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과 망종 사이

by 박숙경

소만과 망종 사이


박숙경



센트럴파크와 더 휴 사이 숲길

바닥이 가맣다


물러 터진 기억을 붙잡고 숲길을 걸으면

고치를 팔아서 밀린 공납금을 내던 시절이 발자국마다 찍힌다


직박구리가 발자국을 물어다 칠엽수 가지 끝에 올려놓을 때마다

흔들리는 눈동자


한입 가득 오디를 머금으면

온몸으로 번지던 노린재 냄새


흩어진 기억의 퍼즐을 맞추다 보면

어느새 발치에 서 있는 여름


쥐똥나무와 넝쿨 장미 사이에서

나는 또 아주 먼 곳의 한 사람을 생각하는데


한쪽으로 더 기울어진 세상에서

비스듬히 기댈 추억 하나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싶기도 해서

발자국 다 뭉개지도록 기억을 뭉그적거려 보는

오디.jpg
박숙경작가.jpg
아르코문학창작기금.jpg


이전 06화이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