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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 Oct 23. 2023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

2023. 10.  20. 오전. 1시 15분

나도 모르게 잠들고 나도 모르게 눈을 떴다. 정확하게 20일 새벽 0시 무서운 습관의 힘을 새삼 확인한다. 최대한 버티며 늦게 잠을 자야 하는데 당분간 올빼미 생활이 계속될 듯. 게스트 하우스의 여행자들은 저마다의 일정으로 움직이니 깊게 대화 나눌 겨를이 없다. 나라와 이름 정도만 알고 지낸다.

 주방으로 와. 가져온 펠리컨 만년필을 꺼낸다. 볼펜보다는 훨씬 더 잘 움직인다.  지난 10 년 이상 노트에다 온갖 기록을 남겨온 터라 이 아날로그의 질감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 텅빈 모니터를 응시하며 키보드를 두들기는 것보다는 정감이 간다.  오늘은 인간유형에 관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 여행기에는 여행에 관한 것만 쓰지는 않을 것이다.  그날 그날 떠오르는대로 쓰려한다. 일종의 에세이고 보면 좋겠다

MBTI가 한창 유행이다.  10여전 전 이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유료검사였다. 결과는 INTP.  나를 아는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끄덕할 것이다. 내향형이다. 혼자 있는 게 너무 자연스럽다.  혼자 잘 논다.  영화도 혼자 본다. 가끔 미칠듯이 외로울 때가 있지만 이내 고독을 즐긴다.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저만치 떨어져 나가 고독을 즐긴다.  사유한다.  그리고 그 사유의 흔적을 글로 남긴다.  친구가 없겠네.
그렇다. 많이 없다.  사회에 나와 사귄 친구는 함께 일했던 강사들 정도.  한참 일할 때는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다.  내 직업은 논술강사였다. 지금은 안한다.  오후 2시 부터 수업이 시작되면 저녁 10까지 이어진

다. 주말은 오전 9시부터 저녁 10까지 더 바쁘다.  일반 사회인들과는 정반대의 라이프 사이클을 가졌다. 사람을 만날 수가 없다.  휴가는? 없다. 학원의 수입과 관계된 일이니 방학이 있을 리가 없다.  그나마 대학 선후배들과는 활발하게 교류한다.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다.

MBTI의 16가지 유형은 그냥 재미로 하면 좋을 듯.

인간유형으 절대 16가지로 나눌 수 없다.  인간이성은 편의성, 즉 에너지를 적게 쓰는 쪽으로 진화했기에 쉽게 분류하고 단정을 내리고 싶어한다. 그래서 유니크한 개성을 가진 개인을 16가지 유형에 획일적으로 넣어 버린다..

인간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은 사람을 만나 함께 겪어 보는 것이다. 어떤 직업이 그런 기회를 갖게 되는지는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분명 그런 직업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어렵다면 두번째 방법은 문학작

품을 많이 읽어 보는 거다. 간접경험을 하는 것이다.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현실에 존재하는 캐릭터의 반영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 인물들, 그리고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개성넘치는 인물들이 가득하

다.  작가는 인물 창조의 천재들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문학작품을 읽는 이유는 인간

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선과 악의 이분법  &  선악의 공존



영화나 드라마에서 극적 긴장을 위해 주인공에 대항하는 절대악을 등장시킨다. 그러나 일상의 인물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뛰어난 작가들은 선악의 이분법을 따르지 않는다.  주인공 내면의 어둠과 악당 내면의 선을 묘사한다. 그런데 이런 드라마나 영화는 작품성은 인정받지만 메가히트는 안 된다. 주인공 내면의 악은 금기다. 악당 내면의 선은 어느 정도 허용한다.  이병헌 주연의 <나는 악마를 보았다>정도가 주인공 내면의 악을 다룬다.. 경우 주인공의 살해동기가 너무나 뚜렷해서 모두 공감한다. 작가의 감각이 뛰어난 것이다.

문학작품 속의 인간은 무한히 다양하고 각자 자기의 신념대로 행동한다.  그래서 사건을 만든다. 이런 작품을 많이 읽으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풍부해지고 지혜가 생긴다.  인간의 유형은 우주만큼 넓고 다양하며 카오스적이다 .

나는 여행을 통해 이 카오스적 인간 군상을 확인하고 싶었다. 몸으로 체험하면서.  그 중 하나의 강렬한 체험을 사로잡아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태도는 이분법적 사고이다. 선인과 악인. 이러한 분류가 가장 격렬한 곳이 정치권이다.  여기는 전쟁터다.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어 내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다. 상대편의 리더는 악의 화신이다.  악마화 시킨다. 그리고 최종 공격목표가 된다. 그 결과는 죽음이다. 나는 정적에 대한 공격이 죽음으로 막을 내리는 정치문화가 조선시대까지만 유효한 줄 알았다.  보통 역모로 몰거나 사화를 일으켜 3대를 한다고 기록에 나와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까지만 있을 줄 알았던 정적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정치문화가 오늘 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지난 10여년의 한국 정치를 통해 깨닫는다.  죽어야 끝낸다는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걱정했었다. 혹시나 하고.  부인과. 딸 아들 모두 화를 입었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응원덕분에 지옥을 빠져나와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한 명의 전직 대통령과 시장을 맡았던 분은 끝내 죽음으로 자신을 향한 칼끝을. 거두게 했다.  가족과 주변이 얼마나 많은 고통에. 시달리게  지 알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많은 오류를 범하고 사는지 새삼 확인한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너무 맹신하지 말기를 그냥 존경만 하기를. 아무리. 나쁜 사람도 너무 미워하지만 말고. 좋은 구석이.하나쯤은 있다고 믿기를.  그리고 제발 동상을 만들어 바치지 말기를


절대 선인과 절대 악인은 우리의 관념 속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살면서 듣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세월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니를 떠난 사림들과 만나게 될 또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 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 바람의 노래 -

흔히 말하는 캠퍼스가 없고 강의가 이루어지는 건물만 있는 빌뉴스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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