떻게 믿음이 쌓이고 깨지는지, 또 어떻게 다시 조합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거짓 같았는데 진실일 때도 있고, 정말 진실 같은데도 거짓이었던 그러한 순간들이 있다. 확신하고 있던 무언가에 대한 의심이 싹 틀 때 균열은 일어난다. 그 의심의 경계는 자기 자신에 대한 것 혹은 타인에 대한 것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내가 개를 고양이라고 해도 믿을 사람은 믿고 떠들 사람은 떠든다.’라고 말하는 불신이 만연한 사회 가운데서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또, 윤영이 사회 안에서, 관계 속에서 여성으로써 느끼는 불안과 불신에 대해 그녀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로 어항속의 ‘메기’를 통해 관찰자로서 사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관객에게 제시한다.


본 리뷰에서는 영화 이면의 의미들을 세편의 글을 통해 탐독해 보고자 한다.





*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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