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

by 박숙경

이월


박숙경



청머리오리 수컷이 부리를 물속으로 꽂으며 궁둥이를 치켜든다

앞발은 물속을 저으며 뒷발로는 바깥을 젓는다


artistic swimming

허공이 잠시 흔들린다


봄을 켠다는 말이 생각나서 나도 따라서 흔들린다


한 바퀴 돌 때마다 태어나는 파문의 자세는

butterfly


돌 위에서 볕을 쬐던 흐린 갈색의 암컷이 뛰어든다

종목이 듀엣으로 바뀐다


바람의 노래는 크레셴도 데크레셴도

우아함을 유지하면서 점점 난이도를 높인다


우수(雨水) 근방에서 물구나무선 저들의 자세

간절함이 자라면 경건함이 될까


살얼음판 위에 벗어 둔 하루의 고단 옆으로 바람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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